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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쇼를 사랑한 남자] 쇼를 사랑한 남자(들)의 사랑의 추억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

쇼를 사랑한 남자(들)의 사랑의 추억

 

쇼를 사랑했고 쇼처럼 살았던 피아니스트이자 엔터테이너 리버라치(마이클 더글라스)와 그가 사랑했던 남자 스콧(맷 데이먼). 그 둘의 비밀스런 사랑의 기록이 담긴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

영화는 실존인물인 리버라치의 쇼맨십 강했던 엔터테이너로서의 삶과 그의 비밀스런 사랑, 인생을 담았다. 그의 파트너였던 스콧 도슨의 회고록 'Behind the Candelabra: My Life with Liberace' 를 원작으로 한다.

 

 

1977년을 시작으로 쇼 비즈니스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비밀스럽고 어쩌면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자신의 사랑 방식이라고 믿었던 남자 리버라치.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그리고 쇼를 사랑했던 남자였. 나이 드는 것을 경멸하며 성형수술을 하고 애인의 얼굴마저도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처럼 성형하기를 바라는 모습은 집착과 소유욕으로 변질된 사랑의 모습으로 보인. '쌍둥이였지만 다른 형제는 죽고 혼자 5kg으로 태어났고 그 때부터 욕심쟁이였다'고 회상하는 리버라치 어머니의 말은 그의 사랑 방식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법적 공방까지 벌이며 비극적으로 끝난 리버라치와 스콧. 하지만 리버라치는 그의 마지막에 스콧을 보고싶어 한다. 리버라치는 사후 뒤늦게 에이즈로 인한 사망임이 드러났지만 당시만 해도 에이즈 또는 동성애 커밍 아웃이 매우 드문 시절이었다. 리버라치와 스콧이 함께 했던 시간과 리버라치의 최후마저도 비밀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시절. 스콧이 편의점을 나오면서 슬쩍 스치는 신문 1면에 당시 에이즈로 숨진 록 허드슨의 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그 시절을 다시금 회상해보게 된.

 

 

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지만 미국 내에선 HBO 채널을 통해서 방영이 됐다. 그래서 얼마 전 있었던 에미상 TV 영화 부문에서 11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작품상과 스티븐 소더버그에게 주어진 감독상은 물론 상을 안 줄 수 없는 호연을 펼친 마이클 더글라스의 남우주연상과 분장상, 미술상 등을 받았다. 연기도 연기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성형 수술 장면이나 점차 변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왜 이 영화가 분장상을 받았는지 수긍이 간다. 

실제 리버라치의 영상을 좀 찾아보면 마이클 더글라스의 연기가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어떻게 <원초적 본능>의 형사를 데려다가 드랙 퀸으로 만들고 '제이슨 본'을 데려다가 동성애 연기를 시킬 생각을 했을까. 대단한 영감이었다는 생각이다

소더버그는 2000년 <트래픽>을 제작하던 중에 리버라치의 삶을 다룬 영화를 만들 계획을 처음 마이클 더글라스와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실존 인물을 영화화하기 위한 각색 작업에 공을 들였고 '너무 게이적이다'라는 이유로 제작사가 붙지 않은 이유로 실제 제작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맷 데이먼이 캐스팅된 것은 2008년이고 그 때도 제작사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다가 마침내 HBO에서 제작이 결정되어 2012년에 촬영이 됐다고 한다.  꽤 긴 시간을 기다린 두 배우가 열정과 소더버그의 추진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소더버그, 더글라스, 데이먼 이 세 사람이야말로 진정 '쇼를 사랑한 남자들'이 아닐까.

 

 

영화의 원제는 Behind the Candlelabra. 리버라치는 화려한 피아노 못지 않게 화려한 촛대 장식을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연주를 했던 것이 상징처럼 각인된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은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이고  '화려하게 빛나는 촛대 장식의 뒷면'처럼 당시 쇼 비즈니스계의 화려함과 함께 향락과 약물에 빠졌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그래선지 비슷한 시대와 분야를 다뤘던 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가 연상됐고 곧 개봉할 <러브레이스>와도 통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2012년에 세상을 떠난 영화음악가 마빈 햄리시의 유작이기도 해서 엔드 크레딧에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나오기도 한다. 그의 클래식한 음악들을 리버라치의 화려한 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엔딩신에 마이클 더글라스가 부른 'The Impossible Dream'과 내레이션으로 흐르는 'Why Do I love you'는 인상에 남는 사운드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