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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자처럼

[오사카-교토 여행] 1. 도톤보리에 보리는 없다

일본 간사이 지역, 오사카와 교토 여행1




프롤로그 : 심경토로

2017년 6월 5일~6월 9일,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간사이 지역 오사카와 교토 여행을 다녀왔다. 

말이 4박 5일이지 마지막 날은 오전 10시 50분 비행기라서 자고 일어나 짐 챙기고 공항으로 이동한 게 전부다. 그러니 4일간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식으로는 처음 떠나는 일본 여행이었다. 왜 정식이냐면 전에(라고 쓰지만 벌써 16년 전 ㅎㄷㄷ) 유럽 배낭여행 떠날 때 저가 항공 중간에 경유하는 ANA 항공을 예약했었는데 경유지인 나리타 공항에서 거의 하루를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나리타 공항 근처 숙소에서 1박하는 것으로 항공기 발권을 했다. 그렇게 해도 다른 항공권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만, 그랬으면 나리타 공항 근처 당일치기 여행을 해도 좋았을텐데 참 순진무구했다. 그냥 시골마을 같은 나리타 공항 근처 숙소에서 쉬고 먹고 잔 게 전부다. 그 덕에 아직도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논과 밭이 있는 시골마을이 나올 때마다 나리타 공항 근처 숙소의 배경이 떠올라 친숙하기는 하지만서도.(이게 무슨 장점인가...)  


2017년 5월과 6월. 지나고나면 이 또한 다 순리였노라고 이해할 날이 오겠지만, 휘몰아치는 변화 속에서 나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했다고 자부했으나 나는 휘청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충동에 준비없는 여행을 하게 됐다. 

사실 이게 게으름 때문인지, 넘치는 모험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훨씬 높긴 하다만) 어느 순간부터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지 않고 무작정 가게 되는 것 같다. 

6년 만에 떠나는 해외 여행이 되었던 작년 타이페이 여행도 급하게 비행기 티켓과 숙소만 예약하고 공항 가는 길, 비행기 안에서 여행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그날그날의 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그렇게 당일에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전날 정하고 동선과 교통편을 파악한 후 두 발로 뚜벅뚜벅 다니는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 다니다 힘들면 카페에서 쉬고, 음식 먹으면서 쉬고 그러면 되는 것이었다. 이젠 그게 내게 여행의 정의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번 오사카, 교토 여행 또한 마찬가지였다. 충동에 몸과 정신을 맡기고 급하게 일정 잡고 같이 갈 친구도 설득해서 출발 4일 전에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다행스럽게도 비수기 저가 티켓이 남아있어서 나쁘지 않은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진에어 왕복 16만 5천원 정도였으니 뭐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숙소도 마찬가지였다. 한 숙소에서 4박을 하면 좀 더 수월하겠지만 그 숙소가 실망스러우면 낭패인지라 일단 2박만 예약하고 다른 숙소에서 2박 하기로 결정했다. 몸도 정신도 피곤한데 오사카와 교토에 각기 숙박을 정하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숙소는 오사카 지역에 모두 예약하고 교토는 당일치기로 갔다오기로 대강의 계획만 잡았다. 짐 들고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가는 게 생각만해도 귀찮았다. 나중에 지인과 대화하다가 생각한 것인데 다음에는 아예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로 바로 들어가서 교토를 오래 여행하고 오사카는 하루 정도만 머문 후 다시 간사이 공항으로 돌아오는 동선으로 여행 계획을 잡는 게 현명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뭐, 한 번 해봤으니 다음에는 동선이 좀 더 부드러워지겠지.  

여튼 말이 결정이지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 생각만 많았다. 결국 공항으로 가야 하는 전날 밤 잠도 못 자고 하얗게 지새웠다. 동트는 걸 보면서 끝까지 호텔과 교통편 예약 사이트를 뒤지고, 그제서야 짐 싸고 공항으로 향했다. 

첫 이틀을 지낼 숙소는 출발 2일 전에 예약을 해서 최종 확약이 됐다. 그런데 다음 이틀을 보낼 숙소가 계속 예약 대기 상태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예약을 취소했다가 다시 했다가 반복했지만 오사카 도착한 당일까지도 여전히 예약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오사카 첫 숙소에서 2박을 하고 체크아웃 하기 전날에 간신히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밭게 예약을 하면 결코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것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시간을 돈으로 샀다고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사카 4박을 했던 호텔은 3성급 정도의 호텔이었는데 싱글 침대 2개가 있는 스탠다드 트윈룸을 1박당 17~18만원씩에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타이페이 여행 때 머물렀던 호텔과 비교해도 크기는 작고 가격은 비싼 호텔이었다. 


여튼 항공권과 숙소가 준비되었으니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만 즐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하루하루의 오사카, 교토 여행의 기록을 남겨보도록 하겠다.  



첫 오사카-교토 여행에 길잡이가 되어준 가이드북 <내일은 오사카>

오사카 여행 가이드북이 많은데 큰 출판사에서 익숙하게 나온 것이 아닌 

작은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한 것을 보고 싶어서 이 책으로 결정했다. 

워낙 초행이다보니 큰 불편 없이 참고할 수 있었다. 



2017년 6월 5일, 인천 -> 오사카, 도톤보리 관광, 먹고 자고 

인천에서 13시 45분 출발하는 진에어를 이용했다. 진에어는 첫 탑승이었다. 비행기 탑승 시 보통 탑승 시 비즈니스, 퍼스트클래스 등 먼저 입장하고 이코노미석 입장은 가장 나중에 하고 어차피 지정석인데 길게 입장줄에 동참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끝까지 의자에 앉아있다가 줄이 짧아질 무렵에 탑승하는 편이다. 그런데 진에어는 좌석등급의 차등이 적용되지 않아서인지 두 개의 탑승구로 순서없이 탑승이 빠르게 이뤄지는 걸 체험했다. 나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2시간 남짓의 비행이고 저가항공이므로 기내식이 필수로 제공되지는 않았다. 물론 신청하는 탑승객에게는 식품을 판매해서 섭취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점심 시간도 지난 상황이고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굳이 넓지도 않은 비행기 안에서 뭘 먹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음식 구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나 비행기 이륙도 하기 전부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내 뒷자리에 포진해있었다. 회사에서 대여섯분이 단체 여행을 하시는 것 같던데 자리에 앉자마자 목소리 큰 여성분 몇몇이 라면이 어쩌구, 밥이 어쩌구 하면서 먹을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결국 그분들은 라면 냄새를 풍기시며 후루룩 짭짭 맛나게 드셨다. 많이 출출하셨던 모양이다. 



간사이 공항에서 전철역까지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이정표만 잘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글 표기도 함께 되어 있다. 


난바까지 특급열차인 라피트가 성인 1,270엔. 

라피트 편도 티켓과 1일 오사카 교통 패스까지 포함하여 1,500엔인 요코소 오사카티켓을 예약해서 사용했다.


난카이역에서 예약해둔 요코소 오사카 티켓을 발권하는 과정, 직원이 굉장히 친절하게 발권해주셨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것이 대략 4시 언저리,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여 짐을 찾고 오사카 시내 중심부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터미널에 연결된 간사이공항역으로 향했다. 

난카이전철 특급인 라피트열차(Rapid라고 생각했는데 표기 자체를 Rapi:t라고 하더라)를 타고 시내 중심부인 난바역으로 향하는 것이 첫번째 이동이었다. 숙소와 항공권 다음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은 교통 패스 구매 부분이다. 여행책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보긴 했으나 무엇이 베스트일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공항에서 난바역으로 이동하는 라피트특급 편도와 오사카 1일 승차권(지하철, 버스 모두 가능)을 패키지로 묶은 '요코소 오사카 티켓'을 구매했다. 이것도 인천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웹검색 하다가 바로 예약을 했다. 결정하면 액션은 신속한데 그 결정까지 가닿는 시간이 고행이다.  사이트에서 여권에 적힌 이름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당일 예약도 가능하다. 보통 라피트 편도가 1,200엔 정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패키지는 라피트 편도에 1일 오사카 교통 패스까지 포함된 금액이 1,500엔이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1일 오사카 패스는 발권 당일에 사용해도 되고 그 다음날 사용해도 된다. 사용일은 패스를 개찰구에 통과시키는 순간부터 기준이 되며 그 날 자정을 넘기면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것이다. 어차피 난바역에 도착하면 오후 5시 무렵이 될 터이고 숙소에 가서 짐 풀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톤보리 관광이 전부였을 것이었기에 1일권 교통 프리패스는 다음날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티켓에 탑승칸과 지정 좌석번호가 적혀있으므로 그에 따라 탑승하면 된다. 

급행과 특급 라피트가 구분되어 운행되니 시간표를 정확히 확인하고 탑승하는 것도 필요하다. 



라피트 특급의 내부 모습

라피트 특급 티켓과 영수증,  1일 오사카 패스. 탑승이 종료될 때까지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 

이 패키지에 포함된 1일 오사카 패스는 발권한 다음날까지 사용이 유효하다. 

물론 개찰구를 통과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날 자정까지 하루만 사용 가능하다.  




난바역은 서울의 용산역, 영등포역 같은 규모와 기능의 역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서울역 느낌이라고 생각했으나 이틀 후 우메다역에 가 본 후 서울역 느낌은 우메다역이고 난바역은 용산역 또는 영등포역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난바역에서 몇번 출구인지는 잊었으나 북쪽 방향으로 나가다 보면 도톤보리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물론 역 내에 주변 지도가 있어서 위치를 참고했다. 첫 이틀을 보낸 숙소는 호텔 도미 인 프리미엄 난바였다. 난바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닛폰바시 역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호텔이다. 원래 지하철 환승하는 게 걷는 것보다 더 일이다. 그래서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처음 보는 오사카의 난바역, 도톤보리를 스치며 지나가며 일본사람들, 일본 건물들, 일본 차들 구경하면서 15분 정도 걸어 호텔에 도착했다. 



난바역에 도착한 후 도톤보리 방향인 북쪽 게이트로 나와서 걷는 길. Manner Station이란 흡연 구역이 있다.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힘들게 찾아온 여행객을 위해 정갈한 물수건을 준다. 센스가 좋다. 더군다나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있어서 영어를 하는 게 더 어색하기 느껴졌다. 방 열쇠를 전달받고 이용 안내를 받은 후 방으로 왔다. 역시나 좁은 방. 그래도 이것저것 아기자기하게 구성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좁은 공간을 이들은 이렇게 활용하는구나 싶은. 나쁘지 않다. 15층인가 위치한 방이었는데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뷰도 나쁘지 않았다. 건너편 콘도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빨래 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이 호텔은 2층에 사우나가 마련되어 있어서 여독을 풀기에 좋았다. 화려할 건 없는 평범한 사우나 시설이었지만 그냥 샤워만 하는 것보다는 개운하게 몸이 풀리는 느낌이 좋았다. 여기서 조금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졌는데, 다름 아닌 남탕에 여성분이 들어온 사건이었다. 청소하시는 관리자이신 것 같은데 남자들이 씻고 있는 공간에 불쑥 들어오셔서 여기저기 쓰레기를 정리하고 나가시는 것이다. 여기는 이렇게 구분이 없나 싶기도 하고, 일본은 가끔 여탕과 남탕이 바뀐다고 하더니 착각하셨나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으나 그 분이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활보하시고 나가시니 뭐 소란 떠는 게 더 이상하다 싶기도 했다. 클레임도 하지 않은 게 스스로 너무 개념 없었나 싶기도 했으나, 뭐... 여튼 다시 생각해도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해 질 무렵의 도톤보리강



숙소에서 걸어서 1~2분 거리에 도톤보리 거리 진입로가 있다. 대충 숙소에서 짐을 풀고 도톤보리로 향했다. 도톤보리도 그렇고 유명한 상가 지역, 먹거리 촌을 가면 늘 느꼈던 것이 촬영 세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대한 캐릭터와 조형물로 구성된 대형 간판이 화려하게 장식된 상가, 그 밑에 줄지어 선 사람들의 행렬이 복잡복잡한 세트의 중심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여행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상점들이 있어선지 그런 곳은 어디 하나 예외랄 것 없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다코야키집도 그렇고 라멘집도 그렇고 스시집도 그렇고 야끼니쿠집도 그렇고 북적이는 것이 도톤보리의 첫 인상이었다. 다음날 돌아다니면서 깨달았지만 이름난 그 가게들이 오직 도톤보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돌아다니다보면 같은 체인점이 도톤보리처럼 북적이지 않는 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었다. 굳이 줄까지 서서 도톤보리에서 먹고야 말겠다는 야심은 버리고 홀가분하게 돌아다니다 길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들어가서 먹는 편이 현명할 것 같다. 여튼 첫날은 그런 걸 몰랐기에 줄 서서 다코야끼도 사서 먹고 역시 줄서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야키니꾸꼬치 집에서 저녁 겸 맥주 한 잔으로 여행 기분을 냈다.   



거대한 간판이 압도하는 도톤보리 먹자골목. 마치 촬영 세트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줄 지어 먹는 타코야키~ 당연히 길 한복판에 서서 먹어야 하는데 뜨거워서 호호 거리면서 맛나게 먹었다.


꼬치튀김집인 쿠시가츠다루마 도톤보리점.

이 체인은 오사카 시내 관광지에는 거의 입점해 있다. 그걸 몰랐던 나는 도톤보리 아니면 못 먹을 줄 알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먹었다는. 뭐 10여분 기다렸으니 그리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만서도.


각종 육류와 채소에 빵가루를 입혀 꼬치로 튀겨낸 요리. 

쫄깃하고 맛나는 건 기본이고 부드러운 거품이 살짝 덮인 얼음처럼 시원한 맥주랑 마시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화려함이 뉴욕, 홍콩 뺨치는 에비스바시스지 초입.

이 곳 LUSH매장에 들어갔다가 PLUM RAIN 바디워시를 사왔다. 점원이 '한국에는 없어~'라고 말해서 냉큼 샀는데

없기는..... ㅠ 그래도 향기가 좋으니 만족. 

여튼 일본 LUSH에 우리나라보다 제품군이 다양하다고 하니 LUSH 사용자라면 한번 들러봐도 좋을 듯 하다.


유명한 츠타야 서점과 스타벅스의 콜라보레이션


도톤보리의 명물, 글리코상~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를 연결하는 다리 에비스바시. 그 밑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관광배^^


구이다오레 타로 캐릭터가 있는 기념품 가게. 




도톤보리 걷다가 당연히 '돈키호테'에도 들렀다. 대형 다이소같은 돈키호테.

5층인가 7층인가 하는 건물에 가득가득 물건을 쌓아놓고 판매하는데 한국 관광객들 당연히 많고 북적북적 줄지어서 계산하는 모습 보고 질려서 들었던 물건을 놓고 그냥 나왔다. 

오늘이 아니어도 돈키호테는 또 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서 ㅎㅎㅎ

숙소에 돌아와 충격적이고 황당한 시츄에이션 속에 목욕을 하고 맥주를 한 캔 마시다 그냥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