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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더 헌트] 사냥터가 되어버린 일상, 신뢰에는 균열이 생긴다.

 

더 헌트

일상이 사냥터가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신뢰에는 균열이 생긴다.

 

유치원 선생으로 일하는 루카스(매즈 미켈슨)는 다정다감한 남자로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친절하고 친구들에게는 신의가 있어 보인다.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는 좋지 않으나 아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애쓰는 그에게 악의란 없어 보인다. 마치 작은 공동체처럼 이웃끼리 친구처럼 서로 잘 알고 지내 평온해 보이는 이 마을과 루카스의 삶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친구의 딸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의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잔망스런 클라라는 맹랑한 자신의 행동이 루카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그에 대한 서운함을 엉뚱한 거짓으로 토로하고 이로 인해 루카스는 클라라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혐의를 뒤집어쓰게 된다. 이는 걷잡을 수 없이 마을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불신에 찬 사람들은 루카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마치 진실을 가리는 기준이 어른이냐 아이냐에 달린 것처럼 들리는 저 대사는 관객에게 진실을 가려내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 같다. 클라라가 어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행해진 맹신은 루카스를 무고한 희생자로 만든다. 이미 맹신의 대상이 되어버린 소녀의 말은 주체인 소녀가 번복해도 더 이상 원점으로 돌아가지지 않는다. 소녀의 말을 믿어버리고 희생의 제물을 고른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에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그것은 자신과 믿음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가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마치 매뉴얼 다루듯 기계적으로 사건을 대하고 순식간에 루카스에게서 등을 돌리는 유치원 원장과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자신이 믿는 것만이 유일한 정의인 냥 밀어부치는 광신도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로 풀려났음에도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로부터 여전히 불신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 예배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 가는 클라이막스는 인상적이다.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개개인이 모여 덩어리를 만들어낸 그 공간에서 억울함에 치를 떨던 루카스는 친구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인 테오에게 저항한다. 마치 당신들의 그 믿음과 확신은 진실함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냐를 묻는 것처럼 말이다. 믿음을 위한 믿음, 진실을 가린 채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믿음이 만들어낸 피해자의 절규가 터져 나오는 공간으로서 교회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의미 있는 공간이 된다.

 

 

이 마을에서 소년이 성인이 되었음을 인증하는 의식은 그에게 사냥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치러진다. 사냥의 권한은 마치 의심의 권한과 같고 폭력을 정당화시킬 자격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사냥의 권한이 없었던 소년은 아버지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발버둥치는 것에 그쳤지만, 사냥의 권한을 얻게 된 남자는 자신의 신념을 앞세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세상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동시에 맹목적 신뢰의 대상이었던 (어린) 시기를 벗어났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이상 맹목적 신뢰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이 되었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공격성은 더욱 강해지는 것이리라. 그러니 그런 자격을 취득한 어른들의 세상은 사냥꾼과 사냥감이 공존하며 언제라도 사냥감을 몰아세울 수 있는 끔찍한 현실이 된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원상복귀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착각임을 영화는 말한다.  진실을 왜곡하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이미 사냥터가 되어버린 일상에서 균열이 생긴 믿음은 결코 복구 불가능한 것임을 영화는 말하고있고 그것이 이 영화의 날카롭고 탁월한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