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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입소문이 나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1부와 2부로 나뉜 영화는 1부에선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고조시를 방문하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영화 만들기의 재료를 찾는 감독과 통역을 겸하는 조감독의 이야기를 흑백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컬러로 화면을 전환한 2부는 마치 1부에서 얻은 재료들이 이야기로 엮어져 나온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1부의 감독이 꾸는 꿈같기도 하고 그 자체로 너무나도 맑은 여행 로맨스처럼 보이기도 하다.

영화를 만드는 이의 고민과 그 재료 수집 과정, 모아진 재료들이 어떻게 영화 속에 담아지면서 만드는 이의 인장을 찍어내는지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그 모든 재료들이 영화 속에 환상적으로 녹아들며 관객을 영화라는 꿈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법의 순간을 만나게 한다.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전개로 완성한 낭만적인 곡을 의미하는 ‘판타지아’라는 표현이 제목으로 쓰인 것은 이보다 더 적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는 일본의 나라국제영화제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3인3색’의 감독으로 작업한 적 있는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나라국제영화제 프로젝트에 한국의 장건재 감독을 초대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장건재 감독은 3주간 나라에 머물며 총 11회 차 촬영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고조시와 시노하라라는 공간에 대해 확실한 감이 잡혀야 영화에 담을 이야기가 나올 텐데 감독에겐 그저 낯선 타국의 도시였을 테다. 그래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직접 다니면서 곳곳의 사연과 전설 같은 걸 거의 가이드 수준으로 요약 전달 해주다시피 했다는데 그것이 장건재 감독 스타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혼자 다녀보겠다고 선언하고 곳곳을 돌아보던 중 발견한 곳이 영화 초반에 나오는 카페이고 그 카페에서 받은 느낌으로 영화의 시작부분이 풀렸다고 한다. 어찌 보면 장건재 감독이 나라에서 겪은 영화 만들기라는 과제가 고스란히 이 영화의 1부와 2부에 담겼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우물 안에 맑은 달이 비치고 그 뒤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는 한마디로 여행을 부르는 영화이다. 2부에서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을 찾아 나라로 왔다는 혜정(김새벽)과 여행안내소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는 유스케(이와세 료)가 함께 함께 하는 시간들은 관심도 없던 고조시, 시노하라라는 일본의 작은 도시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재료’를 찾는 중이라지만 사실은 고민덩이를 안은 듯 한 혜정(김새벽)에게 유스케(이와세 료)같은 사람의 존재는 신의 선물과 같다. 낯선 여행지에서 남자든 여자든 유스케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진정 신의 선물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의 교감이 분명 준비 기간도 짧았고 정해진 시나리오도 없이 촬영됐다는 이 영화 속에 마법처럼 담겨 있는 것을 보니 어찌 그 도시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지 않겠는가. 일본어가 이렇게 예쁘고 선하게 들린 적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미정과 혜정을 연기하는 김새벽 배우의 눈빛과 웃음소리가 영화처럼 맑고 매력적이며, 일본의 신예인 이와세 료의 미소는 얼핏 강동원 배우를 연상시키는 매력이 있다.

'잠 못 드는 밤' 을 보면서 이 감독은 어쩜 이렇게 리얼하게 소소한 일상과 고민을 담은 다큐인 듯 다큐 아닌 극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그런 특성을 고스란히 이어오면서도 보는 이를 설레게 하는 극영화의 매력을 더욱 강화한 작품이었다.

어찌 보면 이 영화에 미사여구를 붙이는 것조차 영화의 멋지고 좋은 면을 말하고 싶은 보는 이의 욕심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 미사여구마저도 이 맑은 영화를 오히려 해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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