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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소수의견] 변호사, 기자, 배심원이 함께 가는 시리즈를 제안해본다 2013년 완성되어 이미 배급사까지 정해졌던 영화가 2년이 되도록 개봉하지 못했다.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고 결국 배급사를 옮겨 개봉을 하게 됐다. 2009년 1월에 있었던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삼은 손아람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 ‘소수의견’이 그것이다. 철거 반대 시위 현장에 경찰과 철거용역이 들이닥치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다. 이 때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아들이 진압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경찰은 박재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검사는 경찰을 죽인 죄로 박재호를 기소하고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것은 경찰이 아닌 철거용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용역이 아닌 경찰이라고 주장한다. 검사와 철거 피해자의 엇갈린 주장 속에 기자 수경(김옥빈)은 검사.. 더보기
[미스 줄리] 그 누구도 주인일 수 없었다 희곡의 영화화를 종종 본다. 작은 무대, 한정된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촬영과 편집의 기술을 동원해 드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로 가져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분명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로도 만들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리라. ‘미스 줄리’ 역시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희곡이 원작이다. 1890년 세례요한축일(6월24일) 바로 전 날, 줄곧 백야가 지속되는 북아일랜드의 한 남작 집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교적 성일을 앞두고 사람들은 흥청망청 파티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사별한 줄리(제시카 차스테인)는 성인이 됐지만 어머니의 부재와 (짐작컨대) 남작인 아버지의 엄격함 속에서 성장한 탓에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조증과.. 더보기
[극비수사] 결국 소신을 지켜낸 그때 그 사람(들) 날고 기는 픽션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능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이는 요즘처럼 정치, 사회적으로 답답한 일들이 펑펑 터질 때 한숨과 함께 드는 생각이기도 하고 형사와 점쟁이가 유괴범을 잡아낸 일이 실제로 있었고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드는 생각이기도 했었다. 바로 그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실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 ‘극비수사’다. ​1978년 부산, 물고기 잡아 떼돈을 벌고 있는 사업가의 어린 딸이 실종된다. 실종된 지 며칠이 지나도 납치범에게 연락은 오지 않은 채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경찰의 수사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이의 생사를 수소문하던 엄마와 고모는 점쟁이 김중산(유해진)을 찾아가는데 놀랍게도 그가 예언한 날짜에 정확히 납치범으로부터 연락이 .. 더보기
[한여름의 판타지아] 여행을 부르는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입소문이 나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1부와 2부로 나뉜 영화는 1부에선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고조시를 방문하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영화 만들기의 재료를 찾는 감독과 통역을 겸하는 조감독의 이야기를 흑백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컬러로 화면을 전환한 2부는 마치 1부에서 얻은 재료들이 이야기로 엮어져 나온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1부의 감독이 꾸는 꿈같기도 하고 그 자체로 너무나도 맑은 여행 로맨스처럼 보이기도 하다. 영화를 만드는 이의 고민과 그 재료 수집 과정, 모아진 재료들이 어떻게 영화 속에 담아지면서 만드는 이의 인장을 찍어내는지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그 모든 재료들이 영화 속에 환상적으로 녹아들며 관객을 영화라는 꿈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법의 순간을 만나.. 더보기
[쥬라기 월드] 끝내주는 재개장, 끝장나는 탐욕 존 윌리엄스의 '쥬라기 공원' 오리지털 테마음악에 맞춰 22년 만에 재개장한 공룡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의 거대한 풍모가 소개되면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이 밀려온다.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마이클 지아치노가 새롭게 음악 감독이 되었지만 존 윌리암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버리고서 ‘쥬라기 월드’를 재개장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렇게 익숙한 테마음악으로 1993년 시작된 시리즈를 상기시키는 영화는 역시나 끝내주는 흥행기록을 세우며 다시 돌아왔다. 사실 1993년에 공개된 1편 만큼의 임팩트가 있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걸 아는 듯 영화는 전편 보다 더 다양한 공룡들과 더 향상된 테마파크 시스템을 완비했다. 무시무시한 벨로시랩터를 조련 가능한 대상으로 설정한 것도 인상적이다. 문제는.. 더보기
[샌 안드레아스] 구조될 수 없는 재난 영화 여름 블록버스터의 시즌이 열렸다. 빼놓지 않고 재난영화 한 편이 기대를 불러모았다. 샌 안드레아스 지각판에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규모 9,9의 유례 없는 지진이 캘리포니아 주를 뒤엎는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예상됐다. 대한민국과 중국에서만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상영된다는 정보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런데 실제 영화는 도저히 구조될 수 없는 처참한 상태였다. 포스터에 제목보다 크게 들어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라는 카피처럼 영화는 재난으로 영화 속 세상을 무너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의 정신까지 무너뜨린다. 작정하고 총체적 난국으로 만든 것 같다고 할까. 이것이 진정 여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재난 영화란 말인가. 영화는 애초에 사람과 감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계 배우인 윌 윤.. 더보기
[무뢰한] 사랑, 찌르고 껴안는 그 징글징글함 2000년에 ‘킬리만자로’라는 진한 남성 누아르로 데뷔한 감독 오승욱의 두 번째 작품 ‘무뢰한’이 공개됐다. 15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끝에 나온 영화는 그 시간만큼이나 오랫동안 눅진 감성을 스크린에 발라낸 듯하다. 지워지지 않는 장판 얼룩처럼 변하지 않는 징글징글한 남녀의 관계를 담아내 정서적으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용의자 박준길(박성웅)을 쫓는 형사 정재곤(김남길)은 박준길이 나타날법한 곳을 찾다가 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의 주변에서 잠복근무를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것, 버텨내야 하는 버거움과 의지할 데가 필요한 절망이 혼재하는 현실처럼 뒤엉킨다. 관음증으로 간음하는 형사와 지순하고 미련한 여자 한눈에 김혜경을 담은 듯 내내 그녀를 중심에 두고 .. 더보기
[스파이] 스파이가 된 브리짓 존스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시)는 CIA요원이다. 이른바 전략분석하고 현장에 있는 요원에게 지령을 전달, 수행하게 도움을 주는 '내근직'이다. 지하 사무실을 덮치는 박쥐와 쥐 떼에도 아랑곳 않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파트너다. CIA요원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이 멋지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수잔 덕분이다. CIA의 수사를 무력화하고 핵무기를 밀매하려는 마피아의 협박에 아직 신분 노출이 안 된 요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에 단 한 번도 현장에 투입된 적이 없고 날렵한 현장요원의 비주얼과도 거리가 먼, 한마디로 허를 찌를 만한 비밀병기로 수잔이 선택된다. 수잔 쿠퍼가 현장에 투입되면서부터 영화는 코미디와 액션이 절묘하게 섞인다. 탁월한 지략훈련이 된 수잔은 상부의 명령 그 이상으로 사건 속.. 더보기
[스틸 앨리스] 여전히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이란 인간이란 참 오묘한 존재다. 품고 있는 에너지도, 가능성도 그 최소와 최대의 경계를 분간하기 어려운 일들을 보여주는 참으로 오묘한 존재다.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50세에 조기성 알츠하이머가 자신 안에 발병했음을 알게 된 앨리스(줄리안 무어)의 삶을 스크린을 통해 들여다보면서도 이 생각을 하게 됐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앨리스를 여전히 앨리스로 만드는 것일까. 영화가 남기는 단어는 '사랑' 그리고 '의지'였다. 기억이란 결국 모두 과거가 남긴 산물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깟 과거의 산물 따위 없으면 어떻겠는가 싶겠지만 그렇게 쉽게 단정 지울 수도 없다. 기억이 온전했던 내가 남긴 메시지를 보고 그대로 수행하는 .. 더보기
[위아영] 언젠가는 알게 되리 노아 바움백의 ‘위아영’은 ‘프란시스 하’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녹록치 않은 젊음의 모습을 그린다.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젊음이 주인공이었던 ‘프란시스 하’와 달리 ‘위아영’은 그 젊음을 좇는 허황한 바람을 타게 되는 중년의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 젊음의 가치와 의미, 나이듦에 대해서 두루 생각하게 한다. 어쨌든 혼란을 겪는 주인공이 결국엔 깨달음을 얻는 계기를 만나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구조나 쉼 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우디 앨런 스타일’까지 만날 수 있는 여전한 노아 바움백의 영화이다. 중년의 조쉬(벤 스틸러)와 코넬리아(나오미 왓츠) 부부에게 20대 커플인 제이미(아담 드라이버)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살아가는 방식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관습적이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