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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쥬라기 월드] 끝내주는 재개장, 끝장나는 탐욕

 

존 윌리엄스의 '쥬라기 공원' 오리지털 테마음악에 맞춰 22년 만에 재개장한 공룡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의 거대한 풍모가 소개되면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이 밀려온다.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마이클 지아치노가 새롭게 음악 감독이 되었지만 존 윌리암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버리고서 ‘쥬라기 월드’를 재개장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렇게 익숙한 테마음악으로 1993년 시작된 시리즈를 상기시키는 영화는 역시나 끝내주는 흥행기록을 세우며 다시 돌아왔다.

사실 1993년에 공개된 1편 만큼의 임팩트가 있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걸 아는 듯 영화는 전편 보다 더 다양한 공룡들과 더 향상된 테마파크 시스템을 완비했다. 무시무시한 벨로시랩터를 조련 가능한 대상으로 설정한 것도 인상적이다. 문제는 향상된 기술력만큼이나 인간의 탐욕도 더 커지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유전자 변이를 통해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공룡을 만들고 그것을 투자 대상으로 소개하며 ‘에셋(상품)’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모습은 여전히 한심하다. 과학적 오류에 대한 책임 없는 과학자와 전투로봇 마냥 공룡을 활용하려는 군인, 이상을 펼치느라 현실을 놓친 기업가의 모습은 현실 세계 인간군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결말은 다시금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한다.

 

 

'쥬라기 월드'는 확실히 스티븐 스필버그와 프랭크 마셜의 엠블린 엔터테인먼트가 만들어 온 가족영화, 성장영화, 모험영화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자기세계가 확실하여 부모의 말을 시큰둥하게 듣는 아이들의 모습, 뭔가 마니아적인 호기심을 갖고 있고 형보다 예민한 동생의 모습, 심지어 배우들의 외모까지 그간 엠블린이 만들어온 'E.T.''구니스''슈퍼에이트'같은 작품들과 많이 닮아있어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프닝 크레딧에 자전거를 탄 이티가 등장하는 엠블린의 로고만 봐도 가슴이 설레는 필자에겐 그저 반가울 향수일 뿐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의 기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1편에 비해 약하다는 점이다. 1편에서 거울 효과를 이용해 벨로시랩터를 따돌리는 아이의 기지에 ‘참 똑똑하다’는 감탄이 흘렀던 극장 분위기를 떠올려볼 때 '쥬라기 월드'에서 아이들 캐릭터를 좀 더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에서 랩터조련사 오웬으로 멋지게 변신한 크리스 프랫은 스크린을 장악한다. 무시무시한 랩터를 조련하는 모습에서 카리스마를 뿜고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보이는 밀당의 호흡도 좋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도 데뷔작이랄 수 있는 M.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 이후 가장 흡입력 있는 존재력을 보여준다.

곳곳에서 '쥬라기 공원' 1편과의 연결고리를 갖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1편에서 호박에서 추출한 모기의 피에서 어떻게 공룡의 DNA를 찾아냈는지를 설명해주는 DNA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모습이나 숲속에서 탐욕스런 과학자에게 최후를 선사했던 그 공룡이 등장하는 방식 등 곳곳에 숨은 1편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쥬라기 월드'를 감상하는 재미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