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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끝내준다, 돈 버는 데 굴러가는 머리들

 

영화를 건지는 대사가 있다. 영화를 대표하고 상징하며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한마디는 영화의 천군만마 같지 않을까? ‘아윌비백 I'll be back'이야말로 그런 대사를 꼽으라면 역대 최강이 아닐까.

그 한마디로 나오지도 않은 장면에 기대치를 갖게 했고, 나오지도 않은 속편을 애타게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슨 언약인 것처럼 돌아온 속편에 명분까지 제공해준다. 그 대사 하나를 값으로 따진다면 얼마를 책정할 수 있을까?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치자면 5편 격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돌아왔다. 확실히 1편(1984년)과 2편(1991년)을 골고루 뒤섞어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냈다. 내용으로 따지자면 가장 적절한 3편으로 불릴만한 작품일 듯하다.

아예 3편(2003년), 4편(2009년)을 지워버리고 2편 이후 24년 만에 나온 시퀄이라고 우겨도 넘어갈 만큼 3편과 4편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지기도 했다.


소년 에드워드 펄롱이 존 코너를 연기했고 린다 헤밀턴이 멋들어진 여전사를 보여준 2편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터미네이터’를 기억하게 했다. ‘I'll be back'이라는 대사를 남기고 시리즈를 5편까지 끌고 올 수 있게 한 힘도 바로 그 2편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영리한 건데 냉정하게 말하면 돈 버는 머리 참 잘 굴린다고 할 수 있겠다. 대사 한두 마디로 과한 설정들(T-800에 이식한 피부가 노화한다든가 하는)을 숨넘어갈 듯 긴박하게 설명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게 다 보이는데 시치미 뚝 떼는 모양새다.

이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3부작을 만들기 위해서 새롭게 세팅하겠다는 몸부림이 읽히지만 그 근거를 시리즈 1편과 2편을 재정비하고 찾으려 한 노력은 인정해주고 싶다.

덕분에 1,2편을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본래 ‘터미네이터’의 자리를 찾은 듯하다. '쥬라기 월드'도 그렇고 올해 나온 속편들에서 오리지널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만나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편 새로운 세팅을 위해 영화는 1편에서 죽었던 카일 리스를 살려내고 존 코너를 버리는 카드로 설정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후 작품들을 더 봐야 알겠지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그려진 존 코너의 모습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마치 악이 깃든 스파이던 맨 같은 존 코너를 보면서 누가 그를 이런 괴물로 만들었는지 생각해봤다. 그 생각 끝에 떠오르는 이름은 에드워드 펄롱이다. 2편에서 존 코너를 연기하면 단박에 스타가 됐던 에드워드 펄롱이라는 배우의 역변과 몰락처럼 존 코너도 끝을 보는 것일까. 천하의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해도 살려내지 못했던 존 코너의 몰락은 카일 리스의 부활과 맞바꾸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여하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조각내고 여느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포장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이 시리즈로 다시 시작을 알렸다.

쿠키 영상을 붙인 것이 꼭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영화 따라하는 것 같아 영 찜찜하지만 그것도 대세를 따르는 돈 버는 데 굴러가는 머리로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어찌하랴. 그게 대세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