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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숭배와 통치가 여전한 현재에 전하는 메시지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숭배와 통치가 여전한 현재에 전하는 리들리 스콧의 메시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이자 십계명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이집트에서 핍박받으며 살아온 이스라엘인(히브리인)들에게 모세를 통해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하나님의 은총이 담긴 기록이다. 또한 십계명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룰을 선포하는 장이기도 하다.
성서적으로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리들리 스콧의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이 만들어졌다. 신들을 숭배하고 왕들이 통치하던 시대의 사람들을 묘사하며 여전히 숭배와 통치가 존재하는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종교영화? 아니 인간사에 대한 영화!

 

 


영화는 성경을 영화로 옮긴 종교영화나 성화가 아닌 리들리 스콧에 의해 만들어진 웅장한 스케일의 역사극이라고 설명하는 게 적절할 듯 하다. 철저하게 뼈대는 출애굽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하나님'을 언급하거나 그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설파하는 장면은 없다.
다만 부정한 탐욕과 오만함이 넘치는 이집트 왕국 하에서 노예로 핍박받는 사람들이 신의 계시를 받은 모세를 통해 구원의 길에 이르고, 핍박했던 가해자들은 씨족까지 말살되는 형벌에 처해지는 모습을 담았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이는 현실의 문제 속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찾을만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핍박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은 이스라엘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그들의 꿈의 고향인 가나안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미 가나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지금의 팔레스타인인)에겐 이주한 이스라엘인들이 침략자이자 이방인일 수 밖에 없음을 영화는 힘주어 표현한다. 노예예서 자유함을 얻었을 때 인간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염려 또한 덧붙인다. 즉, 기독교의 기록서에서 가져온 이야기이지만 본질적으로 현재 인간 사회의 정치와 사회 문제,  민족적 이기주의로 벌어지는 피의 전쟁의 문제, 삶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문제를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로 받아들이게 한다.

 

 

 

 

 

모세는 마법사 간달프가 아니다

 

 

성경에서 가져온 이야기이지만 '할렐루야'를 외치게 하는 종교영화로만 보게 하지 않는 이유는 영화가 묘사한 성경의 요소들이 조금씩 성경과 다르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이는 재해석 또는 연구의 결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 군사들에게 쫓기며 아슬아슬하게 홍해를 건너는 장면은 <십계> 등 모세의 기적으로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에서 백미로 다뤄진 부분이다.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지팡이를 내리치자 홍해 가운데 길이 나며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졌다가 이스라엘인들이 모두 건너자 다시 길을 없애고 바다로 변해 이집트 군사를 처치하는 설정은 앞서 만들어진 여러 영화에서 멋들어지게 다뤄졌다. 모두 모세를 간달프 같은 마법사처럼 묘사했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순간에 이스라엘인들을 구원하는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홍해가 갈라져 길을 낸 성경의 이야기에 어떤 성경연구가들은 그것은 순전한 밀물과 썰물의 현상일 뿐인데 성경의 묘사와 해석에 신화적 요소가 가미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치 그런 의견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리들리 스콧은 홍해에 일어난 썰물과 밀물이라는 현상에 하나님의 은총처럼 다가온 타이밍을 접목해 마법사같은 모세도, 신화적 과장도 걷어냈다.
물론 앞서 펼쳐진 열 가지 대재앙처럼 이 홍해의 기적 또한 하나님의 은총과 의지의 결과로 표현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전 영화들이 표현한 것이 일방적인 '할렐루야'를 이끄는 신화적 표현이었다면 리들리 스콧의 묘사는 현재의 해석과 의견을 반영한 조금 더 현실적인 표현으로 보였다.

 

 

한편 성경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등장하는 메신저가 이 영화에서는 마치 신의 대리인같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이는 얼핏 천사와 악마의 양면을 지닌 대리인처럼 등장해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국 모세와 신을 소통하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 리들리 스콧만의 영화적 인장처럼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여전히 신들과 왕들이 존재하는 세계를 향한 메시지

 

 

결국 신의 계시를 통해 십계명을 돌에 새기며 마무리되는 영화는 다시 한번 현재의 인간이 인간의 도리를 하면서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 뿐만 아니라 탐욕에 대한 경계, 인간 사이의 존중과 배려를 강조한 십계명은 종교적인 의미로만 해석될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인간이 서로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영화는 성경의 내용과 달리 모세의 입을 통해 이스라엘인을 구원한 것은 하나님이니 하나님을 경배하라거나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십계명을 전파하라는 장면을 전혀 담지 않았다. 영화의 God은 그야말로 조물주, 창조주로 해석해도 문제가 없겠다. 영화의 제목이 '신들과 왕들'인 것도 하나의 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 영화가 아닌 섬기는 신들이 있고 지배하고 통치하는 왕들이 있는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표시가 아닐까 한다.

 

기독교인들이 본다면 신앙심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하지만 비기독교인들이 본다면 현재의 정치, 사회 문제와 국가와 민족의 대립이 여전한 현 시점의 문제를 상기하게 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