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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테이큰2] 나의 9,000원은 무엇을 위한 지출이란 말입니까.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의미까지 겹쳐 기대감을 갖고 봤다.

사실 1편도 굉장히 우연하게 극장에서 봤었고, 방심하고 있던 사이 '허걱'하는 놀라움을 줬던 영화였다. 1편에서 느꼈던 그 '스릴'이 있었기에 2편에 대한 큰 기대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와 함께 관람한 2편은 1편에 의한 기대치 모두를 차치하고 보려고 노력하더라도 굉장히 가볍다. 중량감은 없어 그냥 소품같고 게임 한 판 하고 나온 기분이 든달까. 그냥 '미션 클리어'라는 말과 함께 극장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2편에서는 딸 킴(매기 그레이스)의 역할이 커졌다. 붙잡힌 아빠 브라이언(리암 니슨)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설정과 장면은 좋다. 수류탄을 던져서 위치를 확인하게 하고, 이스탄불의 옥상을 질주하는 것도 좋았다. 처음부터 딸의 운전면허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이것은 끝까지 이어진다. 한마디로 '딸의 운전면허 따기, 미션 클리어'라고 해도 될만큼.

그런데 그 딸의 역할 외에는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아빠 리암 니슨의 '미션 클리어' 1편보다 더 맥빠지게 쉽게 풀린다. 리암 니슨에게 주어진 시간은 '악당'들의 시간과 다른 차원에서 흐르는 것은 1편과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2편에서 유독 그 맥이 빠지는 것은 1편의 성공을 고스란히 답습하며, <>시리즈의 액션 연출과 음악 사용 등을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편에 이어 제작과 시나리오를 담당한 뤽 베송이 과거에 만든 <택시>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장면은 자동차 추격씬에서 자연스레 떠오르고, 그것은 <테이큰2>마저 <택시>처럼 아무생각 없는 영화의 연장선에 놓을 뿐  <테이큰2>를 새롭게 보게 만들지 못한다.

 

이 손쉽게 이어지는 '미션 클리어 게임'은 캐릭터의 감정선에도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1편에서 엄청난 사건을 겪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에게 그에 따른 상흔은 없어보인다.  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왔더라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영화는 그 대신 아내 레니(팜케 얀센)가 동거하는 남자와 불화를 겪게 하고 딸 킴의 남자 친구를  등장시켜 마치 아빠 브라이언과의 갈등을 만들고 영화의 결말에 자연스레 따라올 화해를 위해 생뚱맞고 억지스런 장치를 끼워넣은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어김없이 '미션 클리어' 2편의 마지막(이건 스포일러도 아니다)에 딸인 킴이 남자 친구를 가족 식사 자리에 초대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 사람은 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 장면에서 나는 기절할 뻔 했다. 밝고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좋고, 강인한 정신력의 가족이라는 것은 알겠다만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총질'에 대한 대사를 뱉을 수 있을까 싶었다. 상대 '악당'은 복수의 날을 세우고(물론 무디긴 했다만) 덤빌 정도인데 이 가족은 아무렇지 않아도 너무 아무렇지도 않다. 때문에  2편이 나올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소재인 '복수'에 대한 의미 부여도 깃털처럼 가볍게 무의미해져 버린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소재인 <다이하드2>로부터 얼마나 진화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20년이 지났어도 나아진 건 없다.

 

한마디로 영화는 오락영화의 극단, 관객으로부터 별생각을 하도록 요하지 않는,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순도 100%의 오락영화이다. 이런 영화를 킬링 타임용이라고 하는 것일텐데, <테이큰2>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것이었나, 이것이 이 시리즈의 실체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내 잘못일까 싶어 어리둥절하다.

킬링 타임용으로 미덕이 있는 영화일 수 있겠지만, 유독 내게 거슬리는 '미션 클리어 게임'같은 <테이큰2>였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을 보면서 오랜만에 나는 영화가 주는 즐거움, 오락이란 무엇일까, 내가 들인 9,000원은 의미있는 소비였나를 생각해봤다. '9,000, 영화에 대한 지불, 가치'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