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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도킹할 수 있는 감동 인터스텔라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도킹할 수 있는 감동 판이 완전히 바뀐 가까운 미래가 펼쳐진다. 엔지니어 따윈 이제 필요 없고 환경오염과 식량난에 허덕이며 땅을 일궈 농사짓는 게 가장 생산적인 일처럼 보이는 미래의 세상이 보인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사기극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져 교과서 내용까지 이미 바뀌었고 미국항공우주국 NASA도 해체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는 가까운 미래이지만 지금과는 판이 완전히 바뀐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 안에서도 인류는 생존을 제1과제로 두고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고 위기를 극복해 인류에 더 나은 미래를 발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것은 나의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전 인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희.. 더보기
[현기증] 균열에 무참히 무너져 내린 내성적 가족의 참극 현기증 균열에 무참히 무너져 내린 내성적 가족의 참극 어릴 적 성냥갑을 통째로 쏟아놓고 성냥을 사방으로 하나씩 쌓아 올리면서 탑을 쌓는 것으로 심심함을 달랬던 경험이 있다. 무너질까 쏟아질까 조심조심하며 쌓아 올려가지만 그 성냥탑은 구조 자체가 약하디 약해서 그다지 높게 올라가지도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무너지는 순간 안타까운 탄성과 함께 마지막까지 조심하지 못했던 그 순간에 대한 후회가 생긴다. 그러나 그 후회가 오래 갈 성격의 것은 아니다. 어차피 심각한 일의 시작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무너졌던 성냥탑 쌓기의 기억이 간혹 악몽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을 하거나 예민해져 있을 때 성냥탑 쌓기처럼 한 순간의 실수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망상이 불안하게.. 더보기
[나의 독재자] 이 시대가 당신에게 부여한 배역은 무엇입니까? 나의 독재자 이 시대가 당신에게 부여한 배역은 무엇입니까? 흔히들 세상은 거대한 무대이고 삶은 연극이라는 비유를 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연기를 하는 배우와 같다는 비유도 뒤따른다. 상황과 입장에 따른 역할을 수행하는 삶이 커다란 덩어리의 연극 같다고는 하지만 정해진 대본에 따라 연출되고 연기하는 연극과 삶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극을 위해 주어진 배역을 연기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닌 극 속 인물이 되어야 하는 작업이지만 삶이 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다른 인물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기하는 직업을 가진 배우들은 어떨까. 그들은 연기해야 할 배역과 자신의 본 모습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간극을 극복하는 게 쉬울까. 배역을 연기하는 것.. 더보기
[카트]생필품을 담은 카트를 밀며 저항하는 동력,'여성' 카트 생필품을 담은 카트를 밀며 저항하는 동력, '여성' 는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일했던 노동자들이 한 순간 계약해지, 해고 통보를 받고 더 이상 참고 넘어갈 수 없는 부조리한 처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단순히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이 순전한 픽션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동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관객을 분노하게 하고 눈물짓게 하고 한숨짓게 하는 부분은 실제로 노동자들이 겪었던 모질고 부당한 처사들에 대한 반응이다. 만들어진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다룬 르뽀를 볼 때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았던 것은 영화가 관객을 선동하며 그들의 주장에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려는 얕은 수를 쓰지 않고 냉철하게 현실을 담아내려.. 더보기
[보이후드] 마음에 훈훈한 보일러 놓아준 듯한 감동 보이후드 마음에 훈훈한 보일러 놓아준 듯한 감동 우연하게 책장 한쪽에 놓인 지난 물건들 속에 일기장에 손이 가서 펼쳐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입가엔 미소를 머금은 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펼쳐본 사진첩을 볼 때도 그랬고 난생 처음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던 때에도 그렇게 과거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빠져들게 만들었었다. '그래! 나 그 때 그랬었지. 그 때 그런 일들로 웃고 울었었지. 시간 참 빨리도 흘렀구나.' 이런 생각의 끝에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아! 그 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이러네. 그 때부터 그걸 했던 걸 보면 난 정말 그걸 좋아하나 봐.' 하는 생각 말이다. 과거의 나는 동서남북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것처럼 그저 시간을 타고 왔지만 그 시간을 돌아보는 지금의 .. 더보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세상 모든 부부에게 여전히 유효한 결혼 이야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세상 모든 부부에게 여전히 유효한 결혼 이야기 이명세 감독,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1990년 작품이 24년 만에 리메이크 됐다. 이제 연애 기간을 접고 결혼을 하기로 마음 먹은 영민(조정석)이 미영(신민아)에게 청혼하는, 변함없이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찬란하지만 험난한 결혼 일지가 시작된다. 임찬상 감독의 2014년 작품은 원작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무리수 두지 않은 포근한 선물 같다. 동일한 맥락의 오프닝 시퀀스 위로 '워싱턴 스퀘어'가 흘러나올 땐 원작에 대한 향수로 마음이 울컥해진다. 옴니버스처럼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과 고스란히 옮겨온 중국집 시퀀스, 뿌연 유리창에 손글씨로 메시지를 담은 것까지 소박하게 옮겨왔다. 한편 마치 연극처럼 .. 더보기
[메이즈 러너] '나대지 말라'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를 보다 메이즈 러너 '나대지 말라'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를 보다 폐소공포증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미로다. 예전에 놀이공원에 있는 미로에 들어갔을 때, 분명 즐기라고 마련된 공간이 숨막히게 했던 기억이 있다. 2미터 남짓의 거울 벽으로 둘러싼 단순한 미로가 놓여진 전시회에서도 현기증이 일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속 눈 덮인 미로 숲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도, 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미로 숲도 보는 내내 숨막히게 했다. 는 그런 내게 남다른 압박감을 줄 것이 예상되는 영화였다. 그러나 어차피 미로를 벗어나게 되는 이야기일 것이기에 그 모험이 줄 쾌감이 기대됐고, 미로를 벗어나는 순간 드러날 비밀의 정체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미로를 벗어나려고 달리는 인물들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그.. 더보기
[자유의 언덕] 잠자는 모리의 시간은 자유 자유의 언덕 잠자는 모리의 시간은 자유 일본인 모리(카세 료)는 과거 한국에서 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지낸 적이 있단다. 지긋지긋하게 더러운 어학원 내 남성 직원들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그 곳에서 만난 권(서영화)은 모리에겐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한국 여성이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에 찾아온 까닭도 과거 자신이 청혼했던 권을 만나기 위함이다. 그러나 권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매일 권의 현관문에 메모를 붙이고 오지만 떼어지지 않은 메모로 보건대 그녀는 거기에 없는 것 같다. 모리가 남긴 편지 뭉치를 권은 받아든다. 몸이 안 좋아 산 속으로 요양을 다녀온 듯한 권은 모리의 편지를 읽는다. 한 장이나 읽었을까, 자리를 옮기려했으나 현기증에 쓰러져 편지 뭉치를 떨어뜨리고 만다. 떨.. 더보기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의 초록은 보이는데, 이재용 감독의 초록은 보이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의 초록은 보이는데, 이재용 감독의 초록은 보이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꾼들이 제일 잘 안다. 먼저 알아보고 그걸 어떻게 매만져볼까 궁리해본다. 좋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그러할 것이다. 작가도 감독도 이야기꾼이니 서로 통하는 그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작인 소설이 뛰어나다고 그 이야기만 고스란히 옮겨오기 위해 감독이 이야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고 해도 책과 영화라는 매체가 다르듯이 자신의 색깔을 입힐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옮겨오면서 자신의 인장도 찍어낼 수 있는 작품 말이다. 독자이자 관객인 입장에서도 매체에 따라, 만든 사람에 따라 다른 개성이 드러나는 결과물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 더보기
[타짜-신의 손] 영리하게 함정을 벗어나는 타짜 같은 속편 타짜-신의 손 영리하게 함정을 벗어나는 타짜 같은 속편 '좋았다니 다시 한번'의 마음으로 수많은 이야기의 후속편이 만들어지지만 '다시 한번 하니 더 좋았더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경험이 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먼저 됐다. 더군다나 캐스팅도 1편에 비해 약해 보였고 연이어 의 연이은 흥행 성공을 기록하던 강형철 감독이 만든다는 말에 세 번째는 실패로 기록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은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다시 한번이니 더 좋았더라'까지는 아닐지라도 '다시 한다고 똑같은 레인 위에 있을 필요는 없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것에 오히려 놀랐다. 우려했던 함정을 보기 좋게 빠져나간 만듦새의 영화는 그야말로 타짜 같았다. 야망을 품고 줄타기를 하던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