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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2011 CGV 무비꼴라쥬 결산 시네마톡-1년간의 추억을 공유했던 자리

<무비꼴라쥬 결산 스페셜톡이 진행된 CGV압구정_2011년 12월 29일>

  *사진 퀄리티가 좋지 않습니다. 그 누구의 안티도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


입버릇처럼 말하는 로망 중에 하나가 있다. 그야말로 쓰레빠신고 츄리닝입고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극장을 두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살며 영화 보러 다닌다면 하루 두 끼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랑 친해지는 것이다. 극장 주인이나 영사실 직원이랑 친해지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시네마 천국>의 영향임을 부정하지 않겠다.

이렇게 보면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감독깨나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관객으로서 온전히 시네마 천국에서 살고 싶을 따름이다.

CGV 무비꼴라쥬와 매달 몇 차례씩 열리는 시네마톡은 그런 관객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 산소 호흡기 같은 존재 중 하나였다.

그 전에도 종종 무비꼴라쥬에서 영화를 봐왔지만 시네마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한창호 평론가의 아트톡으로 함께 한 <아이 엠 러브>, 이동진 평론가의 시네마톡으로 함께 한 <파수꾼>을 시작으로 맛을 들인 시네마톡은 중독되어 내내 빠질 수 밖에 없는 귀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시네마톡은 한마디로 영화를 사이에 둔 트라이앵글 소통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를 만든 사람과 영화 평론가 그리고 다수의 관객들이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다. 이는 5분도 안돼 끝나버리는 개봉 영화의 무대인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국내에서 열리는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30분 내외로 이뤄지는 GV와 비교해봐도 더 깊고 더 편안한 소통의 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에 처음 시네마톡을 만났고 1년을 시네마톡의 매력에 빠져 살았던 내 귀에 솔깃한 행사가 있었으니 바로 ‘2011 무비꼴라쥬 결산 스페셜톡’. 1년간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을 빛낸 5인의 평론가와 진행을 맡은 1인의 영화 기자 그리고 200여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모여 2시간 동안 2011년의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영화 상영 없이 2시간의 토크 프로그램으로 짜인 이 날 행사는 1만원의 입장료가 붙은 유료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객석은 만원이었다. 김영진 평론가의 농담을 빌리자면 ‘9천원 내고 볼 수 있는 장동건 대신 칙칙한 남녀가 나누는 대화를 선택한 대단한 관객들이었다. 그만큼 시네마톡을 애정하는 관객들이 많고 그들에게 1년의 행사를 마감하는 이 자리는 입장료 이상의 가치가 있었으리라.


한 해 동안 아트톡을 진행한 영화를 돌이켜볼 때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만큼 영화 선택이 어려웠지만 그만큼 뿌듯하다_한창호 평론가

 

아트톡을 통해 관객과 만난 한창호 평론가는 대중에게 소개되기 어려운 작품들을 아트톡을 통해 소개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음을 밝혔다. <아이 엠 러브>를 통해 한창호 평론가의 아트톡에 참여했었다. 고전 멜로 장르와 이탈리아 미술과 오페라가 영화를 통해 어떻게 표출됐는지 충실한 레퍼런스를 통해 소개된 시간은 알찬 교양 수업 같았다. 나도 모르게 다이어리와 펜을 꺼내 들었고, 의자에 강의용 테이블이 없었던 게 아쉽다고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
파수꾼>으로 시네마톡을 진행하면서 멋진 배우, 감독과 시네마톡을 진행하는 게 즐거웠다. 행사 후 사인이 된 야구공을 선물하면서 이후에 이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벌써 이제훈이라는 배우는 캐스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_
이동진 평론가

 

압구정 CGV에서 열린 <파수꾼> 2011년을 통틀어 가장 분위기 좋았던 시네마톡으로 기억된다. 참여한 모든 배우들은 물론 신인인 윤성현 감독마저도 풋풋함이 저 뒤 영사실 창까지 다다를 정도로 극장 안을 채우는 듯 했었다. 질문과 대답엔 가식이 없었고 그만큼 편안한 자리, 영화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즐거움과 향후 이들의 행보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던 자리였던 것 같다. 이동진 평론가가 언급했듯이 바로 그 멤버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일 수나 있을까 싶고, 그 자리에서 관객과 소통했던 그 처음의 풋풋함은 갈수록 손에 잡힐 수 없을 만큼 멀어질 테니 그 자리에 참석했던 관객들에게도 꽤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사물의 비밀> 시네마톡 때는 너무나도 솔직한 토크가 진행되어 감독과 배우, 나 자신까지 모두 옷을 벗고 목욕탕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강변CGV가 흔들렸을 때 평소보다 줄어든 관객과 함께 <그을린 사랑>의 시네마톡을 진행했었다. 그 와중에도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쓰레빠를 신고 편안하게 와서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자리로 시네마톡을 생각한다. 시네마톡을 하면서 그 어떤 관객의 반응도 잘못됐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야말로 천 가지 거울 만 가지 대답을 갖고 있는 게 영화인 듯 하다. “_심영섭 평론가

 

강변 CGV를 지키는 심영섭 평론가는 관객과의 소통, 호흡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보면서 심영섭 평론가의 시네마톡에 참여했었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상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사이사이 발견할 수 있는 영화적 뛰어남을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고 기억된다. 심리 상담가로 저명한 평론가여서 그런지 시네마톡 후에는 뭔가 정신 상담을 받은 것처럼 홀가분하고 후련한 기분이 드는 것이 심영섭 평론가의 시네마톡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부산은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적 혜택이 적은 도시이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 시네마톡을 했을 때 인근 지역에서 1~2시간 차로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 찾아온 50대의 중년 남성들이 있었다. 알고 보니 재즈를 좋아해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보고 동창회까지 겸하는 모습을 봤다. <돼지의 왕>을 할 땐 대구 경북 지역 오타쿠들이 모두 모인 자리처럼 느껴졌다. 나는 모르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며 감독과 관객이 나를 완전히 왕따시키는 기분이었다.(웃음)” _남인영 평론가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에 유일하게 무비꼴라쥬를 갖고 있는 부산 서면 CGV의 시네마톡을 담당하시는 남인영 평론가는 부산이기에 가능한 몇몇 요소들을 서울의 관객들에게  말씀해주셨다. 게스트로 참여하는 감독과 배우에게 멀리서 온 손님을 맞는 주인으로서의 예우를 갖춘다는 것은 흥미롭게 들렸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제일 신나서 이야기를 잘했다고 평가 받는 곳도 서면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이었다고 하니 그런 관객들이 함께 하는 시네마톡은 어떤 분위기일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유독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코멘트를 아끼지 않으셨던 평론가는 <Jam Docu 강정>을 올해의 베스트 영화로 소개해주기도 했다.

사실 이동진 평론가와 시네마톡 투 스트라이커 체제였다. (웃음) 그러다 집 근처 시네마톡을 담당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제안에 오리CGV를 담당했다가 흥행에 처참히 실패했고 (웃음), 지금은 대학로 CGV에서 시네마톡을 진행하고 있다.” _김영진 평론가

김영진 평론가는 시네마톡의 시작을 함께 한 평론가답게 누구보다 시네마톡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셨다. 시네마톡의 내용을 모아 곧 출간될 도서에 대한 언급을 하며 녹취록을 보면 본인이 한 일이 뭔가 싶다는 농담을 했다. 그건 즉 멘션의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그것은 김영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시네마톡의 매력이기도 하다. 게스트로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면서 그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어쩌면 관객들이 더욱 원하는 방식의 시네마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킬러들의 수다? 킬러들의 농담!

이 날 진행을 맡은 씨네21’ 주성철 기자는 이 날의 토크를 킬러들의 수다라고 표현했다. 각자 최고와 최악으로 꼽는 영화가 다르고 그런 의견의 차이에 대한 날 선 토크를 기대하게 하는 표현이었다. 이 표현 하에 평론가들은 <황해><비우티풀><북촌방향><도가니><사물의 비밀><두만강><안티 크라이스트> 등을 언급하며 갑론을박을 펼쳤다. 반은 농담이 지배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이 시간은 첨예한 대립의 팽팽한 느낌보다는 평론가들의 영화 보기와 받아들이기도 참 다양하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천 가지 거울에 만 가지 답을 갖고 있는 게 영화구나 싶은 느낌 말이다.


평론가들의 대화 후 관객들과의 질의응답의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 영화 평론가에 대한 질문들이라서 다소 놀랍기도 했다. 이는 이 자리를 채운 패널이 모두 영화 평론가였기 때문인 듯 하다. 은근한 유머감각으로 독서실 같은 분위기’(?)상암CGV를 채워주시는 송지환 무비위크 기획위원님과 따스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솜씨로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시 듣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주시며 구로 CGV 시네마톡을 담당하시는 신지혜 아나운서의 부재가 아쉬운 자리이기도 했지만 평론가들만이 채운 자리였기에 의도치 않은 주제의 집중이 가능했었던 것 같다

시네마톡을 그만 둘 수 없다

이렇게 한 해 동안의 시네마톡을 추억하는 화기애애한 자리가 진행됐고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시네마톡을 그만 둘 마음이 없다는 김영진 평론가의 말처럼 이 자리를 통해 시네마톡의 가치를 더욱 느끼게 됐고 2012년에 이어질 시네마톡에 대한 기대도 한층 커지는 자리였다. 관객으로서 역시 시네마톡을 멈출 수 없다!

시네마톡은 영화(극장)문화의 대안!
남인영 평론가는 해적질이 팽배한 이 시대에 저작권과 관련한 영화의 움직임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포럼 이야기를 했다. 이 포럼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음악의 그것처럼 영화에서도 라이브 쇼가 해적질이 팽배한 시대에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제시했음을 전했다. 그리고 CGV 무비꼴라쥬에서 진행하는 시네마톡이 그 영화를 통한 라이브쇼의 모습으로서 영화보기의 재미를 가하고, 해적질에 대한 대안으로서 극장을 꾸준히 찾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인큐베이팅할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야말로 관객이 관객의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영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평론가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니 그런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니 2012년의 시네마톡은 2011년의 그것보다 얼마나 더 풍성해지고 얼마나 더 많은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행복한 시네마 천국을 꿈꾸는 자의 행복한 상상이자 어쩌면 진짜 일어날 수 있을 현실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