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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예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율하게 만드는 결말로 이끄는 강펀치 같은 영화 <고백>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종업식이 진행되는 중학교의 한 교실.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교탁 앞에서 학생들에게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느 종업식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예상한다. 그런 교사의 말을 귀담아 듣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다. 각자 자기들 얘기하기에 바쁘고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그런 아이들의 분단 사이사이를 거닐며 학생들을 제지하기는커녕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선생님. 그러던 어느 순간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얼마 전 학교 내 수영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코의 딸을 죽인 범인이 바로 이 교실에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순간이다. 잠시의 조용함 후에 다시 웅성거리는 아이들. 하지만 이어지는 선생님의 발언에 교실은 순간 .. 더보기
세상의 모든 계절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나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삶의 안정 지수가 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질풍노도의 10대와 넘치는 패기만큼이나 불안도 함께 있었던 20대를 모두 지난 지금도 그 때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거나 더 많이 성숙했다는 만족감으로 살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문득 20대를 보자면 참 철없이 보이기도 한다. 불완전한 10대를 지난 지 얼마 안됐으니 그럴 법도 하다고 생각하며 30대라는 시기가 참 편안하고 어른스럽다고 느끼기도 한다. 나이라는 수치에 대한 생각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만큼이나 오르락내리락한다. 영화 에 등장하는 노부부 톰(짐 브로드벤트)과 제리(러스 쉰)는 누가 봐도 부러울 만큼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틈날 때 작은 농장을 가꾸고 그 곳에서 재배한 채소로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한다. 그렇다고.. 더보기
21세기에 다시 만난 브로드캐스트 뉴스 여기 일이 인생에 전부인 여자가 있다. 소개팅을 하면서도 자기 일 얘기만 하고 전화는 끊이지 않아 소개팅 상대가 고개를 절로 흔들게 만든다. 그녀는 뉴욕 뉴저지 방송국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 PD 베키(레이첼 맥아담스)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승진도 아닌 해고통보를 받았다. 가뜩이나 기운 빠진 그녀에게 어머니조차도 이젠 되지도 않는 꿈은 접고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녀에게 방송국 PD로서 언젠가 NBC의 로 진출하겠다는 꿈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죽기살기로 여러 방송국에 이력서를 보낸 결과 힘겹게 네트워크 방송사인 IBS의 아침 프로그램 ‘데이브레이크’ 총괄PD 자리를 차지하게 된 그녀.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메이저 네트워크 아침 프로그램 중 꼴찌 시청률(당연히 1위.. 더보기
[킹스 스피치]자격을 깨우쳐주는 친구 이야기 1925년 영국왕 조지5세는 차남인 요크 경(또는 ‘버티’, 콜린 퍼스)에게 박람회의 폐회 연설을 맡긴다. 많은 관중을 앞에 두고 마이크 앞에 선 요크 경, 그러나 단어 하나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만큼 말을 더듬는다. 당황한 얼굴은 붉어지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는 요크 경이 스피치 테라피스트인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시)를 만나 언어 교정 치료를 받게 되고, 그 사이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조지6세가 되어 1939년 독일 히틀러 정권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는 대 국민 라디오 연설을 성공적으로 하게 되면서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 대해 간단히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스스로 말할 자격이 있음을 깨우치지 못했던 사람에게 그 자격이.. 더보기
억지로 [트와일라잇]의 자매로 만들어버린 '빨간 망토' 이야기 오랫동안 늑대의 침략을 받아온 마을이 있다. 때문에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산 짐승을 제물로 바치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죽는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이 마을에 사는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사랑하는 피터와 도망가려고 한다. 부모님이 피터가 아닌 부잣집 청년 헨리와 결혼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발레리의 언니 루시가 늑대의 희생물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늑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늑대의 거처인 동굴로 찾아가 늑대를 죽였지만 이 과정에서 헨리의 아버지가 죽는다. 늑대를 처치했다는 기쁨에 고취된 마을에 종교지도자 솔로몬(게리 올드만)이 찾아오고 그는 늑대가 아직 살아있고,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늑대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솔로몬의 말을 무시한 채 늑대를 처치한 즐거움에 파티를 하던 붉은 .. 더보기
[블랙 스완]흑조까지 되고싶어 미쳐가는 백조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놀이기구가 있다. 수십미터 상공으로 올라갔다가 어느 순간 출발지로 떨어져버리는 그 놀이기구를 바라만 보다가 순간의 짜릿함이 어찌나 대단하길래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타는지 궁금해진다. 한편으로는 내가 저 놀이기구를 타고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스럽고 괜한 도전정신을 빙자한 오기가 생겨서 한 번 타보기로 한다.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은 은근히 기대를 불러오고 손에는 땀이 나고 아드레날린이 서서히 솟구칠 준비를 한다. 그 절정의 순간의 맛이란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드디어 카운트다운과 함께 정상으로 서서히 올라가는 놀이기구. 그런데 정상에 올라간 이 기구가 땅으로 벌써 쏜살같이 추락해버렸어야 할 때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나는, 기구는 공중에 떠있다. 그렇다, 나는 갑자기 고장.. 더보기
타란티노식 질주-여전히 흥미롭다 영화 는 나치 점령기의 이야기다. '유태인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나치 친위대의 징글징글한 유태인 색출과 죽이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최대한 잔인하게 나치를 살해하자는 특명하에 모인 특공대는 나치의 핵심을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유태인 사냥꾼'에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여자는 파리의 극장에서 일하며 복수의 그 날을 준비한다. 시대가 주는 수혜를 입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시대에 희생당해야 했던 사람들, 자신의 힘을 시대에 저항하고 시대를 응징하는 데 사용한 사람들과 희생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타란티노식 질주가 2시간 30여분동안 펼쳐진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는 여전히 타란티노식 마크를 달고 있는 영화다. 각각의 이야기는 분리된 에피소드로 등장했다가 에피소드간 연결을 이.. 더보기
인생의 버터를 찾아서 Julia Child(1912 ~ 2004) 미국인 요리사, 프랑스 요리를 미국 주류에 소개한 인물, 대표저서 (1961). Julie Powell(1973 ~ )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 에 등장하는 524가지 레시피를 매일 요리하고 블로깅한 것으로 유명해진 미국 작가. 대표저서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아담스가 에 이어 함께 출연한다는(하지만 단 한 장면에서도 함께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시선이 가지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만나는 노라 에프론 영화라는 것에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는 영화가 바로 다. 요리와 책, 블로그라는 매개로 연결되는 두 실존 인물 줄리아와 줄리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삶의 버터 찾기’ 라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배우와 .. 더보기
헐리웃판 광식이를 만나다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Greeting Card 회사에서 일하는 톰(조셉 고든-레빗)은 사장의 비서로 새로 들어온 섬머(쥬이 드샤넬)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다. 사춘기 전에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을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본 영향 덕분인지 톰은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매우 로맨틱한 이상을 품고 산다. 반면 섬머는 어릴 적 이혼한 부모의 영향 때문인지 사랑이라는 것에 매우 냉소적이다. 섬머를 운명이라고 여기는 톰과 그저 캐쥬얼한 친구 관계로 생각하는 섬머의 500일에 걸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영화 (500)Days of Summer다. 소녀를 만나게 된 소년의 500일 어쩌면 둘은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대한 관점이 다른 두 사람은 그렇기에.. 더보기
꿈꿔라, 올라가리라 디즈니와 픽사표 ‘언제나 후회없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올 여름에도 찾아왔다. 이번엔 제목부터 기분을 업 시키는 이다. 이미 2009년 칸 국제 영화제에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개막작으로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그 기대치를 한치의 부족함도 없이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은퇴한 Balloon Salesman인 칼 프레데릭슨은 이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든 78세의 노인이다. 그에게도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어릴 적 모험가의 꿈을 공유했던 앨리와 평생의 파트너가 되고 하나하나 닥쳐오는 현실의 장벽을 함께 뛰어넘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칼, 하지만 이제는 같이 꿈을 이룰 때만을 기다리던 아내도 세상을 떠나고 재개발의 압력까지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더 이상 꿈을 미루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