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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카트]생필품을 담은 카트를 밀며 저항하는 동력,'여성' 카트 생필품을 담은 카트를 밀며 저항하는 동력, '여성' 는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일했던 노동자들이 한 순간 계약해지, 해고 통보를 받고 더 이상 참고 넘어갈 수 없는 부조리한 처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단순히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이 순전한 픽션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동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관객을 분노하게 하고 눈물짓게 하고 한숨짓게 하는 부분은 실제로 노동자들이 겪었던 모질고 부당한 처사들에 대한 반응이다. 만들어진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다룬 르뽀를 볼 때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았던 것은 영화가 관객을 선동하며 그들의 주장에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려는 얕은 수를 쓰지 않고 냉철하게 현실을 담아내려.. 더보기
[보이후드] 마음에 훈훈한 보일러 놓아준 듯한 감동 보이후드 마음에 훈훈한 보일러 놓아준 듯한 감동 우연하게 책장 한쪽에 놓인 지난 물건들 속에 일기장에 손이 가서 펼쳐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입가엔 미소를 머금은 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펼쳐본 사진첩을 볼 때도 그랬고 난생 처음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던 때에도 그렇게 과거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빠져들게 만들었었다. '그래! 나 그 때 그랬었지. 그 때 그런 일들로 웃고 울었었지. 시간 참 빨리도 흘렀구나.' 이런 생각의 끝에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아! 그 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이러네. 그 때부터 그걸 했던 걸 보면 난 정말 그걸 좋아하나 봐.' 하는 생각 말이다. 과거의 나는 동서남북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것처럼 그저 시간을 타고 왔지만 그 시간을 돌아보는 지금의 .. 더보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세상 모든 부부에게 여전히 유효한 결혼 이야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세상 모든 부부에게 여전히 유효한 결혼 이야기 이명세 감독,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1990년 작품이 24년 만에 리메이크 됐다. 이제 연애 기간을 접고 결혼을 하기로 마음 먹은 영민(조정석)이 미영(신민아)에게 청혼하는, 변함없이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찬란하지만 험난한 결혼 일지가 시작된다. 임찬상 감독의 2014년 작품은 원작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무리수 두지 않은 포근한 선물 같다. 동일한 맥락의 오프닝 시퀀스 위로 '워싱턴 스퀘어'가 흘러나올 땐 원작에 대한 향수로 마음이 울컥해진다. 옴니버스처럼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과 고스란히 옮겨온 중국집 시퀀스, 뿌연 유리창에 손글씨로 메시지를 담은 것까지 소박하게 옮겨왔다. 한편 마치 연극처럼 .. 더보기
[메이즈 러너] '나대지 말라'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를 보다 메이즈 러너 '나대지 말라'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를 보다 폐소공포증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미로다. 예전에 놀이공원에 있는 미로에 들어갔을 때, 분명 즐기라고 마련된 공간이 숨막히게 했던 기억이 있다. 2미터 남짓의 거울 벽으로 둘러싼 단순한 미로가 놓여진 전시회에서도 현기증이 일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속 눈 덮인 미로 숲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도, 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미로 숲도 보는 내내 숨막히게 했다. 는 그런 내게 남다른 압박감을 줄 것이 예상되는 영화였다. 그러나 어차피 미로를 벗어나게 되는 이야기일 것이기에 그 모험이 줄 쾌감이 기대됐고, 미로를 벗어나는 순간 드러날 비밀의 정체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미로를 벗어나려고 달리는 인물들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그.. 더보기
[자유의 언덕] 잠자는 모리의 시간은 자유 자유의 언덕 잠자는 모리의 시간은 자유 일본인 모리(카세 료)는 과거 한국에서 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지낸 적이 있단다. 지긋지긋하게 더러운 어학원 내 남성 직원들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그 곳에서 만난 권(서영화)은 모리에겐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한국 여성이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에 찾아온 까닭도 과거 자신이 청혼했던 권을 만나기 위함이다. 그러나 권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매일 권의 현관문에 메모를 붙이고 오지만 떼어지지 않은 메모로 보건대 그녀는 거기에 없는 것 같다. 모리가 남긴 편지 뭉치를 권은 받아든다. 몸이 안 좋아 산 속으로 요양을 다녀온 듯한 권은 모리의 편지를 읽는다. 한 장이나 읽었을까, 자리를 옮기려했으나 현기증에 쓰러져 편지 뭉치를 떨어뜨리고 만다. 떨.. 더보기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의 초록은 보이는데, 이재용 감독의 초록은 보이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의 초록은 보이는데, 이재용 감독의 초록은 보이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꾼들이 제일 잘 안다. 먼저 알아보고 그걸 어떻게 매만져볼까 궁리해본다. 좋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그러할 것이다. 작가도 감독도 이야기꾼이니 서로 통하는 그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작인 소설이 뛰어나다고 그 이야기만 고스란히 옮겨오기 위해 감독이 이야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고 해도 책과 영화라는 매체가 다르듯이 자신의 색깔을 입힐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옮겨오면서 자신의 인장도 찍어낼 수 있는 작품 말이다. 독자이자 관객인 입장에서도 매체에 따라, 만든 사람에 따라 다른 개성이 드러나는 결과물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 더보기
[타짜-신의 손] 영리하게 함정을 벗어나는 타짜 같은 속편 타짜-신의 손 영리하게 함정을 벗어나는 타짜 같은 속편 '좋았다니 다시 한번'의 마음으로 수많은 이야기의 후속편이 만들어지지만 '다시 한번 하니 더 좋았더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경험이 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먼저 됐다. 더군다나 캐스팅도 1편에 비해 약해 보였고 연이어 의 연이은 흥행 성공을 기록하던 강형철 감독이 만든다는 말에 세 번째는 실패로 기록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은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다시 한번이니 더 좋았더라'까지는 아닐지라도 '다시 한다고 똑같은 레인 위에 있을 필요는 없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것에 오히려 놀랐다. 우려했던 함정을 보기 좋게 빠져나간 만듦새의 영화는 그야말로 타짜 같았다. 야망을 품고 줄타기를 하던 고.. 더보기
[루시]뤽 베송식 여성 숭배가 탄생시킨 최고의 여성 루시 뤽 베송식 여성 숭배가 탄생시킨 최고의 여성 대만에서 유학 중인 루시(스칼렛 조한슨)의 시간은 절반 이상이 파티인 것 같다.어느 날 남자친구의 반강제적인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서류가방을 전달하게 된다. 범죄조직 보스인 미스터 장과의 만남으로 루시에게 끔찍한 시간이 시작된다. C.P.H.4라는 합성약물을 암거래 하려는 미스터 장의 조직에 의해 루시는 배를 갈라 안에 약물가루를 넣은 배송책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사고로 루시의 배 속 가루 봉지가 터져 온 몸에 약 기운이 퍼지고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초래한다. 는 진화론에 입각해 인류의 발달이 극에 달한 상황에 대한 S.F.다. 현재는 뇌의 10%를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인간이 만약 그 이상으로 뇌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더보기
[60만번의 트라이] 노 사이드 정신을 아시나요? 60만번의 트라이 노 사이드 정신을 아시나요? 뉴스를 접하는 마음이 답답하다. 권력과 자본을 탐하는 마음이나 그 둘이 결탁한 것들이 휘갈겨놓은 그림은 국민을 황폐하게 만든다. 무고한 시민의 죽음을 두고 오로지 진실을 밝혀달라는 눈물의 절규에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그저 밥그릇 챙기기 급급하다. 한술 더 떠 조롱하는 세력까지 등장한다. 권력과 자본은 해법을 찾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거리를 둔 사람들은 스스로 해법을 찾으려 몸부림친다. 돕지 못하면 훼방이라도 안 놓으면 양반이겠으나 권력과 자본은 양반도 못 되는 형국이다. 일본에 '조선적(籍)' 재일동포 아이들이 다니는 민족학교가 있다. '조선학교'라고 불리고 우리의 초,중,고등학교 과정처럼 초,중,고급학교 과정으로 운.. 더보기
[야간비행] 날아가야 하는데 사방은 캄캄한 밤인 현실 야간비행 날아가야 하는데 사방은 캄캄한 밤인 현실 이제 막 자기 생긴 대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기 시작할 때인데 사방은 캄캄한 밤이다. 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날개를 비벼 빛을 내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방해 받는다. 함께 날아보자며 손잡은 친구에게도 다가가 손 놓고 떨어지라고 발목을 붙든다. 이송희일 감독의 은 한창 자기 방식과 자기 길을 찾아 성장해나갈 시기에 놓인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이제 막 날개가 돋아 그걸 펴고 날아가려는 아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사회의 틀과 시선으로 인해 좌절하고 상처 받는다. 기성의 세상이 판박이 된 아이들의 세상도 자본과 권력에 의해 계급이 나뉜다. 제 힘으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부모가 가진 힘에 좌우되기도 한다. 성공하기 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