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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인사이드 아웃] 내 안의 슬픔을 보듬게 만들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애니메이션은 2차원에서 3차원의 세계로 열린 것 같다. 이제 30년을 맞은 픽사의 작품은 꾸준히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고 감동의 크기를 더해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잊을 수 없는 픽사의 작품은 ‘업’과 ‘토이스토리 3’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와 슬픔, 놓치고 지나친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푹푹 찌르면서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영원한 행복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과도 맥을 달리 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 점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픽사를 자리매김하게 했다.

 

픽사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역시 삶이 기쁨만으로 가득 채워지지는 않음을, 슬픔도 그 자리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에 짜릿한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어느 때보다 크고 다양해진 상상력의 축제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나의 감정 컨트롤 본부와 소통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고 그러다보면 감정 하나하나를 손에 품고 보듬어주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소녀 라일리의 탄생과 함께 그녀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자리한 다섯 감정-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이 라일리를 어떻게 컨트롤 하고 라일리의 성장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영화는 상상력 넘치고 재미있는 심리학 책 같기도 하다.

끝없이 즐겁고, 즐겁기 위해 애쓰는 ‘기쁨’에게 뭘 의도하지 않았어도 슬픔이 흐르는 ‘슬픔’은 라일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달갑지 않은 친구다. 그래서 ‘기쁨’은 라일리의 어떤 감정에도 ‘슬픔’의 손이 닿지 않도록 애쓴다.

그래서 영화 내내 ‘기쁨’은 분주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슬픔’의 손길로 인해 라일리의 감정은 엉망이 되고 만다. 핵심 감정들이 모여 라일리의 인격을 만들어가는 공간들은 기쁨을 잃고 무너져 내리는 위기에 처한다.

 

어찌 보면 이야기는 단순하다. 11살이 되기까지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자란 소녀 라일리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고 전학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파고,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간단한 이야기가 ‘감정 컨트롤 본부’를 만들어 보여주는 상상력의 힘으로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작품이 되었다.

마치 유년기가 지나서 장난감을 처분하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라고 단순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눈물 펑펑 쏟으며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승화시킨 ‘토이스토리3’처럼 ‘인사이드 아웃’도 상상력의 힘, 이야기의 힘, 애니메이션의 힘을 보여준다.

‘인사이드 아웃’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성장하면서 깨닫게 되는 슬픔이라는 감정의 가치’라고 하겠다. 웃음만 가득한 인생에 울음이 찾아왔을 때 깨닫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영화는 그것을 플롯으로 활용한다. 한참 관객을 유쾌하게 웃기던 영화가 절정의 순간에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캐릭터는 라일리의 상상 속 놀이 친구 ‘빙봉’이다. ‘빙봉’이 선사하는 눈물 폭탄을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갈 때 꼭 손수건을 챙기시길~


사족) 기쁨이를 보는 데 자꾸 왕년의 ‘뽀뽀뽀’ 뽀미누나 왕영은이 생각났다면...너무 나이가 드러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