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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땡스 포 쉐어링] 중독자를 곁에 두는 지난한 삶

 

 

마크 러팔로는 시간이 갈수록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배우이다. ‘비긴 어게인’ 속 그를 보면서 저렇게 유머감각과 여유가 있는 중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 내 중년의 롤 모델은 마크 러팔로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최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프로모션 차 방문했던 한국의 팬들이 자신을 너무 좋아해줘서 비틀즈의 인기를 체감한 듯 하다며 한국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금 그의 팬으로서 흐뭇해졌다. 그래서 작년 여름 개봉했지만 놓쳤던 그의 출연작 ‘땡스 포 쉐어링’을 찾아봤다.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서로 상담을 하는 모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셰임’이 섹스중독자 개인의 삶을 밑바닥까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그렸다면 ‘땡스 포 쉐어링’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의 치유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마크 러팔로는 5년 째 섹스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담으로 등장한다. 역시 알콜과 섹스중독을 겪다가 벗어난 마이크(팀 로빈스)를 멘토로 두고 오랜만에 만난 여인 피비(귀네스 팰트로)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애쓴다. 다소 무거운 소재일 수 있지만 아담과 마이크, 아담과 피비가 주고받는 위트 있는 농담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음악이 영화를 보는 맛을 더한다.

연인 피비를 마이크 부부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피비는 눈물을 보인다. 아담의 중독이 걱정되고 그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에 흘리는 눈물이다.

이미 중독자의 아내로 살아낸 케이티(졸리 리차드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이 한 일은 계속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이었다고 말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하루하루 살았다는 것이다.

결국 중독자를 사랑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니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서 해나가는 것이 그 관계와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는 말이다.

섹스중독이든 알콜중독이든 병적인 중독 증세를 겪는 사람들의 삶도 고통이겠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견뎌내고 이해하고 돌봐야 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삶 또한 녹록치 않다.

케이티의 저 말은 그 지난한 시간을 견뎌낸 자의 현명함을 읽어낼 수 있는 대사여서 ‘땡스 포 쉐어링’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대사가 되었다. 중독자와 중독자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누고 연대하며 나아가는 길에 반드시 빛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