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디트로이트의 한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로드리게즈는 그 뛰어난 재능에 발탁되어 <COLD FACT>라는 음반을 내게 된다. 그것도 모타운의 운영자가 소유한 메이저 레이블에서 나오게 된다. 그의 가사는 폐부를 찌르듯 날카롭고 시처럼 아름답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큰 성공이 보장될 것 같았던 앨범은 흔적도 남기지 못할 만큼 실패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제로였지만 지구반대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히어로'가 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남아공에선 엘비스나 비틀즈보다 위대한 가수가 로드리게즈라고 말하여질 정도로 그의 음악은 남아공에서 운명적으로 통했다. 아파르트헤이트로 표현되는 인종차별억압정책 하에 있던 70년대 남아공에서 그의 음악은 음악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에서 자신의 음악이 이토록 사랑 받고 있는 줄을 모른 채 음악을 놓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때와 장소를 잘못 찾아가 성공을 알아차리지 못한 천재적인 아티스트의 이야기는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로드리게즈가 미국에서 낸 음반 두 장은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고 그는 음반사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끝이었다. 하고 싶었던 음악을 못하게 됐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 후 그의 삶이 가난과 고역으로 점철됐을 것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그의 삶이 후회와 패배의식으로 가득한 어두운 삶일 것을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실제 로드리게즈의 삶은 그런 상상을 뒤엎는다. 물론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으나 그 어떤 것도 그의 삶을 어둡게 만들지는 못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남아공에서는 엘비스보다 유명한 게 그의 음반이라는 본인은 손에도 잡아보지 못했던 성공을 말하는 사람 앞에서 그가 보이는 반응,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보는 사람을 전율하게 만든다. 뒤늦게 자신이 어디에선가 큰 성공을 거뒀음을 알았을 때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던 영화를 누리지 못하고 놓쳤던 것에 대한 아쉬움 따위의 반응이 있어야 할 텐데 그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인간이 흔히 가졌을 욕심, 욕망, 집착, 후회 같은 것이 없이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그는 그 자체로 향기가 나는 삶을 살아낸 것이다. 그의 음반에 Jesus Rodriguez라고 사용했던 이름처럼 그의 삶의 태도는 마치 Jesus 같았다.
그는 음악으로 저항했으나 그것은 인기를 위한 위장이 아니었고 순수한 자신의 표현이었다. 그런 표현은 음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의 세 딸이 증언해내는 그의 삶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물질과 명예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인간으로서 스스로 존엄한 삶을 살아냈고 그 삶을 유산처럼 세 딸에게 물려준 사람. 뒤늦게 명성을 알게 되고 5천석 규모의 공연장이 6번 모두 관객으로 들어찬 공연을 했음에도 그의 삶에 달라질 것은 없었다.
1998년에 모든 것이 밝혀진 이 동화 같고 기적 같은 실화가 왜 그 때 화제가 되지 않았고 이제서야 다시 한 번 재발견된 것처럼 보이는가 갸우뚱할 수 있지만 그 답은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의 자세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삶에 향기를 지닌 사람이 주는 영향력과 영감과 여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간의 제한 없이 그 향기를 전할 수 있다. 이것이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이 지닌 진정한 가치,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한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사람의 삶은 보는 이를 전율케 한다.
대한민국에서 발표된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삽시간 만에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퍼지고 그 인기가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르는 시대에 날아온 동화 같지만 온전히 실화인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는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것저것 주머니를 가득 채운다고는 하지만 마음 한 곳이 늘 공허한 현대인에게 큰 감동을 준다.
한편으로 인생에 있어 타이밍이란 얼마나 중요한지, 운이란 얼마나 기가 막힌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 속에 한 사람은 그나마 그가 죽기 전에 그의 노래가 발견되고 인정 받은 것이 어디냐고 말한다. 죽어서나 유명해졌을 예술가들, 죽은 후에도 인정 받지 못했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비하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성공이 그가 인지할 수 없는 때와 장소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손에 잡을 수 없는 보물과도 같았다.
그는 인생의 한 순간 그 보물을 손에 넣었지만, 마치 잡은 물고기를 방생하는 것마냥 그 보물을 놓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평온하다. 어쩌면 대단한 그의 음악이 인기를 얻었든 얻지 않았든 그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온전히 그의 삶을 살 수 있게 했던 것이 진정한 인생의 행운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삶을 방해하고 흐트러뜨린다면 순간의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슈가맨은 결국 우리의 마음 속에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과 온전히 누리는 것은 순전히 각자 하기에 달렸음을 느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