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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자처럼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당일 여행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2014)가 8월 14일~19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다.

개막식 바로 다음날, 광복절 연휴의 시작인 15일 당일 여행 일정으로 제천에 다녀왔다.

평소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거리인데, 연휴라 교통 체증을 감안하더라도 세 시간이면 족할 것 같아서 여유를 부리며 아침 9시 30분 버스를 예매한 것은 오판이었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인파로 붐비는 터미널을 목격했고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기사 아저씨께서 "곳곳이 정체라서 시간이 꽤 걸릴테니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하셨을 때도 '에이 밀려봐야 얼마나...' 했었는데,

결국 예매했던 1시 영화 <프랭크>를 날려버렸다 ㅠㅠ

 

 

 

 

 

 

'무정차' 버스였으나 길이 밀리니 어쩔 수 없이 '응암휴게소'에 들러 용무가 급한 승객들에게 잠시의 쉼도 제공했고 중간에 주유까지 했다.

기사 아저씨께서 여기저기 연락책과 통화하시며 그나마 좀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셨고, 덕분에 차는 구석구석 국도를 누볐다.

그 덕에 곳곳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었다.

 

 

 

 

 

 

달리고 달려 드디어 제천에 입성하자 반가운 마음에 아무 데나 찍어댄 사진.

총 4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2시 무렵 제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제천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서울행 막차를 예매했다. 그런데 예매한 티켓에 날짜만 찍힐 뿐 승차 시간도 좌석 번호도 찍혀있지 않았다. 물어보니 30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므로 아무 차나 승차해도 된다고 한다. 혹시 인원이 다 차서 못 타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30분 뒤에 오는 다음 차를 타면 된단다. ;;; 여튼 동서울행 막차일 경우엔 인원이 다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니 그냥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장시간 버스 이동에 허기져서 영화제가 열리는 메가박스로 향하는 길에 순대 국밥을 먹었다. 도착하자마자 배 채울 생각부터 하는 먹보 같으니라구...

'황기순대국'. 터미널에서 받은 영화제 안내 브로셔에 담긴 음식점 리스트에도 있는 집이라서 고민 없이 들어갔다.

황기를 첨가한 순대국이라는데 여느 순대국에 비해 맑고 간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서 양념을 첨가했음에도 자극적인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장을 반찬으로 맛있게 뚝딱 하고 영화제가 열리는 메가박스로 향했다.

 

 

 

 

 

제천중앙시장 거리에 마련된 분수와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이 찍힌 동판 전시물이 보였다. 영화제 분위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메가박스 앞에 이르자 정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극장 옆에 마련된 무대에서 '거리의 악사' 공연이 진행중이고 극장 안 로비에서도 '거리의 악사' 공연 중이었다. 극장 주변엔 기념품 판매대와 안내 데스크, 재미난 캐리커쳐를 그릴 수 있는 부스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늘에 앉아 음악이 흐르는 영화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중앙시장 길을 따라 걷는데 어떤 소녀가 '솔로'라는 문구가 적힌 그림을 목에 걸고 다니길래 '이건 무슨 유행인가' 싶었는데, 바로 이 캐리커처였다. '솔로''노예''백수'등의 문구를 캐리커처 하단에 함께 적어주는 모양이었다.

이거 꼭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시간을 놓쳤다. 저녁 7시 정도에 마감하는 것 같으니 그 전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자!

 

 

 

 

 

 

작년까지만 해도 극장 건너편 자리에 공터와 카페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쉬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 아이스크림 가게와 빨간오뎅 가게가 들어서 버렸다. 

대신 극장 옆 텐텐 페스티벌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쉴 수 있었고

그 옆 카페 '릴리펏'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작은 카페 '릴리펏'도 인상적이었다.

 

 

 

 

 

예매했던 1시 영화를 놓쳤기에 내게 남은 영화는 4시 영화 <굿 럭! 보이> 한 편 뿐.

그래도 '신에게는 아직 한 편의 영화가 남아있사옵니다'도 아니고...

 

 

 

 

 

 

대만 영화인 <굿 럭! 보이>는 폐쇄를 앞둔 100년 전통의 설탕 공장을 배경으로 폐쇄 전 기념 공연을 위한 '주제곡' 작곡을 제안받은 주인공 바이올리니스트 아체의 이야기다. 우연히 '주제곡' 작고 제안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그 설탕공장은 어릴 적 친구들과 자신의 추억이 있는 공간이었다. 뇌종양으로 아파하는 친구를 위해 기도했던 어린 시절의 소년은 성장하여 그 추억이 담긴 공간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폐 공장의 각종 시설을 두드려서 내는 소리와 현악기의 조화로운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영화의 끝부분은 영화의 백미였다. 이 영화의 감독인 셔우 허는 '대만의 난타'라고 소개할 수 있는 '텐 드럼스'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두드려서 내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고 대만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팀이라고 한다. 그 '텐 드럼스'와 실제 설탕공장에 추억을 갖고 있는 인물의 실화를 접목시킨 작품이 <굿 럭! 보이>였다.

 

 

 

영화 종료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영화의 프로듀서 랜타펭씨와 통역, 전진수 프로그래머.

 

 

 

이제 내게 주어진 영화는 모두 관람했고, 먹고 즐기는 일만 남았다^^

제천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빨간오뎅을 먹기 위해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빨간오뎅은 제천 곳곳에 가게가 있지만 중앙시장에 있는 가게가 '원조'라고 하여 그 곳에는 역시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4개 1,000원 하는 빨간오뎅과 튀김 등을 사들고 다시 메가박스로 와서 '거리의 악사'공연을 보면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냠냠 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바람도 솔솔 부니 야외에서 음악 공연을 보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매진, 바닥프로젝트의 공연을 봤는데 이매진은 목소리가 너무 예쁘고 착한(?) 말투가 인상적이었고, 바닥프로젝트는 관객들과 호흡하는 힘이 참 좋았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기 전에 커피를 사러 카페에 갔다가 호소력 짙은 보컬에 빠져서 그대로 듣고 있을 수 밖에 없던 팀이 있었는데 이름을 듣지 못했다. 기타와 잼배를 연주하는 남성 2인조였는데...

 

 

 

 

극장에서 대각선 길 건너에 자리한 중앙시장 2층에는 제천시민들과 함께 하는 플리마켓과 음악다방이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타투나 네일 아트 등도 즐길 수 있다.

음악다방에선 편안하게 그늘에 앉아 DJ에게 신청곡도 청해 들을 수 있다.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다.

동서울행 막차인 9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하는 길.

짧은 당일치기 코스라서 아쉬움이 남지만 제천의 여유로움과 영화와 음악의 맛을 즐긴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지인들도 만나서 좋았던 시간.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에 오르니 막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청풍호반에서 야외 영화감상과 공연 프로그램인 '원썸머나잇'을 즐기는 관객들 걱정을 잠시 해봤다. 뭐 비가 와도 신나게 즐길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