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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군함도] 우리는 지옥섬을 탈출했는가? 군함도우리는 지옥섬을 탈출했는가? 1945년 일제강점기, 어리고 젊은 조선인들이 실린 배가 있다. 일본의 하시마(端島), 일본의 해상 군함 '도사'를 닮아 일명 '군함도'라고 불리는 인공섬으로 향하는 배는 '1개월만 일하면 집 한 채 살 만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았거나, 일제가 만든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강제 징집되었거나, 영문도 모른 채 길에서 밭에서 끌려온 조선인들을 싣고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실려있는 배 안은 서로의 사정이 뱃멀미한 오물과 뒤섞이며 시끌벅적하다. 이런 시끌벅적함은 군함도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일본군의 무력에 짓밟혀 사라진다.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거짓 명분일 뿐이고 바닥에 물이 흥건한 지하 숙소를 제공받는다. 남성은 1,000m 갱도에서 석탄을 캐는 강제 노.. 더보기
[국제시장] 아버지 세대의 비극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국제시장 Ode to my family 아버지 세대의 비극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아버지는 골방에서 웁니다 아버지는 홀로 골방에 들어와 흐느껴 웁니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고집스럽기만 했던 모습을 걷어내고 힘겨운 삶을 살아낸 고통과 슬픔과 서러움과 그리움, 그 한을 쏟아내려고 골방에 들어옵니다. 아버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아버지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의 자식도 장성해 역시 아버지가 됐지만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오직 아버지의 아버지 뿐, 자식은 아버지라도 자식일 뿐입니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했던 굳은 약속을 품고 살았던 60여년, 생과 사를 오가며 희노애락이 교차됐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아버지는 웁니다. 윤제균 감독의 . 영화를 다 보고나서 딱 떠오른 문장이 '아버지는 골.. 더보기
[전설의 주먹] 대한민국 40대 남성을 옥타곤 위에 올리며 하고 싶었을 이야기 전설의 주먹 대한민국 40대 남성을 옥타곤 위에 올리며 하고 싶었을 이야기*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고교시절 주먹으로 끗발이 있던 사람들을 불러모아 격투기 무대인 옥타곤 위에 올리는 TV쇼 '전설의 주먹'이 화려하게 시작된다. 고교시절 주먹깨나 썼다던 이들이라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문 격투기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맥없이 초라하게 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날렵한 몸과 강렬한 눈빛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프로 선수들을 제압하는 이들이 등장하면서 프로그램은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고교시절에 의리와 우정, 그 시절의 치기로 뭉쳤던 70년생 남자들은 이제 40대 초반의 가장이 되어 다시 옥타곤 위에서 격전을 벌이게 된다. 주먹으로 주름잡던 과거의 어떤 사건이 원인이 되어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