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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머드] 사랑 앞에 대동단결한 남자들의 이야기

 

 

머드 Mud

연령을 초월하여 사랑 앞에 대동단결한 남자들의 이야기

 

 

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와 넥본(제이콥 로플란드)은 나무 위에 있는 보트가 있다는 섬으로 어른들 몰래 향한다. 이 희한한 공간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만들고 싶어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보트에는 이미 누군가 머물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다름아닌 남자 머드(매튜 맥커너히). 그는 사랑하는 여인 주니퍼(리즈 위더스푼)를 보호하려다 살인을 저질렀다. 이에 복수를 하려는 무리를 피해 이 섬에 숨어 지내며 보트를 수리해 주니퍼를 데리고 탈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계획은 있으나 딱히 뭔가를 하지 못하던 머드에게 소년 엘리스와 넥본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소년들은 머드를 돕기 위해 식량과 각종 고철덩어리와 부품들을 실어 나르고 위험을 무릅쓰고 톰 할아버지(샘 쉐퍼드)와 주니퍼를 접촉하기도 한다. 왜 이 소년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망자인 머드를 도와주는가? 그건 바로 사랑을 믿기 때문이다.

 

 

<머드>는 한마디로 사랑 앞에서 이유불문, 연령불문하고 대동단결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남자들은 각자 처한 상황과 연령은 다르지만 각자의 사랑(방식)에 도취되어 확신을 갖고 있고 서로의 사랑을 인정하며 물불 안 가리고 도움을 준다. 마치 '너의 사랑을  지지하는 것이 나의 사랑을 인정받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각자의 연인 이야기를 하며 "나는 이렇게 사랑한다." "~ 이 녀석 사랑 좀 할 줄 아네." 식으로 낄낄거리며 술잔을 부딪는 모습이나, 가볍게 쥔 주먹을 서로 부딪치며 도취에 빠지는 모습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머드는 어릴 적 죽을 위기를 겪은 자신을 도왔던 것을 계기로 주니퍼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위기에 처한 그녀를 도와주려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 머드는 쫓기는 신세임에도 주니퍼와 함께 할 날을 계획한다. 머드의 주니퍼에 대한 순정과 열정은 소년 엘리스를 감동시킨다. 이혼을 말하며 연일 다투는 부모의 모습에 실망한 그에게 머드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세상에 존재함을 믿게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생명이 위태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주니퍼를 찾아가 머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왜 머드를 돕냐는 주니퍼의 질문에 엘리스가 하는 말은 딱 한가지다. "당신 둘은 사랑하는 사이니까요." 엘리스의 부모가 들으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냐' 싶을 만한 대답이지만 그만큼 엘리스는 머드의 사랑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것이리라. 그것은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가치와 어른인 머드가 생각하는 사랑의 가치에서 통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머드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에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톰 할아버지도 포함된다. 그는 묵묵히 그러나 결정적으로 머드를 돕는다. 톰은 주니퍼가 머드에게 거짓말을 했고 사악하다고 말한다. 엘리스는 이에 반발하지만 머드를 따라 나서려 하지 않고 망설이는 주니퍼의 모습에 실망한다. 주니퍼를 욕할지언정 톰 할아버지 역시 머드의 사랑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 무렵 엘리스는 껄렁거리는 남자로부터 메이 펄이라는 여자를 도와준다. 메이 펄은 엘리스보다 서너 살 많다. 메이 펄을 도왔던 것을 계기로 만나서 다정한 말 몇 마디 나눈 것으로 엘리스는 메이 펄을 자신의 여자친구라 여기게 된다. 그러나 그 마음이 일방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상처받는다. 그런데 엘리스로부터 메이 펄이 여자친구라는 이야기를 들은 엘리스의 아버지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묵묵히 아들의 말을 들어주며 "사랑을 너무 믿지 말아라, 조금만 소홀해도 널 버리고 떠날 테니까." 라고 조언한다. 조언을 해주긴 하지만 그 역시 아들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무언의 인정이랄 수 있다.

 

엘리스는 이혼하려는 부모의 관계에 불만이 많다. 아빠를 무시하는 엄마도, 엄마를 빗대듯이 여자의 사랑은 믿지 말라고 말하는 아빠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소동이 끝날 무렵 엘리스도 결국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넥본의 삼촌인 갤런(마이클 섀넌) 역시 여자의 마음을 도통 못 읽어 연인과 티격태격한다. 그러면서도 넥본과 엘리스에게 사랑에 대한 훈수를 들기도 한다. 대책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가 바다 아래에서 건져낸 진주로 연인에게 목걸이를 만들어줬던 순정을 소년들은 인정하고 이해한다.

 

10대 소년인 엘리스부터 청년인 머드와 갤런, 중장년인 엘리스의 아버지, 머드의 아버지, 그들은 이렇게 각자 사랑을 하고 그러면서 다른 남자들의 사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인정하거나 도움을 주려 한다. 또는 누군가의 사랑 방식을 참고하여 자신의 사랑의 태도를 키워나가기도 한다 물론 그 방식이 살갑진 않다.   

 

흥미롭게도 영화 속 여자들은 어느 하나 이런 남자들의 사랑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인정하지 못하는 세계 안에서 남자들은 사랑을 그들의 방식대로 열심히 발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기에 <머드>는 남자들이 믿는 사랑의 방식을, 그들 각자의 사랑에 대해 그들끼리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서로 도움을 주며 격려하는지를 볼 수 있는 영화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야말로 사랑 앞에서 연령을 초월하여 대동단결하며 서로 우쭐하여 어깨를 으쓱거리는 남자들의 모습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던 나라는 남자도 내내 마음 속에는 응원의 마음과 공감의 마음이 감탄으로 터져 나왔던 것이리라.

 

 

돌이켜보면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제프 니콜스의 전작인 <테이크 쉘터> 역시 남자가 믿는 사랑의 방식으로 가득 찬 영화로 읽을 수 있겠다. 영화 속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닥쳐올 폭풍과 종말의 징후에 대해 혼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친 듯이 방공호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커티스가 한 행동이 단지 어떤 미친 행동이 아니라 결국 그의 사랑하는 가족, 아내를 위한 그의 사랑 방식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테이크 쉘터>에 이어 <머드>에서는 더욱 확실하게 남자들의 사랑(방식)과 그들 사이에 연대를 그려낸 제프 니콜스의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지, 그 안에서도 남자들의 사랑의 형태가 등장할 지 궁금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