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ver the silver screen

2013년 10월 부산의 기록

 

부산에 다녀왔다. 이미 한 달이나 지난 일. 이것은 뒤늦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기록이다.

 

2013년 10월 4일 이른 아침 동서울터미널 발, 해운대 착 버스로 이동했다. 버스로 부산 내려가는 것은 처음. <무한도전> 맹승지가 활약했던 동서울 터미널 건널목을 건너 버스 탑승, 그로부터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잠들어버렸다.

첫 영화가 센텀시티에서 1시 시작인데 버스가 12시 30분 경 도착했다. 부랴부랴 지하철로 환승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적게는 하루 두 편, 많게는 하루 네 편씩 보면서 영화제를 즐겼다.

 

올해는 영화가 아닌 선택, 가령, 자갈치 시장에서 먹고 놀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모터보트 타고 놀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보고 놀기 등을 하느라고 영화를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영화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데 숨이 다 찰 지경이었다.

영화사에서 초대해주신 파티에도 운이 좋아 가보게 됐지만 영화 시간에 쫓겨 정작 해운대 비프 광장에는 발도 디디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이는 태풍도 한 몫 거든 결과인데, 태풍이 해운대를 스치고 갔던 10월 8일 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해안가에서 맞는 태풍이 얼마나 위협적인 것인가를 체험으로 깨달았다. 우산은 휘어지고 한 번 공중으로 부양한 우산은 다시는 지면으로 내려오지 못한 채 표류하는 것도 처음 봤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에 도착했을 땐 물에 빠진 생쥐꼴. 잊지 못할 태풍 '다나스'.

 

올해 부산에서 잊을 수 없던 사건 하나는 숙소 사기 당한 것이다. 함께 한 지인들과 지낼 단체 숙소에서 예약을 중복으로 받은 데다가 숙소장은 자리를 비운 채 연락도 안돼 발을 동동 구르게 됐던 것이다. 무책임하고 도리에 한참 어긋난 숙소장 때문에 졸지에 밤 11시 해운대에서 멘붕을 경험하게 됐다. 여차저차 되는대로 숙소를 정하기는 했으나 이후 사과는커녕 환불도 해주지 않고 있어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양심도 없고 상도에도 한참 어긋난 어리석은 자의 최후는 어찌 될 지 불 보듯 뻔한 법. 바다 인접한 곳에 살면서 하늘이, 바다가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이래저래 잊을 수 없었던 부산에서의 일주일, 물론 백미는 영화와 그 시간을 함께 해줬던 사람들이다. 잊을 수 없는 10월의 추억이 있어서 그래도 행복하다.

 

*날짜-영화제목

*영화제 제목 / 원제목 - 감독 / 영화제 카테고리

*평점

 

10월 4일-<미래><커다란 노트><구원자>

 

 

미래 Il Futuro - Alicia Scherson / 플래시 포워드

 

 

교통사고로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덩그러니 남겨진 남매의 이야기인데 대략 그런 상황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주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하는 남매에게 가장 큰 차이로 보이는 것은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 남동생은 동네 피트니스 클럽에 빠져서 그 곳에서 알게 된 청년들과 어울리고 그들과 남매의 이상스런 동거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이젠 시력을 잃어 두문불출인 왕년의 유명 배우의 집을 털 계획을 하는 청년들과 그 일에 가담하기까지 되는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후 소녀와 노년의 배우 사이에 육체적, 정신적 관계로까지 이야기가 확장되니 예상했던 범주에서 훨씬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몇몇 장면을 품고 있어 보는 맛이 없지는 않았다.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맞닥뜨린 관객들처럼 영화 속 인물들도 자신의 내일에 어떤 일이 생길 지,
내일의 감정은 어떨지 알 수 없었을 것 같다. 주인공이 10대들이라서 더욱 그러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제목이 <미래>였을까.  7.5/10

 

 

커다란 노트 Le Grand Cahier - Janos Szasz / 월드 시네마

 

 

전쟁을 통과하며 생애 최초일 것 같은 시련과 고통을 겪어내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이해 불가할 정도로 손자들을 학대하는 할머니 캐릭터에 어이없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 모든 이해불가한 상황에 저항하지만 순응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더욱 놀랐다.
전쟁의 무자비하고 무참한 성격처럼 아이들도 선택과 판단, 행동을 함에 있어 전쟁의 속성을 고스란히 내면화한 것 같달까.
엔딩씬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으나 잔혹고전동화 한 편 읽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고, 소설이 영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치 좋았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있었다. 8/10

 

 

구원자 Salvo - Fabio Grassadonia / 플래시 포워드

 

 

영화제 기간 내내 지인들과 (라코스테 피케셔츠 핏이 대박이었던 배우에 대한 예찬과 더불어) 이 영화의 '기적같은 설정'에 대한 설전을 쉬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것이 구원과 사랑에 의한 기적의 일면일 수 있으나 그것이 설득력있게 보여지지 않았다는 의견과 굳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적이었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청부살인업자인 남자와 그 남자에 의해 오빠를 잃은 여자의 기적과도 같은 사랑, 그로 인한 치유, 구원을 담은 영화.
오프닝부터 긴장감 넘치는 롱테이크를 선보이고 느와르같은 분위기가 좋았지만 그 모든 스타일이 과잉되게 보였고 결국 그 '기적같은 설정'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연출이었다.
시간 상 상영 후 GV에 참여하지 않고 나온 게 아쉬울 정도로 감독의 의도가 궁금한 작품으로 남는다. 
8/10

 

 

10월 5일-<팔레르모의 결투><잃어버린 사진>

 

 

 

팔레르모의 결투 A Street in Palermo -

Emma Dante / 월드 시네마

 

 

 

최씨 옹고집 뺨치는 남부 이탈리아인의 황소고집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영화. 차를 빼주지 않고 버티기 시작한 단 하나의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날이 새는 영화는 오히려 30분 정도의 단편으로 만들어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배우들의 찌릿찌릿한 기싸움이 영화 밖으로까지 전달되는 듯한 강렬함이 있었다.
끝없을 것 같이 되풀이되는 엔딩씬의 뜀박질 장면도 인상적. 8/10

 

 

 

잃어버린 사진 The Missing Picture -

Rithy Panh / 와이드앵글

 

 

 

성스럽고 경이롭다는 생각에 감동이 차오르는 경험을 주는 영화였다.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치하의 참혹했던 실상을 개인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보이며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 작품.
실제로 어린 시절 수용소에 잡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했고 가족을 잃은 리티 판 감독의 개인사가 녹아있어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 더욱 가슴을 울렸다.
영화의 단락을 짓듯 등장하는 파도 장면이 인상적인 한편 시종 낮게 깔리는 내레이션 음성이 듣기 좋으면서도 너무 일률적이라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작년 부산에서 봤던 <에프터 루시아>에 이어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작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한 작품.  9.5/10

 

 

 

10월 6일-<호수의 이방인><탐 엣 더 팜>

             <해피 엔딩><야마모리 클립공장>

 

 

 

 

호수의 이방인 Stranger by the Lake -

Alain Guiraudie / 월드 시네마

 

 

 

남자 동성애자들이 만남을 갖게 되는 공간인 호수. 그 곳에 어느날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셸은 영화의 분위기를 급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든다.
모두가 이방인들인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완급을 즐기며 펼쳐진다.
거리낄 것 없는 노출과 성애장면 등이 소프트 포르노에 지향점이 있었노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영화였다.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97분보다는 더 짧은 호흡으로 가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7.5/10

 

 

탐 엣 더 팜 Tom at the Farm - Xavier Dolan / 월드 시네마

 

 

 

 

자비에 돌란은 정말 감성적인 천재인 것 같다는 생각을 굳히게 한 작품이다. 애인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처음으로 방문한 농장. 그 곳에 발목잡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내내 긴장감을 만들고 소름끼치는 관계 심리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의 전작 <하트 비트>를 보면서도 클로즈업과 음악을 제대로 활용해서 감정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리는 장점이 보였는데 이 영화는 그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연출력이 느껴졌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심장이 쿵쾅거려서 쉽게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전작인 <로렌스 애니웨이> 역시 작년 부산에서 공개돼 많은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곧 개봉할 그 영화는 물론이고 <탐 엣 더 팜>도 조속히 국내 개봉이 이뤄지면 좋겠다. 올해 부산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다. 10/10

 

 

 

해피 엔딩 Not Another Happy Ending - 

John Mckay  / 플래시 포워드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출간하고 싶어하는 작가와 출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출판사 대표가 등장하는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로맨틱 코미디.
흥미로운 소재와 흥미로운 캐릭터이고 그보다도 로맨틱코미디가 정말 드물다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졌기에 런던산 로코 제작사인 워킹 타이틀사의 로코들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제작자와 감독의 변이었으나 결과물에서 그런 의도가 잘 느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겉모양을 갖고는 있으나 이전 로맨틱 코미디의 알맹이와 유사한 작품이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잘 만드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 작품.
상큼하고 통통 튀는 작품이지만 무겁고 묵직한 영화들을 연달아 보게 되는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니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7/10

 

 

 

야마모리 클립공장 Anatomy of a Paper Clip - 

Ikeda Akira / 아시아 영화의 창

 

 

 

유행하는 소위 '병맛 유머'라는 것이 이 영화를 설명하기에 제격일 것 같다.
지루하리만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그 안에 끼어든 소소하지만 특이한 사건마저도 반복적으로 변주되며 일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그 모든 변화에도 흔들림없이 심지를 지켜내는 남자 주인공의 순수함 때문이었으리라.
한 편의 아기자기하고 담백한 그림책을 읽어낸 듯 맑은 기분으로 극장을 나오면서도 '병맛 유머'를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7.5/10

 

 

 

10월 7일-<지난 날><떠돌이 개><하모니 레슨>

 

 

지난 날  The Past - Ashgar Farhadi / 아시아 영화의 창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전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줬던 완벽한 인상이 있었기에 주저함 없이 선택한 영화였다.
여전히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게 얽혀버리는 인간 관계와 사소한 감정들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재주는 뛰어나보인다.
오해와 진실, 서로 다른 기억 등을 소재로 하면서 전작의 변주 같기도 하지만 이야기꾼으로서 감독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르니스 베조가 이 영화로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 누구말마따나 영화제에서의 개인상은 작품에 부여하는 상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이 결정에는 적용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8.5/10

 

 

 

떠돌이 개 Stray Dogs - Tsai Ming Liang / 아시아 영화의 창

 

 

 

차이밍량 영화를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다. 익히 들었던 롱테이크의 정수를 만났고 그 모든 게 경이로웠다. 그렇게 담아낸 사람이나 그 안에서 그렇게 연기한 사람이나 놀라웠다. 친절한 내러티브를 담보로 하지 않는 예술적 롱테이크를 수면제로 수용하는 보통의 내가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감동했다는 것은 일종의 기적같은 체험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무대 위에 차이밍량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인 리캉생 배우가 올라왔는데 그 모습에 더욱 감동해서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9/10

 

 

 

하모니 레슨 Harmony Lessons -

Emir Baigazin / 아시아 영화의 창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카자흐스탄 감독이 만든 성장영화.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 아슬란이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대한 이야기인데, 크게 새로울 것은 없는 이 영화에 새로움을 담아낸 것은 낯선 카자흐스탄의 공기 같은 것이었다.
얼핏 <렛 미 인>을 생각나게도 하는데 소년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불안과 분노, 사랑 등이 영상으로 표현되는 연결점에 소년의 눈빛이 있었기에 강렬하게 뇌리에 남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기억할 때 잊을 수 없는 것은 영화 자체보다는 상영 후 있었던 GV이다. 성의없었다는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감독의 태도는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었다. 관객의 질문에 코웃음을 치는 듯 보였고 영화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니 대답할 수 없다, 영화를 본 지 오래 돼서 그 장면이 기억나지 않으니 대답하기 어렵다라고 답하는 순간 우루루 자리를 빠져나갔던 관객의 매너도 좋은 건 아니겠지만 자리를 지키며 감독과의 대화를 기대했던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감독의 태도는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GV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가이드가 전해졌는지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유쾌할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8/10

 

 

 

10월 8일-<일로 일로><천주정><파라다이스:호프>

 

 

일로 일로 Ilo Ilo - Anthony Chen / 아시아 영화의 창

 

 

 

돈을 벌기 위해 어린 아이를 고향 필리핀에 두고 싱가폴에 온 테레사. 거주가사도우미로 들어간 집에서 그 집의 말썽꾸러기 어린 아들 지알러를 돌보며 함께 지내게 된다.
요리도 잘하고 집안일을 돌보니 어린 지알러에겐 엄마 이상으로 느껴지게 되는 테레사. 결국 경제위기로 인해 일을 못하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테레사에게서 지알러는 어떤 징표라도 간직하겠다는 듯이 가위를 집어든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인간 사이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자연스레 허안화 감독의 <스틸 라이프>를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지나 지알러가 자라면 <스틸 라이프> 속 유덕화처럼 되는 게 아닐까 상상해보게 되는 것이다.  8.5/10

 

 

 

천주정 A Touch of Sin - Jia Zhangke / 아시아 영화의 창

 

 

 

문물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삶은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결핍과 혼란은 안에서 곪고 썩어 밖으로 표출되는 폭력성향은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다. 지아장커는 그런 현대인의 삶 속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고전 무협물의 양식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싶었고 그 노선에서 만든 첫 작품이 <천주정>이라고 한다.
네 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유기적으로 얽힌 관계라는 것은 결국 그 모든 관계의 영향이 우리 모두에게 미친다는 메시지를 담은 듯 하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중국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기억에 남는다.
칸에서 공개됐을 때 '지아장커 판 <킬 빌>'이라는 평이 있었으나 그 평은 무엇을 보고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8/10

 

 

파라다이스:호프  Paradise:Hope - Ulrich Seidl / 월드 시네마

 

 

 

울리히 사이들 감독의 파라다이스 3부작의 마지막 작품. 감독은 사랑, 신념, 희망 등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휘어지고 비틀어지게 영화에 담으려는 것 같다.
살을 빼기 위한 부트캠프에 들어온 10대 소녀와 캠프 안에서 그들을 돌보는 의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소녀도 의사도 희망은 있었겠으나 그 모든 것이 뒤틀려보인다. 그러니 이 세상에 희망은 있을까 싶은 허망함마저 드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 엔드 크레딧에 나오는 노래는 '우리 모두 다함께 손뼉을'을 개사한 익살스런 노래다. '우리 모두 다함께 뱃살을 짝짝' 이런 식으로...
<파라다이스:러브> 때도 그랬지만...이 감독의 작품은 딱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7.5/10

 

 

 

10월 9일-<그리그리><폭력녀>

 

 

 

그리그리 Grigris - Mahamat-Saleh Haroun / 월드 시네마

 

 

 

다리에 불편함이 있지만 춤을 잘 추는 청년 그리그리는 클럽에서 춤을 추면서 푼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돈이 그 모든 것을 망친다. 그러는 사이 사랑을 만나게 되고 역시 삶이 순탄치 않은 그녀와 함께 도망하듯 여인의 고향으로 간다. 원시의 양식이 아직 살아있는 듯한 그 공간에 있지만 그리그리의 마음은 편치 않고 결국 사단이 난다. 그런데 그 사단은 원시의 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그리는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춤 또한 원시적인 인간의 표현법일진대 진짜 원시의 삶이 지배하는 그 곳에서 그리그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7/10

 

 

폭력녀 Miss Violence - Alexandros Avranas / 플래시 포워드

 

 

 

이 불편하고도 이상스럽고 폭력적인 가정의 구도는 11살 생일 파티 때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소녀에서 시작된 물음표에 답을 하나씩 툭툭 던지면서 관객을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그리스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 상황을 뒤틀린 한 가족의 이야기에 담아냈다는 평이 들리는데 그런 은유로서도 훌륭했다. 마지막 여배우(들)의 표정에 소름이 쫙!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