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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더 임파서블] 재난이 가족에게 남긴 유산

 

더 임파서블

재난이 가족에게 남긴 유산

 

2004 12 26, 동남아 전역을 덮친 인도양 쓰나미는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충격적인 재앙이었다. 당시 크리스마스 휴가 차 태국 카오락으로 여행 갔던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 재난이 벌어졌던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영화에 담은 것이 <더 임파서블>이다.

영화는 가족의 관계와 그 안에서 공유된 가치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벌어졌던 재난이나 그럴법한 재난 상황을 소재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희노애락을 다루며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것이 기존의 재난영화라 하겠다. <더 임파서블>이 기존의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와 구별되는 지점은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 관계가 그런 재난 상황을 거치면서 어떻게 더 견고해지고 의미 있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 마리아(나오미 왓츠)와 아빠 헨리(이완 맥그리거). 평범해 보이는 이 가족의 실질적 수장은 아빠보다는 엄마로 보인다.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집에 방범 보안기를 작동시켰는지 걱정하는 남편을 안심시키는 사람도, 티격태격하고 비행기를 불안해하는 아들들을 달래는 사람도 엄마다. 리조트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마시려는 아들에게 '목마를 땐 물을 마시렴' 하는 엄마의 대답은 어찌나 익숙한 것인지 아빠와 세 아들은 그 대답을 합창으로 따라 할 정도다. 휴가지에서도 직장을 걱정하는 남편에게 혹시 해고되는 일이 있다 해도 고향인 호주로 돌아가 자신이 의사 일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엄마다.

이처럼 전천후로 가족을 보살피는 엄마이지만 쓰나미라는 예측하지도 못한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급류에 휩쓸려 몸은 상할 대로 상했고 눈앞에서 사라진 남편과 두 아들을 찾아볼 겨를도 없다. 그 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은 가까스로 엄마와 함께 있게 된 큰 아들 루카스(톰 홀란드). 아직 어리기만 한 루카스 역시 재난 앞에 속수무책이지만 이를 통해 한 단계 성숙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폐허 속에서 살려달라는 어린 꼬마의 목소리를 듣고 제 살기 급급한데 남 구할 여유가 없다고 돌아서려는 루카스를 회유하는 엄마의 말은 루카스의 성장의 발판이 되고 이 영화의 구심점이 루카스가 됨을 암시한다. 심각하게 악화된 몸 상태로 인해 병원에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엄마는 곁에 있는 루카스에게 나가서 사람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그 일을 하라고 말한다. 이에 대피소 안에서 가족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 아빠와 두 동생과의 재회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루카스는 상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고 지나오는 방법,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방법을 깨우쳐나간다.

 

 

 

가까스로 쓰나미를 벗어나 기진맥진 쓰러져있는 엄마에게 아들이 건네는 것은 폐허 속에서 주웠던 콜라다. 엄마는 자식들의 먹는 것까지 관리하며 늘 해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이었지만 상상치 못한 재난을 맞닥뜨린 위기 속에서 해법을 제시하거나 도움을 주는 역할은 엄마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것이 된다. 그것은 또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그 안과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일이 된다.

엄마의 회유로 도와줬던 어린 꼬마가 아빠를 찾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루카스는 후에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비행기 창 밖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관계와 그 가족구성원이 남길 수 있는 정신적 유산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자신조차 버거워서 생의 의지를 놓으려 했던 엄마에게 '엄마의 판단과 그 말들이 맞았음을 이제 나는 알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아들을 보면서 엄마는 살아갈 의지를 찾았을 것이고 그것은 그 가족은 물론이요 인류에게 이어질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이리라.

 

가족이 결국 재회하게 되는 후반의 설정은 (실화임을 감안하더라도) 과한 우연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어거스트 러쉬>에서 가족이 재회했던 것만큼이나 지나친 우연의 연속으로 보여 극의 긴장감을 다소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재난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세세하게 보여주며 가족이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쥐어짜려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님을 생각할 때 그 부분에 대해 흠을 잡고 보게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