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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내가 캡틴 아메리카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내가 캡틴 아메리카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를 확실히 인지시키는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과 시련을 다뤘던 <퍼스트 어벤져>(2011) 이후 70년 만에 깨어나 <어벤져스>(2012)에 합류했던 캡틴 아메리카. 이번 작품에서 그는 몸은 현재에 있지만 정신은 70년 전의 사람임을 도드라지게 묘사하며 캐릭터를 살려낸다.

70년 동안 누리지 못했던 영화와 음식, 음악 등의 정보를 차곡차곡 수첩에 기록해 나가는 모습,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죽음을 목전에 둔 할머니인 페기(헤일리 애트웰)를 찾아가는 모습, 적을 소탕하는 전투에 있어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패기 등은 70년 전 젊었던 스티브 로저스의 아이덴티티를 현재의 캡틴 아메리카에게서 지우려 하지 않은 흔적이다. 과거 연인이었던 페기의 조카(원래는 페기의 여동생이었지만 후에 조카로 설정이 되었다는) 샤론(에밀리 반캠프)을 쉴드(S.H.I.E.L.D) 요원으로 등장시켜 캡틴 아메리카와 연인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것도 과거의 끈으로부터 캡틴 아메리카를 벗어나게 할 이유가 없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나 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가 평생 거둬야 하는 숙명의 대상으로서 그의 절친 버키(세바스찬 스탠)를 등장시킨 것도 70년 전에 멈춘 아이덴티티를 끌어안고 가야 할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멤버들과 캡틴 아메리카를 구별하는 특징이 될 것이다.   

 

 

액션 시퀀스의 구성이나 내러티브에서도 캡틴 아메리카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분명 최첨단 무기가 등장하고 그 모든 것을 막아내는 괴력의 방패가 등장하지만 그런 희한한 무기들을 조연으로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고전적인 맨손 액션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적인 바트록(조르쥬 생 피에르) '무기 버리고 한 판 붙자'라고 하는 대사와 함께 펼쳐지는 액션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신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몸과 몸이 부딪히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를 위시하여 조력자들이 각개전투를 벌이는 부분도 무선을 이용하여 각자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액션이 보여지는데 이런 시퀀스들은 묘하게도 80년대 미국 TV시리즈인 <V> <A특공대>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미션 임파서블><미녀 삼총사>등에서 여러 차례 사용했던 변장 트릭 같은 고전적인 수법이 빛나는 것도 이 작품의 면모 중 하나이다. 그만큼 고전적인 방식이 영화 속에 유용하게 사용됐고 이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70년 전 아이덴티티를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한다.

 

 

닉 퓨리(사뮤엘 엘 잭슨),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하는 일명 '팀 캡틴 아메리카'의 적은 '히드라'다. 쉴드(S.H.I.E.L.D) 조직에 도사리는 적 히드라는 바이러스처럼 퍼져 다수가 되어있고 이미 2차 세계대전부터 그 시작점이 있었음은 소름 끼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자유를 부르짖으며 세계를 통치하는 패권을 쥐려는 히드라 조직은 나치 세력의 잔재로 보이며 이는 나치즘에 대한 공포가 만든 설정으로 보인다. 똑같이 자유를 부르짖고 자유를 위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래까지 예측하며 자신들에게 적이 될만한 세력을 조준하던 미사일이 버튼 하나로 방향을 달리하는 것처럼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서 하나의 조직 안에서도 대립항이 존재할 수 있음은 그저 픽션 속 상황으로만 보아 넘길 수가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쉴드 내 캡틴 아메리카 팀과  히드라 조직은 미국의 두 얼굴이기도 하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모습으로도 읽힌다. 나치의 잔재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것이 주는 실질적 위협처럼 우리 안에도 친일의 잔재와 그것이 주는 위협, 레드 콤플렉스로 실체 없는 위협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지 않은가. 영화는 그런 현존하는 위협 속에서 더욱 견고하게 뭉치는 '어벤져스' 팀과 소수일지언정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이 (블랙 위도우의 말대로)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싸워나갈 것을 암시한다. 그것을 보는 대한민국의 관객도 몰입하여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 땅에도 믿을만한 팀이 존재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스크린에 '어벤져스'의 등장을 알린 마블 스튜디오의 움직임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각인 시키며 '따로 또 같이'의 활동으로 거둘 수 있는 최대치를 향한 질주에 점점 가속을 붙이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9번째 주인공으로 출격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는 닉 퓨리와 블랙 위도우를 캡틴 아메리카의 지원자로 등장시켰고 그 외에도 캡틴 아메리카의 지원자들을 하나씩 등장시켜 '어벤져스'의 튼튼한 살을 불리는 작업을 한다. 뭔가 점점 불려져 나가는 것 같아 코믹스가 아닌 영화로만 그들을 봐온 관객임에도 계보를 따라가자니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 같은 조짐도 보이지만 마블 스튜디오의 입장에서는 크게 잘못만 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만한 방향으로 들어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