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ver the silver screen

타란티노식 질주-여전히 흥미롭다

<영화를 보면 포스터에 등장한 피묻은 야구배트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

 

영화 <Inglourious Basterds>는 나치 점령기의 이야기다. '유태인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나치 친위대의 징글징글한 유태인 색출과 죽이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최대한 잔인하게 나치를 살해하자는 특명하에 모인 특공대는 나치의 핵심을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유태인 사냥꾼'에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여자는 파리의 극장에서 일하며 복수의 그 날을 준비한다. 시대가 주는 수혜를 입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시대에 희생당해야 했던 사람들, 자신의 힘을 시대에 저항하고 시대를 응징하는 데 사용한 사람들과 희생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타란티노식 질주가 2시간 30여분동안 펼쳐진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Inglourious Basterds>는 여전히 타란티노식 마크를 달고 있는 영화다. 각각의 이야기는 분리된 에피소드로 등장했다가 에피소드간 연결을 이루기도 하며 스토리를 하나로 완성해나가는데 이 또한 '타란티노식'의 변함없음을 입증한다.어떤 캐릭터도 정체하지 않고 움직이고 있고,주저하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며 복수는 차가울 수록 맛있다는 걸 제대로 알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는 살아있고 영화는 활력을 띤다.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가 어떻게 유머러스해질 수 있고, 어떻게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고, 어떻게 관객을 극 속에 몰입하게 하는지를 (역시나) 다양하면서도 여전하게 (타란티노답게) 보여준다. 무거운 소재인만큼 <발키리>나 <더 리더>같은 심각함과 무게를 지닐법도 한데, 타란티노는 같은 시대를 소재로 하면서도 그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분명 타란티노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와 손을 거치고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그 대화로 엮인 시퀀스는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타란티노식 마크'다. 적절한 비유가 될 수는 없을지 모르나 '김수현(식) 드라마'에 특수한 대화법이 있듯이 타란티노의 영화에도 그런 특수한 개성이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영화에서 대사를 즐기는 것은 그의 영화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물론 그 방법이 가장 큰 유희 방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주저없는 폭력과 거침없는 묘사는 관객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시각적 짜릿함을 안겨준다. 그 또한 그의 영화를 음미할 수 있는 요소다. 물론 종종 관객이 두 눈을 손으로 가리고 두 귀를 틀어막게도 만든다. <Inglourious Basterds> 역시 여전히 몇몇 관객을 몸서리치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의 전작인 <킬빌>에 비해서 매우 얌전한 측에 듦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타란티노의 신작이 오랜만에 북미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주역 중 한명인 '브래드 피트'의 영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타란티노의 영화는 매우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영화 시장의 수혜를 받지는 못했다. 비평적 화제는 일으키지만 선뜻 박스오피스 앞에 서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 브래드 피트의 연기 변신은 이 영화를 좀 더 대중 속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브래드 피트는 단순히 화제를 모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타란티노가 창조해낸 인물을 카리스마 넘치게 소화해냈다. 그렇기에 그의 스크린 장악력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보다  적은 등장 시간(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과 등장시간을 나눠가지고 있으므로)에도 불구하고 강력하다. '칸'의 남우주연상은 '유태인 사냥꾼' 역할의 크리스토퍼 왈츠에게 돌아갔지만 관객들은 브래드 피트의 씹듯이 내뱉는 강렬한 엔딩 대사를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