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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러스트 앤 본] 조심스레 그들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이 있었다

 

러스트 앤 본 (Rust & Bone)

조심스레 그들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이 있었다

 

상처는 어찌보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녹이 슬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뼈, 골절을 입어 더욱 단단해진다는,를 갖고 있기에 그런 것인가.

'팔과 다리의 외상은 치유되면서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손의 외상은 이따금 통증을 유발하며 그 때를 상기시켜 조심스럽게 한다'는 대사처럼 뼈로 대표되는 외상은 어떤 면에서 양지로 우리를 이끄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고통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이 영화의 제목 역시 그런 면에서 우리의 상처는 그것으로 인해 녹이 슬어 전체를 사그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상이 있어도 아물어 단단해질 수 있는 뼈와 같은 것임을 말하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영화 관람 후 봄볕이 내리쬐는 광장으로 빠져 나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영화였다.

해변에서, 병원에서, 길거리 싸움터에서...곳곳에서 그들을 눈부시게 비추는 햇살이 이 영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들을 비추는 햇살은 그들도 모르게 조심스레 희망의 기운을 입히는 것 같다. 그것은 비밀스레 그들을 비추는 '밀양'이 된다.

 

자크 오디아르는 그간 남자의 이야기는 많이 다뤄왔기 때문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이유로 원작에선 남자로 등장하는 범고래 조련사를 영화에선 여자로 각색해서 등장시켰다고 한다그렇다고 영화가 여자 주인공 스테파니에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후반부에는 어느새 남자 주인공인 알리에게 중심이 넘어와버리는 희한한(?) 전개를 깨닫게 된다.

어느 인물의 사연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 사이를 마치 시소 타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전개해나가는 방식이 참 독특했다. 스테파니의 사연이 더욱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만 영화의 시작과 끝은 알리의 이야기로 채워내는, 그러면서도 둘을 함께 끌어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라스트 씬에 흐르는 Bon Iver의 'Wolves Act 1&2' 역시, 상처(를 줬던 대상)에 정면으로 돌진하는 내용이라서 내내 마음 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