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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가 바라보는 한 곳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4)

Futureless Things 
8
감독
김경묵
출연
공명, 유영, 신재하, 김희연, 안재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2014-06-26

 


로크 (2014)

Locke 
5.4
감독
스티븐 나이트
출연
톰 하디, 올리비아 콜먼, 루스 윌슨, 앤드류 스콧, 벤 대니얼스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85 분 | 20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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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때 김밥천국에서 밥을 먹는데 TV에서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제목은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 그 드라마 제목을 보고는 밥을 먹던 학부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저런 망나니 같은 제목을 드라마에 갖다 쓰냐'며 분노했었다. 그 남자의 반응에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대단한 아들인 모양이다 했다. 아버지의 삶에 저항하고 나는 당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아들에겐 성장의 약이 되고, 시간이 지나 그 아버지의 답답했고 고단했던 삶이 자신의 것이 되면서 당신의 의지로 그런 삶을 살았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으며 연민을 느낀다는 것의 순환이 삶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김밥천국의 그 남자는 그런 아버지의 삶에 대한 존경과 애정, 이해가 이미 20대부터 착실히 자리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6월 26일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와 <로크>는 우연하게도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라는 드라마의 제목을 떠올리게 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박정희의 근면한 삶에 대한 연설로 시작되는 영화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그 곳에서 알바로 일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그 편의점의 사장 이름은 전두환이다. 부지런하게 열심히 사는 게 답이라고 귀가 닳도록 듣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빛이 나지 않는 삶이 알바생들을 통해 웃프게 그려진다. 영화의 마지막은 편의점 사장 전두환이 채운다. 사장이지만 그래봐야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전두환의 삶 또한 녹록치 않다. 편의점 본사의 횡포에 시달리고 자본에 질질 끌려다녀 눈이 쾡한 이 시대의 또 하나의 희생자일 뿐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아버지 세대에 형성되어 내려오는 가치관이 어디에서 누구를 통해 형성된 것이며 그것을 따른 삶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살다간 결국 절망스러운 '이것'이 우리의 끝이 되고 말 것이라는.

 

 

 

<로크>

밤새 운전하면서 런던으로 향하는 남자 아이반 로크(톰 하디)가 차 안에서 여기저기 통화하면서 그가 왜 런던으로 가는지, 왜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부탁을 하고 사정을 하는지 드러나는 구성이다. 85분의 러닝타임 내내 차 안에서 전화를 하는 아이반 로크가 영화 속에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어쩌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하면서 갑작스레 런던으로 향한다. 왜냐고? 한마디로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가 그 이유이다. 그가 아버지로 인해 받은 상처들이 드러나면서 연민이 생기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버지에 이를 갈며 저항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아버지의 모습은 그에게 인생을 통틀어 저항하고 싶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내려받은 성을 갖고 살지만 (그래서 영화의 제목도 '로크'인 듯) 결코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은 남자의 눈물이 강렬하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과거의 가치관이 옳지 않기에 그것으로부터 이탈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려고 하는 현 세대의 몸부림은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지금 진행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