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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2012결산-한국영화] 올해의 배우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어 영화의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는 최종 화자인 배우.

배우의 연기는 얼마나 하기 힘든,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을, 연기를 해내느냐에 의해

평가되기도 하지만 관객을 얼마나 사로잡았는지,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얼마나 포악스러웠는지 등등으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갔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되는 듯 하다.

 

2012년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피와 땀이 뒤섞인 노력의 결정체를 전달한 그들.

최고의 배우를 꼽아봤다.

조연배우는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강했던 장면 훔침이들(씬 스틸러)을 주로 선정하게 됐고,

주연배우는 영화를 보고 극장 밖으로 나오면서 그 캐릭터의 눈빛과 감정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었던 캐릭터를 선정하게 됐다.

 

 

 

올해의 조 남자 배우 5인 

 

 

<건축학개론> 납득이 - 조정석

올해의 장면 훔침이(씬 스틸러)라고 해도 좋겠다. 등장할 때마다 좋아서 입이 씰룩거리게 만들고, 언제 또 나오나 기다리게 했던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소화해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장성기 - 류승룡

이 캐릭터를 위해 참고한 인물이나 픽션이 있다면 무엇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현재와 과거를 통털어 가장 유쾌하게 만날 수 있었던 인간미 넘치는 카사노바를 선보이며 등장할 때마다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라이프가드 - 유준상

딱봐도 추워보이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짧은 영어로 안느에게 쉼없이 들이대는 해상구조요원. 직접 노래를 부르고 안느를 위해서는 자신의 텐트까지 내바치겠다고 선언하는 귀엽고 엉뚱한 캐릭터가 영화를 보는 맛을 더했다.

 

 

<러브 픽션> 구주로 - 지진희

구주월(하정우)의 형으로 깜짝 등장한 그는, (다소 과한 장면도 있었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관객을 깜짝 놀래키는 재미를 선사했다. 그야말로 씬 스틸러.

 

 

<간첩> 윤고문 - 변희봉

연륜의 대단함을 느끼게 하는 배우들이 있다. <괴물>에서도 그랬지만 젊은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무게를 잡아주는 탁월함과 함께 굳어있지 않은 굉장히 유연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같다. 무리 사이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희극적인 요소의 중심에 서 있는 힘은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느껴졌다. 

 

 

 

 

올해의 조 자 배우 5인

 

 

<도둑들> 씹던껌 - 김해숙

드라마와 영화를 바삐 오가며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는 배우. 많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중요했을 <도둑들>에서 씹던껌이 없었다면 조금 심심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주저없이 이 부문에 선정할 수 있었다. 임달화 배우와의 호흡도 좋았다.

 

 

<건축학개론> 과거 서연 - 배수지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는 것은 행운이고 복인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배수지는 올해 복이 터진 배우 중 하나. 앞으로 배우로서 이보다 더 큰 상찬을 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덕분에 현재 서연을 연기한 배우보다 더 빛났으며 첫사랑의 아이콘이 됐다.

 

 

<후궁:제왕의 첩> 대비 - 박지영

영화가 연출과 캐릭터 모두에서 과장되어 있어선지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악녀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박지영의 연기가 그나마 가장 영화의 톤과 맞았던 것 같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배우 조여정과 박지영의 이미지는 어느 부분에서 비슷한 것 같다. 동글동글하면서도 표독이 서려있는 듯한 이미지. 그러나 기운 면에서 주연인 조여정의 캐릭터를 압도한 조연이었다. 

 

 

<댄싱퀸> 이명애 - 라미란

수다스럽고 주책맞고 정 많은, 어쩌면 영화 속 스테레오 타입의 조연이지만 입에 착착 감기는 대사 처리는 분명 이 배우를 기억하게 했다.

  

 

<이웃사람> 하태선 - 장영남

영화 속에서 활동 반경이 가장 넓어보이고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는 부녀회장 역할을 한 배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기의 순간을 이웃주민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모면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마치 저 배우는 진짜 아파트 부녀회장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올해의 주 남자 배우 5인

 

 

<은교> 이적요 - 박해일

70대 노인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 30대의 배우에게는 분명히 부담이었고 큰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왜 감독이 30대 배우에게 70대 노인을 연기하게 했는지는 분명해진다. 중반부 젊은 모습의 장면 하나만을 위했다고 하더라도 이유는 확실했다. 그런 감독의 의도를 알았을터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이자 과제를 배우로서의 고민과 연구를 거쳐 두려움을 떨치고 연기해낸 그 모습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배우 박해일의 도전은 그를 이적요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러브 픽션> 구주월 - 하정우

다양한 옷을 입는 배우임에 틀림없지만 분명 연기에 있어 '하정우 스타일'은 있다. <멋진 하루> 속 하정우의 모습은 얼핏 <러브 픽션>에서도 보인다. 굉장히 힘 안주는 연기, 배우로서 관객에게 추하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능구렁이같은 배우같다. 무용수처럼 유연한 몸짓으로 연기해내는 정말 탁월한 배우.

 

 

<남영동 1985> 김종태 - 박원상

해내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폭압의 서슬 퍼런 고문을 받아야만 하는 연기를 준비하면서 또 실행하면서 얼마나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와 캐릭터가 하나로 보이게 했던 필생의 호연이 이 작품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범죄와의 전쟁> 최익현 - 최민식

완벽했다. 영화를 보면서 '오대수의 부활'을 속으로 생각했다. 진정 살아있었다.

 

 

<26년> 곽진배 - 진구

다른 캐릭터들이 모두 주요한 역할들을 해내만 하지만 유독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건 진구가 연기한 곽진배였다. 실제로도 우여곡절이 있던 이 영화에 투자한 시간과 공이 대단하다는 입소문이 있던데 그런 노력이 이 영화를 살린 것 같다.

 

 

 

올해의 주연 자 배우 5인

 

 

<내 아내의 모든 것> 연정인 - 임수정

속이 다 후련했다. 응원했던 배우였기에 그간의 결과물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아쉬웠던 배우였다. <장화,홍련>이후 상복도 없었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모든 아쉬움이 다 풀리는 것처럼 후련했다. 임수정을 통해 관객과 만난 연정인은 사랑스럽고 개성있는 올해의 여성 캐릭터다.

 

 

<화차> 차경선 - 김민희

극단의 감정, 극단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내지르면 될 것도 같지만 못하면 욕먹기 딱 좋은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도전이었을 차경선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차경선의 불안함과 최후의 선택이 마음 속으로 깊이 전달돼 영화를 보고나서도 한동안 먹먹했던 것 같다.

 

 

<은교> 한은교 - 김고은

이적요의 집 정원에서 자다 깬 은교가 하는 첫 대사 '저...은교요'. 소설을 읽기 전에 본 영화임에도 그 첫마디를 듣는 순간 '이것이 바로 은교'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침없는 배우의 기운은 관객을 압도한다. 이것이 진정 신인 배우의 기운이란 말인가! 놀라웠다!

 

 

<피에타> 미선 - 조민수

모정이 만드는 만감을 다양하게 투영해내며 관객을 빨아들인 배우. '그 곳에 그 배우가 있을 때'의 쾌감이 분명했다.

 

 

<도둑들> 예니콜 - 전지현

대사를 맛나게 소화하는 배우는 언제나 눈에 띈다. 시나리오에 등장한 캐릭터가 하는 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미 자신 안에 있던 것들 중에 그 캐릭터에 맞는 상태를 골라내는 능력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넓은 범위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짝짝 붙는 대사가 지닌 개성은 전지현이 아닌 다른 예니콜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