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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관객을 미치게 하는 힘이 뭔지 좀 아는 듯 3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매드 맥스’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설렘이 있었다. ‘매드 맥스: 분도의 도로’. 사실 이 영화의 전작 세 편의 이야기들이 명확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세 편을 다 보지도 못했다. 다만 티나 터너가 등장했던 3편 ‘썬더돔’에 대한 기억이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매드 맥스’는 추억 속 시리즈임에 분명하고 리부트가 오리지널 감독인 조지 밀러에 의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컸다. 마치 ‘스타 워즈’가 에피소드 1로 다시 돌아온다는 발표가 났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뚜껑을 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단순한 추억 속 영화와의 재회에 그치지 않았다. 지금 나오는 모든 블록버스터들과 대결을 붙여도 전혀 꿀리지 않을, 오히려 앞장 서 나가는 파괴력을.. 더보기
[땡스 포 쉐어링] 중독자를 곁에 두는 지난한 삶 마크 러팔로는 시간이 갈수록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배우이다. ‘비긴 어게인’ 속 그를 보면서 저렇게 유머감각과 여유가 있는 중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 내 중년의 롤 모델은 마크 러팔로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최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프로모션 차 방문했던 한국의 팬들이 자신을 너무 좋아해줘서 비틀즈의 인기를 체감한 듯 하다며 한국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금 그의 팬으로서 흐뭇해졌다. 그래서 작년 여름 개봉했지만 놓쳤던 그의 출연작 ‘땡스 포 쉐어링’을 찾아봤다.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서로 상담을 하는 모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셰임’이 섹스중독자 개인의 삶을 밑바닥까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그.. 더보기
[차이나타운] 내 모든 걸 버리더라도 지키고 싶은 빛 ‘차이나타운’은 그간 너무나 익숙하게 남성의 땀내로 범벅이 됐던 누아르에 남성 대신 여성을 배치하며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등장하는 장면의 시간이 길지도 않고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님에도 극 전반을 휘어잡고, 대사도 몇 마디 안 되는데 대부분의 명대사가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온다는 점에서 ‘엄마’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좋은 배우라는 믿음을 쌓아가고 있는 김고은은 물론이고 엄태구, 조현철, 고경표 등 독립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포용하는 미술과 조명, 촬영이 만든 미장센만으로도 느와르임을 증명한다. 보통 누아르에 등장해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신비로운 여성 캐릭터를 ‘팜므 파탈’이라 일컫는다. 파멸까지는.. 더보기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나답게, 나로 사는 충만한 삶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었다. 그 다른 나는 어떻게 살았을지 확인하고 힘을 얻고 싶었다. 72억 지구인 중에 나처럼 사는 사람이 한둘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불안함이 없을 수 없다. 한마디로 아직 덜 된 것이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를 훔쳐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의 삶을 추적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시작은 경쾌했다. 작업 중인 책에 쓸 옛 사진 자료를 찾던 중 경매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담긴 네거티브 필름을 380달러에 사들였다는 존 말루프의 이야기가 방정맞은 인터넷 강의 강사의 말투처럼 지나가고 주루룩 화면에 쏟아져 나오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짧은 탄성이 터져 .. 더보기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남긴 피로감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가 아니라 ‘여름이니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영화 사이트를 통해 1년 전부터 개봉일을 확정 발표하고 개봉 몇 달 전부터 프로모션을 해대는 통에 늘 기대감으로 개봉날을 계산하고, 개봉일을 앞두고서는 화면 좋고 사운드 좋은 극장의 명당자리를 콕 집어 예매하고 기다리게 하는 것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다. 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참 좋아한다. 올해 역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시작으로 예년보다 이른 4월 초부터 블록버스터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여름의 포문을 여는 블록버스터의 개봉은 시장을 선점하려는 틈새전략과 맞물려 점점 시작되는 시점이 빨라지는 듯하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으로 5월도 이르다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4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여튼 ‘분노의 질.. 더보기
[장수상회]누군가 나를 위하여, 그렇게 내 곁에서 장수상회 누군가 나를 위하여, 그렇게 내 곁에서 아마도 50년은 더 됐을 과거, 사방이 논밭이었던 서울의 수유동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김성칠은 좋아하는 여학생을 졸졸 따라 걷다가 들꽃을 넘겨받는다. 풋풋한 프롤로그가 지나면 이어 웃음기 없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문을 열고 나오는 노년의 김성칠(박근형)이 등장한다. 사방이 논밭이었던 그 때에 비하자면 사방이 모두 개발되고 번화해진 것 같은 시대이건만 사람들은 재개발에 눈독을 들인다. 유일하게 재개발 승낙을 하지 않는 김성칠 노인 때문에 재개발 계획은 진전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노인을 설득하기 위해 미인계를 동원하기로 한다. 김성칠 노인의 이웃으로 이사온 임금님(윤여정)과의 만남을 통해 굳게 닫힌 김성칠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재개발 계획에 동.. 더보기
[스물] 과장된 형용사로 수식하지 않고 그대로의 '스물'을 담다 스물 과장된 형용사로 수식하지 않고 그대로의 '스물'을 담다 스물. 미성년과 고등학교라는 족쇄에 갇혀 제한 받던 일상에 자유의 문이 열린다. 자유만큼 책임의 양도 늘어나는 게 사실이지만 자유의 문턱을 이제 갓 넘어선 자들에 대한 포용 또한 허용되는 시기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미성년과 고등학생 시절이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늘 답답한 옥살이 같지만은 않은 것처럼 스물이 되고 자유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특권이 허용되는 유일한 성년의 한 때가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객기와 허세, 치기 어린 뻘짓거리의 연속으로 보낸 시기였다 싶으면서도 슬며시 미소가 나오게 되는 회상을 안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더보기
[채피] '어쨌든' 닐 블롬캠프의 귀환 채피 CHAPPiE '어쨌든' 닐 블롬캠프의 귀환 2016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 스카우트의 개발로 범죄 소탕 비율은 높아진다. 성과를 인정받는 로봇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능 뿐만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본능까지 탑재한 로봇 개발에 열중한다. 한편 로봇이 인간을 초월하는 것을 경계하며 기계는 온전히 인간에 의해 통제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무기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에게 디온의 승승장구는 눈엣가시 같다. 범죄로 한탕 하려는 일당들 역시 경찰 로봇을 무기력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로봇과 로봇 개발자들, 한탕을 노리는 일당들의 상황이 영화의 한 축씩 차지하며 를 채워나간다. 2009년 으로 전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 더보기
[버드맨] 그 날갯짓에 미소 지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버드맨 그 날갯짓에 미소 지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깨달은 자는 날개를 단 듯 자유롭고 행복하다, 마치 새가 되어버린 인간처럼. 왕년에 액션 히어로 '버드맨'을 연기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그러나 십여 년 전 영예는 사라지고 이제 새로운 길에서 재기를 꿈꾸며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을 연극으로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달리 연극을 올리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상대 배우는 사고가 나고 대신 들어온 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튼)는 메소드 연기를 펼친다며 술을 퍼 마시고 폭력적인데다 제멋대로 행동한다. 연인이자 함께 연극에 출연하는 로라(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까칠하고, 이제 막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둔 레슬리(나오미 왓츠)는 낮은 자존감으로.. 더보기
[이다] 칼날을 심은 눈을 뭉쳐 살포시 던지다 이다 칼날을 심은 눈을 뭉쳐 살포시 던지다 4:3비율의 화면에 담긴 아름다운 흑백 화면으로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 개봉한다. 50여 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고 2월 말에 열릴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부문에 후보 지명된 작품 가 그것이다. 는 마치 하얀 눈 속에 날카로운 칼을 심어서 뭉친 눈덩이를 살포시 관객에게 던지는 듯한 작품이다. 순수한 눈처럼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신을 향한 헌신을 약속하기 직전의 소녀 앞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그 후의 미세하지만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녀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며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2차 세계대전 독일 점령기에 무참히 자행된 유대인 학살이 남긴 상처와 우울함이 어느 하나 풀리지도, 치료되지도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