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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light on the stage

[2012 김동률 콘서트 감사] 빛과 소리의 향연

 

 

김동률 콘서트 <감사>의 서울 공연 첫날. 분명 전쟁과도 같았을 예매 경쟁에서 살아남은 미영님 덕에 호강했다.

김동률님도 이번 공연 특히 서울 공연의 매진속도가 지금까지의 공연 중 가장 빨랐고 그래서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맨 앞줄 5열까지 앉아계신 분들은 조금 무섭다는 농담까지 건넸다.

부산과 대전을 거쳐 이번 <감사>투어 세 번째 도시인 서울. 서울에서의 공연 첫날을 열면서 서울은 마치 홈 그라운드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고 한편으로는 좀 무섭다고도 했다. 뭔가 검사 받는 기분이라고. 노래와 노래 사이에 이 말을 여러 번 한 것과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님도 인터미션 공연을 하면서 서울 관객들에 대한 멘트를 했을 정도로 서울 공연에 대한 긴장감이 남다른 듯 보였다. 그 긴장감은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된다.

 

'김동률 콘서트'는 처음 봤는데 여러모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다.

우선 김동률이라는 뮤지션이 굉장히 섬세하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고음을 잘 내질러서가 아니라 그 표현이 굉장히 섬세했다. 2부 중간쯤 '뒤에 트리플 콤보가 기다리고 있어서 긴장이 되네요.' 라고 말했을 정도로 라이브로 부르기 어려운 곡이 포진되어 있었는데 그걸 한치의 오점 없이 완벽하게 공연해냈다. 2부 마지막 곡인 '동반자'를 부를 때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지막까지 원곡 그대로를 공연해내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완벽한 조명, 빛과 소리의 조화

첫 곡 '그림자'는 막이 온전히 열리지 않고 막 뒤로 피아노를 치는 김동률의 실루엣이 보이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막이 열리며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과 조명은 마치 피아노의 숲 한 중간에 놓여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고 마이크를 들고 노래할 때도 그렇고 조명은 음악이라는 선율을 따르고 김동률과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마치 환상의 세계를 체험한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조명이었다.

이는 '동반자'를 부를 때 절정이었는데 음악의 클라이막스에 절정의 순간이 변주되는 것처럼 조명이 바뀌고 눈 앞에 김동률의 실루엣만 둥 떠있는 듯 보일 때 환상 그 이상의 지경이었던 것 같다.

 

정돈된 관람 분위기

'김동률 콘서트'의 분위기는 마치 클래식 공연의 분위기와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긴 했지만 정말 그런 경험을 하니 이 또한 신기했다. '서울 공연 첫날이라서 막 분출하지는 못하고 저한테 눈으로 신호만 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이런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라고 말했을 정도로 객석은 차분했다. 가령 가창이 극을 치고 포즈가 있을 때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을 텐데 김동률의 공연에선 그런 순간까지도 관객은 숨죽였다. 그리고 온전히 한 곡이 끝났을 때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중간에 '혹시나 하고 말씀 드리지만 템포가 있는 노래는 이번에 부를 노래 뿐입니다.'라고 재치 있는 힌트를 주며 '그땐 그랬지''내 오랜 친구들''Jump'를 부를 때 관객들이 일어나서 박수로 함께 리듬을 탈 때 꽃가루총이 무대 양쪽에서 펑펑 터지는 현란한 순간도 있었다. (그 꽃가루가 옷 속으로 들어가서 귀가 후 옷 갈아입다가 발견..) 그러나 내내 차분한 분위기와 노래가 끝나서야 환호가 박수가 터지는 것은 공연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김동률님 스스로도 이런 분위기이기에 노래에 더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앵콜 곡으로 '희망'을 부르고 '기억의 습작'을 부르는데, 정말 이건 한마디로 '최고'였다.

김동률님이 버클리 재학 중 낸 앨범 <희망>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 당시 워크맨에 이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들으면서 학교에 가다가 '희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섰을 정도였다. 마치 <오페라의 유령>처럼 장엄하고 절절한 분위기와 뮤지컬 적 요소가 담긴 곡을 들으며 이것이 김동률이 버클리에서 공부하면서 하고 싶었던 음악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노래를 바로 앞에서 라이브로 듣자니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기억의 습작'이 아니어도 좋았겠지만 특히 올해의 콘서트에서 '기억의 습작'을 부르지 않을 수는 없었을 터. 이 노래가 공연의 마지막이 되는 것이라서 그런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것 같았고, 절정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그 연주를 따라 방점을 찍어주는 조명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 곡까지 온전히 끝이 나고 막이 닫히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환호와 함께 쏟아지는 기립박수와 김동률의 마지막 인사. ! 이것이 김동률 공연의 관객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절제되고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대학가요제 대상곡으로 '전람회'를 존재하게 했던 '꿈속에서'도 콘서트 버전으로 들으니 훨씬 더 좋았다. 고상지씨의 반도네온 연주로 더욱 절절한 분위기가 더해졌던 '뒷모습'에 이어 인터미션 공연을 했던 고상지씨의 '발랄한' 모습도 좋았고, 놀랄만한 피아노 나원주씨를 비롯 17인조(?)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연주와 브라스, 기타 모두 환상적이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부를 때 코러스가 약간 크게 들려서 갸우뚱 했었는데 '이방인' 때 코러스는 완벽하게 환상적이었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웠던 공연, 진정 명불허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