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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스파이더맨:홈커밍] 어벤져스가 되기 위한 완벽한 인턴십(파트1?!)




스파이더맨 : 홈커밍

어벤져스가 되기 위한 완벽한 인턴십(파트 1?!)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새롭게 시작됐다. 2002년에 리부트 된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3부작과 2012년에 리부트 된 마크 웹 감독,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2부작(으로 끝난)<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지나 존 왓츠 감독, 톰 홀랜드 주연으로 세 번째 리부트 시리즈가 시작됐다

언제 봐도 10대 학생이고, 언제 봐도 고뇌하는 인간 중의 인간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이다. 리부트 될 때마다 10대 학생의 모습으로 시작하니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나쁘지도 않다. 스파이더맨이 성인이 되고 중년이 되느냐 보다는 그가 어떤 지구적 악당을 대하게 되고 어떤 내적 고뇌에 빠져드는지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잘 만든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어찌 보면 픽션 속 히어로에게 나이 먹음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관객은 그 히어로의 이야기 중 하나를 영화로 만나게 되는 것이니까.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와 구성으로 영리하게 만들어진다면 그것으로 좋다. 그런 면에서 <스파이더맨:홈커밍>은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은 스파이더맨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본격적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단독 시리즈로 아주 괜찮은 시작으로 보인다.

 






<스파이더맨:홈커밍>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 중 가장 10대다운 모습과 가장 초보다운 면모를 잘 담았다.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이전 시리즈들과 달리 주변에 조력자들도 함께 한다. 그런 새로운 설정이 더욱 더 스파이더맨을 땅에 발을 붙이고 선 현실적인 인간 히어로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10대의 발랄함보다는 어딘가 우울한 구석이 더 지배적이었던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의 이미지와 달리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는 순수함과 소심함이 발랄한 패기와 적절히 섞인 전형적인 10대 소년의 모습으로 보인다. 15살로 이전 시리즈에 비해 나이가 어려진 것도 한 몫 하지만 자신에게 탑재된 초인적 재능을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좀 더 정확한 10대 버전이라고 하겠다. 이는 2016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 처음 등장하며 MCU에 입성하면서 자연스레 얻은 배경 덕으로도 보인다. 기존의 피터 파커가 그 누구도 자신의 능력을 알지 못하게 한 채로 혼자 고민하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고 악당을 맞닥뜨렸다면 <스파이더맨:홈커밍>의 피터 파커는 일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철저한 가이드 안에 있다. '스타크 인턴십'이라는 꼬리표는 그냥 명분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이 어떻게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되느냐의 테스트 같은 배경을 만들어놓음으로써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 파커의 모든 활동에 더 많은 시행착오 요소를 자연스럽게 부여한다.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도 패기와 의지만으로 거대한 악당에 맞서려고 하지만 여느 히어로처럼 완벽하게 해결하기 보다는 사이사이 시행착오와 실수를 연발한다. 그 때마다 큰 힘이 되는 것은 토니 스타크다. MCU 속에 넣기 위해 스파이더맨을 너무 구속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리부트로서 이보다 더 10대의 피터 파커, 초보 스파이더맨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배경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 한 편에서 스파이더맨으로서 피터 파커의 정체를 알게 되는 사람이 이전 시리즈를 통 털어 등장하는 수보다 많다. 안경 쓰고 안 쓰고의 차이로 슈퍼맨의 정체를 모른다는 설정이 다 알면서도 봐주는 관객의 관대함이라고 할 수 있듯이, 그렇게 이상 행동을 많이 하는데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주변에서 그렇게나 몰라준다는 게 어쩌면 더 부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서 피터 파커의 정체를 알게 되는 주변인이 예상보다 꽤 많이 등장하는 것도 꽤나 현실적인 장치로 보인다. 이렇게 조력자를 둠으로써 피터 파커를 외로운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 설정 덕에 피터 파커의 옷을 입은 배우 톰 홀랜드도 더욱 자신의 소년 같은 발랄한 강점을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고 관객은 MCU 속에서 일취월장할 스파이더맨의 앞날(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 된 것 같다.


 

<페리스의 해방> 장면 중 <스파이더맨:홈커밍>과 <데드풀>에 패러디 된 장면 (화면출처:넷플릭스)




MCU속으로 들어간 스파이더맨 만큼이나 2017년 현실적인 설정으로 재단장했다. 스마트폰으로 시종 동영상 기록을 남기는 피터 파커의 모습이나 스파이디 수트를 완벽한 인공지능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수트레이디 '캐런'의 존재가 그런 재단장의 예라고 하겠다. 

<페리스의 해방> <데드풀> 쿠키에서 패러디 된 데 이어 <스파이더맨:홈커밍>에서도 패러디 되고 영화의 장면도 함께 등장한다. <페리스의 해방>에서 10대 페리스를 연기했던 매튜 브로데릭이 나중에 <스파이더맨>이나 다른 MCU 영화 속에서 악당이나 까메오로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  

마리사 토메이가 완전히 젊어진 숙모 메리로 등장하고 설마,진짜,리얼 저 친구가 MJ인건가 묻게 되는 캐릭터까지 등장하며 앞선 두 번의 리부트 된 시리즈와 다른 점을 보이기도 한다. 다시 10대로 시작하는 피터 파커의 새로운 시리즈로서 이런 변화들도 묻고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또한 이후 시리즈에 어떻게 반영하기 위한 전략인지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배트맨>과 <버드맨>을 거쳐 빌런 '벌처'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




한편 스파이더맨이 대적하게 되는 악당 벌처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의 캐릭터에 단연 눈이 간다. 단순히 스파이더맨의 적이라기 보다는 토니 스타크, 어벤져스에 원한을 둔 캐릭터이므로 이후 시리즈에도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리라고 예상된다. 마이클 키튼은 팀 버튼의 <배트맨> 1,2편의 원조 브루스 웨인을 연기했었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에서도 굉장한 연기를 선보였다. 조류와 연결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가 <스파이더맨:홈커밍>에서 입게 되는 빌런수트도 조류와 연결되는 것이어서 이 또한 재미있는 감상포인트가 된다.


마블코믹스 영화화 한 작품들에 빠지지 않고 까메오로 출연하시는 스탠 리 옹은 이 작품에서 한 컷 이상 등장하고 대사까지 부여 받았다까메오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는 캡틴 아메리카! 그 깨알같은 재미는 영화를 보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스파이더맨:홈커밍> MCU와 어벤져스의 세계로 들어오기 위해 새 단장하고 완벽한 인턴십(아마도 파트1일 듯한과정을 거친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새 시작이다여전히 10대의 모습 그대로 더욱 더 인간적인 히어로로 톰 홀랜드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을 잘 소화해내며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