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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지젤 3D:마린스키 발레] 영화관에서 만나는 발레 공연

 

지젤 3D:마린스키 발레

영화관에서 만나는 발레 공연

 

3D로 극장에서 상영중인 발레공연 <지젤>을 봤다. <지젤>은 비련의 여주인공을 등장시킨 비극적 멜로의 전형이자 발레 사상 가장 로맨틱한 발레로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한다. 프랑스 작곡가 아돌프 아당의 서정적인 음악과 테크닉과 에너지를 겸한 안무가 지젤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절절하게 관객에게 전한다.   

 

춤을 좋아하는 시골처녀 지젤은 그녀에게 반해 농민으로 변장하고 찾아온 알브레히트 백작과 사랑에 빠지지만 약혼녀 마틸다 공주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배신에 대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 지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무덤을 찾아오지만 처녀로 죽은 영혼(윌리)들이 알브레히트를 유혹하여 죽이려 하자 영혼이 된 지젤이 이를 막고 백작을 보호한다.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새벽이 오자 떠나려는 그녀를 잡으려 하지만, 지젤은 끝내 사라지게 된다. _ 내용출처 : 메가박스 홈페이지

 

 

무대공연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

발레나 무용 등 무대 공연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무대공연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활로가 되는 듯 하다. 극장의 강점인 사운드 시스템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집중력 있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여기에 3D라는 기술력이 더해지며 무대를 직접 보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보통 2~3만원의 관람료로 극장에서 영화처럼 관람할 수 있는데 공연을 직접 무대에서 보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자주 찾는 극장을 통해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무용가들의 명연을 직접 보는 것이 물론 좋겠으나 큰 스크린과 고급 음향 시설을 통해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특히 이런 예술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드문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편안하게 접근해서 관람의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실제로 이번 관람이 지난 <피나> 3D 관람에 이은 두 번째 무대 공연의 극장 관람이었는데 만족도는 상당하다.

 

몸으로 표현되는 예술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신기함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노력의 결정체로 보여 숭고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고 뛰어오르는 발레리나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막으로 구성된 <지젤>의 경우 1막은 주로 지젤의 발레가 독보적이라면 2막에 와서는 지젤은 물론이요 윌리의 여왕 마르타와 백작 알브레히트의 발레까지 놀라운 기술력과 표현력을 뽐내는 지라 절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지젤> 공연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2010년 공연 실황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최고의 발레단으로 꼽힌다. 1738년에 창단된 이 발레단의 정식 명칭은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마린스키극장 키로프 발레단(The Kirov-Mariinsky Ballet)'이다. '키로프 발레단'으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는데 볼세비키 혁명가 세르게이 키로프를 기리기 위해 ‘키로프 발레단’으로 불리었기 때문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이란 이름은 공산주의 통치가 종식되면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 출처 : DAUM 영화>

 

<지젤>이라는 작품은 2011년 세계 피겨 선수권에 출전했던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다시 한 번 상기됐지만 가장 먼저 그 이름을 들었던 것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라는 발레리노를 통해서였다. 85년작 <백야(White Nights)>로 유명했고 최근엔 <섹스 앤 더 시티>에도 출연했던 바리시니코프는 87년에 발레 '지젤'을 영화화하는 무용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젤>에 출연했었다. 그 영화를 통해 '지젤'이라는 발레의 존재를 알게 됐었는데 찾아보니 재미있게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 소속됐었던 발레단이 바로 이 '키로프 마린스키 발레단'이었다고 한다. 재미난 우연이다.

 

*사족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메가박스 센트럴점. 이 곳을 찾은 것이 2011년 봄 이후 처음이라는 말을 지인과 나누면서 당시 관람했던 <천녀유혼>(2011) 을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우연이라면 우연인 것이 있었으니, <천녀유혼>에서 영혼인 섭소천은 인간인 영채신과 사랑에 빠진다. 영채신을 죽이라는 요괴대모의 명을 거스르는 섭소천은 사랑을 위해 모진 질책을 감내한다. 윌리의 여왕 마르타로부터 알브레히트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춤을 추던 지젤의 모습이 <천녀유혼> 속 섭소천의 모습과 묘하게 겹치는 것 또한 재미난 우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