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ver the silver screen

[이미테이션 게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압도적인 연기

 

 

이미테이션 게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압도적인 연기

 



​​<이미테이션 게임>은 예상 외로 진중한 영국산 드라마였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지만 <킹스 스피치>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물론 두 영화의 공통분모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이 두 영화의 분위기를 닮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자막은 다른 영화와 달리 음영을 주고 익숙하지 않은 폰트를 쓴 듯한데 이렇게 공들인 폰트가 <킹스 스피치> 제목 폰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는 나찌의 비밀 암호 해독기(훗날 컴퓨터라 불리는 것의 시초가 된)를 만든 수학자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3개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원작도서의 제목인 '앨런 튜링'이 더 적절한 제목이었을까 싶지만 영화의 제목으로는 '이미테이션 게임'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판단력에 상응하는, 또는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줄 아는 기계의 능력을 시험하는 '튜링 테스트'의 다른 이름이 '이미테이션 게임'이다. 앨런 튜링의 삶 자체가 튜링 테스트와 동일해보이고, 그가 살아온 시대와 주변 사람들을 '튜링 테스트'에 적용해 돌려본 결과가 곧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의 상용어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앨런 튜링의 기계적 모습, 위장한 암호의 진의를 걸러내는 기계의 모습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이 주는 무력감, 진실과 신뢰가 깨지는 모순적인 인간사의 모습 등이 그 자체로 기계처럼 느껴지거나 테스트의 대상같은 풀리지 않는 암호처럼 느껴진다. 끝내 다름을 포용하지 못하는 세상에 의해 영웅이었던 천재의 삶이 비극으로 내쳐졌던 사실을 직면하게 되는 순간 이 세상의 모순이 극대화되어 보인다. 그러니 앨런 튜링의 온 삶을 다 담아냄에도 그의 이름보다 더 넓게 세상을 설명하는 '이미테이션 게임'이 영화의 제목으로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두고두고 회자될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눈빛, 시선, 꾸부정한 몸과 말투까지 그는 완벽하게 압도적인 타이틀롤을 연기해냈다.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의 집으로 찾아와 설득하고 뒤돌아 걸어가는 뒷모습에 눈이 번쩍 뜨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표작으로 남을 것 같다. 오스카 후보 지명된 것이 아깝지 않은 상 받을만한 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