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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왜 <옥자>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



<옥자>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

 


넷플릭스(NETFLIX) 제작, 봉준호 감독의 <옥자> 국내 극장 상영을 두고 벌어진 논란에 시선이 간다. 제작 단계부터 화제였고 2017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애초 넷플릭스망을 통해서만 공개하기로 했다가 국내 관객과 영화계, 몇몇 국가의 요청에 따라 극장 상영도 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공개를 몇 주 앞두고 대한민국의 멀티플렉스들이 극장 상영 시작 후 3주 뒤에 넷플릭스에 공개하는 '홀드백'이 적용되지 않으면 상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초 넷플릭스의 공개 계획을 수정하여 극장 개봉하기로 하고 국내 배급사인 NEW가 배급 작업을 진행하던 와중에 뒤늦게 나온 한국 멀티플렉스의 이런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비멀티플렉스체인인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의 상영은 예정대로 확정됐고, 이 결정을 응원하다. 


이상적인 결론은 예정대로 6 29일에 넷플릭스와 한국의 극장 모두 동시 공개 및 개봉을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넷플릭스 공개로 축소될 관객 규모가 예상된다면 극장은 그 규모대로 상영관 수를 결정하면 된다. 지금 한국의 극장들이 할 일은 넷플릭스에 대한 비난과 상영 보이콧이 아닌 자사 극장 시스템의 효율적인 홍보로 '극장이 <옥자>를 보기에 최적의 공간'임을 알리는 일이다. 그것이 이미 시작된 이 흐름 속에서 장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사업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한 핵심적인 일일 것이다.



 

 



대단한 넷플릭스와 봉준호


일단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넷플릭스도 그렇고 이 프로젝트의 주체가 된 봉준호 감독도 그렇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의 감독이 봉준호인 것도 뿌듯하다. "역시 봉준호구나! 넷플릭스 끝내준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옥자>의 극장 상영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CGV와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채 상황을 보겠다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의 행태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전자의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의 대단함이 긍정적인 성격이라면 후자의 국내 멀티플렉스(와 몇몇 개별 극장업자) 행태의 대단함은 부정적인 성격의 그것임을 밝힌다.


 


CGV왕십리 <옥자> 광고판에 붙은 자사 켐페인 홍보 전단




대한민국 멀티플렉스의 자신감은 어디에 있는가?


넷플릭스의 <옥자> 공개 방식에 한국 극장계가 이렇게 겁을 먹을 줄은 몰랐다. 이건 분명 겁을 먹은 기득권 세력의 옹졸한 행태로 읽힌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나는 극장을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극장에서 관람해야 한다는 생각은 법칙 이상의 신앙과도 같다. 그러나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제작되고 넷플릭스망을 통해서만 '극장 개봉 없이' 공개된다고 발표됐을 때 실망스럽거나 두렵지 않았다. 이 새로운 시도, 새로운 흐름을 트는 앞자리에 우리의 봉준호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나를 설레게 했다. 게다가 한국에선 극장 개봉도 하겠다는 발표가 났을 때도 좋았다. 넷플릭스 사용자이긴 하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면 극장에서 먼저 보고 넷플릭스에서 또 보겠다고 생각했다. 봉준호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이 각각 다른 매체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전히 극장이 내겐 영화를 보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멀티플렉스들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옥자>의 공개 방식이나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에 다시 성공과 실패에 대해 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옥자>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능력 있는 영화인들을 섭외하고 자사의 콘텐츠를 제작하게 만드는 넷플릭스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기에 이것은 받아들여야 할 흐름이 될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극장 사업자들이 <옥자>의 공개 방식에 대해 마치 거대 헐리웃 매체의 공습으로 한국 극장계가 다 망할 위기에 처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거나, 극장 상영하지 않는 작품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가 봉준호라는 시대의 감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설득력 없는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넷플릭스의 시도가 계속되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더 큰 물살이 되기 전에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대비라 함은 이런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가장 최적의 공간과 환경은 '극장'임을 알리는 것이다. 사운드 시스템과 스크린, 영상을 보기에 적합한 조도, 안락한 좌석 등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 공간인 극장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왜 영화라는 문화 상품을 극장이라는 곳에서 돈을 지불하고 누려야 하는지 대중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극장 사업의 핵심 아니겠는가. 당장 넷플릭스의 공개를 두고 공개하자마자 토렌트 사이트에 파일들이 등록될 것인데 그걸 넷플릭스가 알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SNS에 올린 극장 사업자의 글을 본 적이 있다. 토렌트 사이트에 올라오는 불법 파일들이 현재 영상 사업 자체에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넷플릭스의 <옥자> 공개에만 적용되는 어제오늘의 문제였던가? 이 문제는 다른 누구보다 극장 사업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그렇다면 모바일 단말기나 노트북 모니터가 아닌 극장이 영화를 보기에 최적의 장소임을 주장하고 설득하는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것은 넷플릭스의 <옥자> 공개보다 이미 이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극장이 해야 하는 업무의 핵심 아니던가. 스스로가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득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흐름에 대해 반기만 드는 것은 여태껏 누렸던 기득권의 단맛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생떼를 부리는 옹졸함으로 비춰질 뿐이다.

  





언제까지 극장에게 콘텐츠 최초 공개 유통사로서의 기득권이 보장될 것인가?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으로 넷플릭스와 봉준호는 이미 제작 발표 단계부터 이 작품은 극장 상영이 아닌 넷플릭스망을 통한 공개를 발표했다. 그럼 영화계와 극장계 등 유관자들은 그에 따른 각자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이미 준비의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뭐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보이콧을 한다고 난리들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애플의 아이폰을 바로 들여오지 않고 삼성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것처럼 영화계에도 시간 더 줘야 하는 것인가? 6개월을 더 주면 되는가, 1년을 더 주면 되는가? 이미 넷플릭스는 대한민국에 상륙했는데, 얼마나 시간을 더 벌어주면 만족할만한 대안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를 두고 TV가 등장했을 때 영화산업의 위기설 운운하는 사람도 있고, 극장의 존폐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등장했던 위기설로 인하여 진정 영화와 극장이 지금 사라지고 없는지 되묻고 싶다. 영화는 그 모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기술적인 성장과 대중적인 면모를 더하는 데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토키 영화가 등장하고 컬러 영화가 등장했고 사운드를 보강했고 3D와 아이맥스 상영 환경이 갖춰졌다. 제작자와 기획자들은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극장은 향상된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가했다. 이렇게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기성 매체의 노력을 앞당겼다. 그에 따른 흥망은 당연히 따랐겠지만 그것이 본질을 흐리거나 멸종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때문에 극장 다 망할 것 같으면 대비하라, 대안을 찾아라. 동네마다 멀티플렉스가 들어서고 비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사운드, 스크린, 좌석, 매점 메뉴, 관객 서비스 등 더 나은 서비스로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극장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여전히 최적의, 최고의 공간이고 환경이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극장이 왜 넷플릭스의 <옥자> 공개방식에 이다지도 겁을 먹고 옹졸한 행태를 보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 관람 환경으로서 최적인 극장에 대해, 자신이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극장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 부족하다면 준비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려라. 언제까지 콘텐츠의 최초 공개 유통업자로서의 기득권만 바라보며 퍼져 있을 것인가. 

  





누구를 위한 홀드백 요구인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옥자>의 이상적인 공개 방식은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공개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애초 계획대로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되기를 바란다. 애초의 넷플릭스 계획에 극장이 반발하고 관객의 요청이 있었기에 국내와 몇몇 나라에서 극장 상영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배급사 NEW가 극장 상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극장들이 홀드백(극장 상영 후 2차 플랫폼에 공개되기까지의 유예 기간) 3주 적용하지 않으면 상영 보이콧 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극장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냥 애초 계획대로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어쨌든 이상적인 공개방식은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공개라고 생각한다. 지금 극장들이 주장하는 대로 극장 먼저, 3주 후 넷플릭스 공개는 어불성설이다. 근거도 논리도 없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유저라서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공개되면 극장에서 먼저 보고 넷플릭스를 통해서 또 볼 계획이다. 봉준호의 영상이 어떻게 두 매체에서 보여지는지 확인하고 싶다.   
물론 극장이나 넷플릭스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될 테지만 그 또한 의미 있다고 본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모든 산업이 사용자의 선택을 바라보며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극장은 넷플릭스 없이 단독으로 개봉할 때보다 이 작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적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에 맞게 개봉 규모를 맞추면 되지 않을까. <옥자>말고도 6월 말에 개봉하는 작품은 많고도 많다. 예측되는 관객 규모에 맞게 상영관 규모 결정하고 상영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대형 화면과 고품질 사운드를 보장하는 극장의 매력이 <옥자>를 관람하기에 최적임을 끄집어내 홍보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극장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영화의 관람을 위한 최적의 공간은 '극장'이라고 알리는 것, 이것이 극장업을 하는 사람들의 업 아니겠는가. 겁 먹지 말고 차분하게 흐름을 읽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인 애정을 표현하자면 극장은 영원할 것이다. 전자책 나왔다고 종이책 사라지지 않았고,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난 믿는다. 전자책 시장 점유율의 상승도 주춤하고 다시 종이책을 찾는 흐름이 우리보다 먼저 전자책 들어온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각자 필요에 따라 매체를 선택한다. 그럼 다시 문제는 콘텐츠로 간다. 지금 대한민국 영화 시장이 다시 집중해야 하는 것도 콘텐츠라고 본다. 그리고 극장이든 IPTV든 각자의 영역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극장이 머리 싸매야 하는 것은 넷플릭스와 봉준호의 <옥자>가 아니라 불법다운로드로 극장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행동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영화를 보기 위한 최적의 공간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극장이 최적임을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극장 사업자로서 왜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옥자>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 이것에 대한 확실한 답이 준비되어 있는지 다시 한 번 차분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