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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내 모든 걸 버리더라도 지키고 싶은 빛 ‘차이나타운’은 그간 너무나 익숙하게 남성의 땀내로 범벅이 됐던 누아르에 남성 대신 여성을 배치하며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등장하는 장면의 시간이 길지도 않고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님에도 극 전반을 휘어잡고, 대사도 몇 마디 안 되는데 대부분의 명대사가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온다는 점에서 ‘엄마’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좋은 배우라는 믿음을 쌓아가고 있는 김고은은 물론이고 엄태구, 조현철, 고경표 등 독립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포용하는 미술과 조명, 촬영이 만든 미장센만으로도 느와르임을 증명한다. 보통 누아르에 등장해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신비로운 여성 캐릭터를 ‘팜므 파탈’이라 일컫는다. 파멸까지는.. 더보기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나답게, 나로 사는 충만한 삶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었다. 그 다른 나는 어떻게 살았을지 확인하고 힘을 얻고 싶었다. 72억 지구인 중에 나처럼 사는 사람이 한둘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불안함이 없을 수 없다. 한마디로 아직 덜 된 것이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를 훔쳐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의 삶을 추적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시작은 경쾌했다. 작업 중인 책에 쓸 옛 사진 자료를 찾던 중 경매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담긴 네거티브 필름을 380달러에 사들였다는 존 말루프의 이야기가 방정맞은 인터넷 강의 강사의 말투처럼 지나가고 주루룩 화면에 쏟아져 나오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짧은 탄성이 터져 .. 더보기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남긴 피로감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가 아니라 ‘여름이니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영화 사이트를 통해 1년 전부터 개봉일을 확정 발표하고 개봉 몇 달 전부터 프로모션을 해대는 통에 늘 기대감으로 개봉날을 계산하고, 개봉일을 앞두고서는 화면 좋고 사운드 좋은 극장의 명당자리를 콕 집어 예매하고 기다리게 하는 것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다. 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참 좋아한다. 올해 역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시작으로 예년보다 이른 4월 초부터 블록버스터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여름의 포문을 여는 블록버스터의 개봉은 시장을 선점하려는 틈새전략과 맞물려 점점 시작되는 시점이 빨라지는 듯하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으로 5월도 이르다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4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여튼 ‘분노의 질.. 더보기
[더 토이북] 수집광 저자와 소통하는 재미를 주는 책 더 토이북 수집광 저자와 소통하는 재미를 주는 책 잡지도 아니고 디자인책도 아닌데 넓직한 판형에 틴로봇을 표지에 내세운 책을 만났다, '국내 최대 장난감 박물관장 손원경의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장난감 이야기'라는 설명을 표지에 입은 이 책은 말 그대로 오랜 시간동안 전 분야의 다양한 장난감, 토이들을 수집해 온 수집가 손원경이 말하는 장난감의 역사이자 장난감 보고서이다. 동시에 장난감 수집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전문적인 영역이 된 사람이 말하는 산업으로서의 장난감 수집 또는 키덜트 문화의 현재와 미래의 비전까지 제시하는 책이다. 시리즈를 비롯해 등 마블코믹스, DC코믹스의 액션 히어로들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디자인이 담긴 손원경 저자의 수집품과 그 소개글은 세세하고 꽤 전문적이어서 읽는 내내 고개를.. 더보기
[장수상회]누군가 나를 위하여, 그렇게 내 곁에서 장수상회 누군가 나를 위하여, 그렇게 내 곁에서 아마도 50년은 더 됐을 과거, 사방이 논밭이었던 서울의 수유동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김성칠은 좋아하는 여학생을 졸졸 따라 걷다가 들꽃을 넘겨받는다. 풋풋한 프롤로그가 지나면 이어 웃음기 없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문을 열고 나오는 노년의 김성칠(박근형)이 등장한다. 사방이 논밭이었던 그 때에 비하자면 사방이 모두 개발되고 번화해진 것 같은 시대이건만 사람들은 재개발에 눈독을 들인다. 유일하게 재개발 승낙을 하지 않는 김성칠 노인 때문에 재개발 계획은 진전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노인을 설득하기 위해 미인계를 동원하기로 한다. 김성칠 노인의 이웃으로 이사온 임금님(윤여정)과의 만남을 통해 굳게 닫힌 김성칠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재개발 계획에 동.. 더보기
배우의 연기력은 8할이 감독의 역량 배우의 연기력은 8할이 감독의 역량에서 나온다 영화 홍보 차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씨 인터뷰 중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손석희 앵커가 윤여정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는 얘기를 하자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감독이 잘해서 그런 것이다, 배우의 연기를 뽑아내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다' 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이 말은 지나치게 감독을 칭송하는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내 납득의 끄덕임을 불러오는 말이었다. 참으로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는 능력은 감독에게 꼭 필요한,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자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연기라는 특기를 지닌 직업인으로 배우를 생각할 때 경력이 쌓이면서 노하우를 알고 경험을 통해 감정을 잘 표현해내면서 기능적인 발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보기
[스물] 과장된 형용사로 수식하지 않고 그대로의 '스물'을 담다 스물 과장된 형용사로 수식하지 않고 그대로의 '스물'을 담다 스물. 미성년과 고등학교라는 족쇄에 갇혀 제한 받던 일상에 자유의 문이 열린다. 자유만큼 책임의 양도 늘어나는 게 사실이지만 자유의 문턱을 이제 갓 넘어선 자들에 대한 포용 또한 허용되는 시기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미성년과 고등학생 시절이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늘 답답한 옥살이 같지만은 않은 것처럼 스물이 되고 자유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특권이 허용되는 유일한 성년의 한 때가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객기와 허세, 치기 어린 뻘짓거리의 연속으로 보낸 시기였다 싶으면서도 슬며시 미소가 나오게 되는 회상을 안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더보기
[채피] '어쨌든' 닐 블롬캠프의 귀환 채피 CHAPPiE '어쨌든' 닐 블롬캠프의 귀환 2016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 스카우트의 개발로 범죄 소탕 비율은 높아진다. 성과를 인정받는 로봇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능 뿐만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본능까지 탑재한 로봇 개발에 열중한다. 한편 로봇이 인간을 초월하는 것을 경계하며 기계는 온전히 인간에 의해 통제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무기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에게 디온의 승승장구는 눈엣가시 같다. 범죄로 한탕 하려는 일당들 역시 경찰 로봇을 무기력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로봇과 로봇 개발자들, 한탕을 노리는 일당들의 상황이 영화의 한 축씩 차지하며 를 채워나간다. 2009년 으로 전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 더보기
[버드맨] 그 날갯짓에 미소 지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버드맨 그 날갯짓에 미소 지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깨달은 자는 날개를 단 듯 자유롭고 행복하다, 마치 새가 되어버린 인간처럼. 왕년에 액션 히어로 '버드맨'을 연기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그러나 십여 년 전 영예는 사라지고 이제 새로운 길에서 재기를 꿈꾸며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을 연극으로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달리 연극을 올리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상대 배우는 사고가 나고 대신 들어온 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튼)는 메소드 연기를 펼친다며 술을 퍼 마시고 폭력적인데다 제멋대로 행동한다. 연인이자 함께 연극에 출연하는 로라(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까칠하고, 이제 막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둔 레슬리(나오미 왓츠)는 낮은 자존감으로.. 더보기
[이다] 칼날을 심은 눈을 뭉쳐 살포시 던지다 이다 칼날을 심은 눈을 뭉쳐 살포시 던지다 4:3비율의 화면에 담긴 아름다운 흑백 화면으로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 개봉한다. 50여 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고 2월 말에 열릴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부문에 후보 지명된 작품 가 그것이다. 는 마치 하얀 눈 속에 날카로운 칼을 심어서 뭉친 눈덩이를 살포시 관객에게 던지는 듯한 작품이다. 순수한 눈처럼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신을 향한 헌신을 약속하기 직전의 소녀 앞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그 후의 미세하지만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녀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며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2차 세계대전 독일 점령기에 무참히 자행된 유대인 학살이 남긴 상처와 우울함이 어느 하나 풀리지도, 치료되지도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