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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light on the stage

[맨 오브 라만차] 꿈 꿀 수 있는 삶의 가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

세르반테스/돈키호테 : 홍광호    알돈자 : 이혜경      산초 : 이창용       도지사 : 최민철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각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1965년 초연 이후 토니상을 휩쓸었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공연되며 감동을 전하는 뮤지컬이다.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이 워낙 유명한 뮤지컬 넘버라서 낯설지가 않았다.

 

뮤지컬은 한마디로 꿈을 꿀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예찬이자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어떤 쪽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인상이라면 뮤지컬은 꿈 꿀 수 있는 이상주의자 편에 완전하게 손을 들어준다. 그리고 그것이 뮤지컬 장르와 더욱 어울리는 각색이라고 여겨진다.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그런 미친 세상 속에서 어떤 것이 정상적인 삶인지, 정상적인 삶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진정 정상적인 삶인지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는 묻는다. 꿈꾸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현실적으로 이성을 찾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현실은 거짓이라고 말하는 돈키호테의 속삭임은 무심코 뱉는 대사로 지나가지만 강렬하게 인상을 남긴다.

현실적인 삶을 사는 것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 듯 보이고 그것이 수월해 보이지만 그것은 미쳐 돌아가는 세상의 주술에 홀린 대답일 수 있다. , 어쩌면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살면서 놓아서는 안 될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쳐버린 부패한 세상과 타협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망치는 세상을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하거나 세상살이를 통해 만난다. 권력자의 아들은 역시나 법망을 피해가고 부패한 정치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진상을 부린다. 그렇게 망쳐버린 세상의 리듬이 주는 빨간 구두를 신고 발목이 끊어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춤을 추느니 비록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그것을 추구하며 저항하며 아름답게 사는 것이 참된 인간의 삶이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리고 말았던 그 이상주의자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돈키호테에 의해 둘시네아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갖게 된 창녀 알돈자. 돈키호테의 이상주의는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눈을 알돈자에게 선사했다. 알돈자가 기력을 잃고 이성을 차린 노인 알론조를 찾아가 그의 최후를 돈키호테로 마칠 수 있도록 일깨우고 스스로의 이름을 '둘시네아'로 받아들이는 (극중극의) 엔딩은 꿈꾸는 것의 가치를 설파하는 극의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엔딩이기도 하다.

 

뮤지컬을 볼 때 이야기의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1막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오직 결론을 내기 위해 내달리는 2막을 보면서 한숨을 쉬게 했던 뮤지컬들이 있었다. <맨 오브 라만차>는 간단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극중극 형식을 취하며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내지만 그것이 굉장히 조화롭게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는 데 있어서 논리적 결함이 없다. 돈키호테에 의해 둘시네아로 불리게 되는 알돈자가 어떻게 돈키호테의 생각에 감화되고 설득이 되는지의 과정만 봐도 이 뮤지컬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배우 홍광호의 보컬 연기는 관객을 압도했다. 1막의 끝 'The impossible dream'을 부를 때 노인인 돈키호테와 젊은 세르반테스를 오가는 보컬의 변형과 강약의 조절은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다.

꿈 꾸는 것의 가치, 꿈 꿀 수 있는 기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였다.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