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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이라이트 사이 어딘가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의 기억을 되짚는 노인에게서 시대 유감을 읽다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 살인자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 나가는 일지'가 이 소설의 뼈와 살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에 홀려 술술 읽다가 결정적으로 한방 얻어맞게 되는 것은 '기억법'을 간과하며 읽어나간 결과였다. 살인을 멈춘 지 25년째인 70세 알츠하이머 걸린 노인의 일지를 몰래 훔쳐 보고 있다는 쾌감에 한번 펼치면 놓을 수 없을만큼 가속도가 붙지만 어쨌거나 또다른 살인을 설계하는 살인자의 무의식의 결과엔 오랫동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30년 동안 진행했던 '살인의 추억'을 되짚으며 명확하게 시점이 기록된 것은 첫 살인을 했던 16세 때와 영부인이 살해됐다며 떠들석하게 '멸공'을 부르짖던 시대의 풍경이다. 그리고 25년을 숨죽이던 살인 충동은 70세가 된 현재,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지워지는 지금, 다시 발동한다. 소설 속 현재를 2013년으로 볼 때, 이 모든 시점의 기록으로 나는 작가의 시대에 대한 유감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건 해설이나 작가의 말에도 없는, 순전한 내 생각 또는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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