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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관객을 미치게 하는 힘이 뭔지 좀 아는 듯

 

 

3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매드 맥스’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설렘이 있었다. ‘매드 맥스: 분도의 도로’. 사실 이 영화의 전작 세 편의 이야기들이 명확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세 편을 다 보지도 못했다. 다만 티나 터너가 등장했던 3편 ‘썬더돔’에 대한 기억이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매드 맥스’는 추억 속 시리즈임에 분명하고 리부트가 오리지널 감독인 조지 밀러에 의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컸다. 마치 ‘스타 워즈’가 에피소드 1로 다시 돌아온다는 발표가 났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뚜껑을 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단순한 추억 속 영화와의 재회에 그치지 않았다. 지금 나오는 모든 블록버스터들과 대결을 붙여도 전혀 꿀리지 않을, 오히려 앞장 서 나가는 파괴력을 지닌 엄청난 작품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집중해서 봤고, 긴장감에 손과 등에 땀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몰입하며 봤던 2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연 두 작품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적잖은 아쉬움이 있었다.

쉴 새 없이 부수고 엄청난 굉음을 내며 치고받기는 하지만 완급조절 못하고 무작정 쏟아 붓는 통에 질리게 만들었다. 그 사이에 잘 살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마저도 가려지는 역효과까지 났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역시 엄청난 액션 시퀀스가 연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라는 능선을 잘도 타고 넘으면서 호흡조절을 한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볼 수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임모탄 조가 지배하는 시타델을 탈출하는 1장과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역행의 2장으로 볼 수 있다.

‘초록의 마을’이라는 이상향을 찾아 탈출하는 퓨리오사(샬리즈 테론) 무리와 맥스(톰 하디), 그들을 처치하기 위해 뒤를 추격하며 무참히 공격해대는 임모탄 조 세력의 대립이 펼쳐지는 1장과 이상향의 암흑을 확인한 뒤 시타델을 정복하기 위해 역행하는 질주가 그려지는 2장의 완급조절은 분명하다.

1장보다 2장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절박함과 더욱 짙어진 분노의 핏자국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술, 그 이야기에 액션을 덧붙이는 요령을 아는 사람의 작품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희한한 것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다. 사방이 막힌 데 없는 허허벌판이서 끝도 없이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공간은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하기 좋게 만든다.

그로테스크한 장면들과 사막의 여신 같은 여인들의 자태까지 강렬하게 드러내는 이 공간은 자신을 과하지 뽐내지 않지만 영화가 그 안에서 분명하게 색깔을 드러내도록 지지해주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어준다.

오랜 시간 칼을 갈고 이를 갈며 준비해온 탈출, 그 추격전을 다시 되풀이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게 최선이 되어버린 탈출자들의 절박함과 분노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던 ‘태양의 서커스’ 퍼포먼스 같이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현란한 액션 속에 고스란히 녹아드는 이 영화는 인물들이 느끼는 분노와 절박함에 관객이 동화되게 만들어 그 현장에서 함께 질주하는 듯한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기 드문 풍부한 감정연기를 선보인 퓨리오사 역의 샬리즈 테론이 압권이고 타이틀 롤임에도 묵묵히 리부트 그 자체에 헌신한 듯 한 맥스 역의 톰 하디까지 계속 이 시리즈를 통해 만나보고 싶은 배우들이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분노’도, ‘도로’라는 표현도 붙여내기에 제대로인 진짜 임자를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120분 동안 펼쳐지는 이 완벽하게 관객을 몰입하게 하고 압도하는 영화를 만난 지가 언제였던가, 이전에 있기라도 했던가 싶은 생각이 들만큼 이 영화는 완벽하게 물건으로 다시 돌아왔다.

격하게 환영한다, 맥스 그리고 조지 밀러여~

_201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