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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더 씨] 욕망이 가라앉은 바다 한가운데 떠오른 인간성 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 욕망이 가라앉은 바다 한가운데 떠오른 인간성 1819년 향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떠난 포경선 에식스호. 고래를 잡아 획득한 기름으로 돈을 벌고 신분상승도 하고 싶어하는 선원들의 욕망은 위험천만한 바다로 가는 여정에 힘을 불어넣는다. 일주일, 열흘에 끝날 일이 아니고 수개월 아니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길임에도 부와 명예는 그들을 바다로 떠나게 할 명분이 되어준다. 마침내 고래가 떼로 서식하는 지점에 도달하고 고래를 잡아 기름통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는 희망적인 순간도 잠시, 엄청난 움직임이 이들에게 다가온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왕고래의 존재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 받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고래잡이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할 뿐이었다. 두려움 반, 의심.. 더보기
[우먼 인 골드] 후세를 위해 지켜야 할 것 나치 점령 하에 오스트리아에 살았던 유대인 마리아 알트만(헬렌 미렌)은 언니의 사후 발견한 편지에서 나치에게 몰수당한 가족의 물품들을 되찾을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한다. 그 물품 중에는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숙모 아델레의 초상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도 포함되어 있다. 나치의 강탈 후 ‘우먼 인 골드’라는 제목으로 바뀐 채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사랑받는 초상화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알트만 가의 개인 소유물이었던 것이다. 가족의 물품들을 환수하기 위해 변호사 랜드 쇤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와 함께 8년간 싸워야했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 ‘우먼 인 골드’다. 환수란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것을 원래의 주인에게 법적 효력을 지니는 방식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더보기
[손님] 피리 부는 광대의 피눈물 호러 영화를 찾아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비디오테이프에 실려 바이러스처럼 떠도는 원혼이 주는 공포를 담은 ‘링’(1999년 김동빈 감독 연출, 신은경 주연의 한국판)을 본 후 호러 영화를 잘 보지 못했다. ‘링’을 본 후 눈을 감고 머리를 감는 게 공포였다. 한편 김태경 감독이 연출하고 김하늘이 주연한 ‘령’(2004)을 본 후 한국의 호러 영화도 잘 보지 않는다. 억지스런 짝퉁 깜짝 쇼에 싸구려 공포를 맛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1950년대, 아들 영남(구승현)의 폐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악사 우룡(류승룡)은 폭우가 쏟아진 밤 이후 암시처럼 열린 산골마을로 들어선다. 외지인을 극도로 경계하고 촌장(이성민)이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이 마을의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며 피.. 더보기
[인사이드 아웃] 내 안의 슬픔을 보듬게 만들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애니메이션은 2차원에서 3차원의 세계로 열린 것 같다. 이제 30년을 맞은 픽사의 작품은 꾸준히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고 감동의 크기를 더해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잊을 수 없는 픽사의 작품은 ‘업’과 ‘토이스토리 3’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와 슬픔, 놓치고 지나친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푹푹 찌르면서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영원한 행복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과도 맥을 달리 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 점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픽사를 자리매김하게 했다. 픽사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역시 삶이 기쁨만으로 가득 채워지지는 않음을, 슬픔도 그 자리에서 가.. 더보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끝내준다, 돈 버는 데 굴러가는 머리들 영화를 건지는 대사가 있다. 영화를 대표하고 상징하며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한마디는 영화의 천군만마 같지 않을까? ‘아윌비백 I'll be back'이야말로 그런 대사를 꼽으라면 역대 최강이 아닐까. 그 한마디로 나오지도 않은 장면에 기대치를 갖게 했고, 나오지도 않은 속편을 애타게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슨 언약인 것처럼 돌아온 속편에 명분까지 제공해준다. 그 대사 하나를 값으로 따진다면 얼마를 책정할 수 있을까?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치자면 5편 격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돌아왔다. 확실히 1편(1984년)과 2편(1991년)을 골고루 뒤섞어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냈다. 내용으로 따지자면 가장 적절한 3편으로 불릴만한 작품일 듯하다. 아예 3편(2003년), 4편(2009년)을 지워버리.. 더보기
[드라마-심야식당] 모작을 하면서 진품이고자 했던 의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심야식당’이 국내 개봉 2주 만에 관객 10만 명 돌파라는 값진 성과를 냈던 주말에 한국판 드라마 ‘심야식당’의 방영이 시작됐다. 한국 시청자의 정서를 고려해 원작에서 몇몇 요소를 삭제했다는 연출가 황인뢰의 발언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기에 그가 지향한 한국형 ‘심야식당’의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하여 첫날 본방을 시청했다. 결과는 방송 직후 SNS에 쏟아진 싸늘한 혹평이 대신 말해주는 것 같다. 연출가의 사전 발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해도 한국판 ‘심야식당’은 원작을 한번이라도 ‘본’(호불호와는 별개)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실망감을 줄만했다. 도심 속 후미진 공간에 마련된 작은 식당,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되고 특별한 메뉴판도 없이.. 더보기
2015 상반기 베스트 10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싸움을 하고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었어도 해는 바뀌었고 계절은 흘렀다. 마치 갑갑한 세상이 전 세계 트렌드라도 된 냥 영화에도 그런 세상이 여러 시각을 통과하며 반영됐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그것을 확인하며 웃고 울고 탄식을 내뱉었다. 메르스 때문에 마스크와 3D안경을 함께 쓰고 빛을 삼킨 스크린을 응시하는 모습은 2015년 상반기를 상징하는 한 컷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 미래 세대를 다룬 영화를 만들 땐 꼭 콧잔등에 마스크와 고글로 인해 눌린 상처가 지워지지 않아 유전처럼 이어지는 디자인을 꼭 해주길 바란다. 2015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10을 꼽아봤다. 한국영화의 부진, 다양한 외국영화의 선전, 여성 캐릭터의 약진을 말할 수 있겠다. 좋은 영화를 말하는데 제작 예산을 논하기보단.. 더보기
[나의 절친 악당들] 임상수가 돌아왔다 임상수 감독이 돌아왔다. ‘나의 절친 악당들’이라는 제목에, 액션 영화인가 싶게 보이는 예고편에, 류승범 이라는 핫한 아이콘까지 가세했다. 임상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20세기폭스가 ‘런닝맨’과 ‘슬로우 비디오’에 이어 투자, 배급하는 한국영화라고 하니 뭔가 이전의 임상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여름용 블록버스터급으로 나오려나보다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이건 그냥 임상수 영화였고 20세기폭스가 투자, 배급하면서 최소한 영화에 대해선 휘두른 권한이 없었나보다 싶기까지 했다. 실제로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영화 투자에 임하는 폭스의 각오가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폭스는 제작비를 다 대고, 감독에게 창작에 관한 전권을 주는 대신 영화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갖는다.” 역시나 이것은 임상수 감독에게 전권이 주.. 더보기
[소수의견] 변호사, 기자, 배심원이 함께 가는 시리즈를 제안해본다 2013년 완성되어 이미 배급사까지 정해졌던 영화가 2년이 되도록 개봉하지 못했다.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고 결국 배급사를 옮겨 개봉을 하게 됐다. 2009년 1월에 있었던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삼은 손아람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 ‘소수의견’이 그것이다. 철거 반대 시위 현장에 경찰과 철거용역이 들이닥치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다. 이 때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아들이 진압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경찰은 박재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검사는 경찰을 죽인 죄로 박재호를 기소하고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것은 경찰이 아닌 철거용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용역이 아닌 경찰이라고 주장한다. 검사와 철거 피해자의 엇갈린 주장 속에 기자 수경(김옥빈)은 검사.. 더보기
[미스 줄리] 그 누구도 주인일 수 없었다 희곡의 영화화를 종종 본다. 작은 무대, 한정된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촬영과 편집의 기술을 동원해 드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로 가져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분명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로도 만들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리라. ‘미스 줄리’ 역시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희곡이 원작이다. 1890년 세례요한축일(6월24일) 바로 전 날, 줄곧 백야가 지속되는 북아일랜드의 한 남작 집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교적 성일을 앞두고 사람들은 흥청망청 파티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사별한 줄리(제시카 차스테인)는 성인이 됐지만 어머니의 부재와 (짐작컨대) 남작인 아버지의 엄격함 속에서 성장한 탓에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조증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