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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타짜-신의 손] 영리하게 함정을 벗어나는 타짜 같은 속편

 

 

타짜-신의 손

 

영리하게 함정을 벗어나는 타짜 같은 속편

 

 

 

'좋았다니 다시 한번'의 마음으로 수많은 이야기의 후속편이 만들어지지만 '다시 한번 하니 더 좋았더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경험이 <타짜-신의 손>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먼저 됐다. 더군다나 캐스팅도 1편에 비해 약해 보였고 연이어 <과속스캔들><써니>의 연이은 흥행 성공을 기록하던 강형철 감독이 만든다는 말에 세 번째는 실패로 기록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은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다시 한번이니 더 좋았더라'까지는 아닐지라도 '다시 한다고 똑같은 레인 위에 있을 필요는 없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것에 오히려 놀랐다. 우려했던 함정을 보기 좋게 빠져나간 만듦새의 영화는 그야말로 타짜 같았다.

 

 

 

 

야망을 품고 줄타기를 하던 고니(조승우)로부터 출발한 <타짜> 두 번째 이야기 <타짜-신의 손>은 고니의 조카 대길(최승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타고난 도박꾼의 끼를 갖고 성장한 대길은 우발적 사고로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잡는다. 할 줄 아는 게 화투다 보니 자리 잡는 곳도 하우스 관리인이다. 그렇게 좀 더 큰 도박의 시장에 발을 디디면서 치졸한 배신과 음모가 도사리는 설계의 세계에서 웃었다 울었다 반복하고 칼을 맞았다 휘둘렀다 하면서 성장하고 사랑하는 대길과 그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딴 생각 할 겨를 없는 속도감으로 펼쳐진다.

 

 

 

 

<타짜>에서 고니는 야망을 품고 성공을 꿈꾸던 인물이었다. <타짜-신의 손>에서 대길 역시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사랑과 의리다. 그리고 사랑과 의리는 자애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몇 겹으로 구성된 배신과 복수의 이야기 틀을 통과하면서 늘 중심에 있는 것은 대길과 미나(신세경)의 사랑의 감정이다. 그 감정이 영화의 중심에 있고 끝까지 이어지면서 <타짜-신의 손> <타짜>의 옆 레인으로 방향을 튼다.

 

 

그렇다고 절절한 로맨스로 뒤덮지 않고 배신과 복수, 화투판의 암투가 도사리는 서늘한 풍경을 쫄깃쫄깃하게 담아낸다. 마지막 큰 대결을 앞두기 전까지 중규모의 배신-복수가 순환되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흘러서 지루할 틈(허점을 발견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속도를 내다보니 영화 속 인물들이 생각을 하는 틈마저도 관객이 감지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면 인물들의 능수능란함이 허황되어 보이고 설득력이 약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마지막 대결이 벌어지는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나버리는 러닝타임을 생각할 때 길고 센 에필로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감으로 틈을 안 주기에 보는 동안에 재밌게 홀려서 보게 된다.

 

 

 

 

하지만 그 긴 마지막 순간까지 <타짜-신의 손>은 화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부각시키는 장점이 있다. 배신과 복수의 커다란 판이 펼쳐지는 것인데 눅눅한 감정이 무겁게 덮인 판이 아니라 경쾌하면서도 짜릿한 복수를 화투 게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가 적절하게 전달됐다. 그래서 긴장감이 인물의 감정보다는 게임의 룰에서 나오고 진정한 도박 영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사이사이 강형철 사단이 만든 복고풍의 대사와 설정이 웃음을 유발하고 <옹박>같은 무술영화에 등장할 법한 무시무시한 싸움꾼도 기대 이상의 액션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잘 사용됐다. <타짜>에는 최동훈식 화면분할이 볼거리였다면 <타짜-신의 손>에는 유려한 화면 연결이 볼거리였다. 자주 사용돼 과한 감도 있었지만 영화에 '감각적'이라는 수사를 붙이기 좋은 기교였다.

 

 

 

 

1편보다 약한 것 같다는 캐스팅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생기와 패기가 눈빛으로 뿜어져 나오는 대길 역의 최승현은 어떤 배우들과 함께 있어도 좋은 화학작용을 보여줬다. <타짜> 정마담(김혜수) 캐릭터에 대한 그리움은 그녀처럼 전략적이고 표독한 연기를 차진 욕과 함께 소화해 낸 우사장 역할의 이하늬를 통해 해소된다. 무엇보다도 치가 떨리도록 악랄한 악역 장동식을 연기한 곽도원은 <변호인>에 이어 말로 표현 못할 밉상 연기를 펼친다. 덕분에 그의 최후가 주는 통쾌함은 배가 되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속 아귀의 조수로 스치듯 등장하는 배우가 있다. 그 배우와 대길의 눈빛이 마주치는 장면에서 3편이 나온다면 그 조수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 배우에 대한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직접 보고 확인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