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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silver screen

[소수의견] 변호사, 기자, 배심원이 함께 가는 시리즈를 제안해본다

 

2013년 완성되어 이미 배급사까지 정해졌던 영화가 2년이 되도록 개봉하지 못했다.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고 결국 배급사를 옮겨 개봉을 하게 됐다. 2009년 1월에 있었던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삼은 손아람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 ‘소수의견’이 그것이다.

철거 반대 시위 현장에 경찰과 철거용역이 들이닥치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다. 이 때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아들이 진압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경찰은 박재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검사는 경찰을 죽인 죄로 박재호를 기소하고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것은 경찰이 아닌 철거용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용역이 아닌 경찰이라고 주장한다. 검사와 철거 피해자의 엇갈린 주장 속에 기자 수경(김옥빈)은 검사와 국가가 은폐하려는 것이 있음을 확신하고 박재호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을 찾는다. 검사의 은폐 정황을 포착한 윤진원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선배 변호사인 대석(유해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패한 검사와 법조계 인사들이 하수인 역할을 하며 보호하는 권력과 진실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법정 게임이 펼쳐진다.

 


국가를 향해 100원의 배상 책임을 물으며 오로지 진실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과를 받기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무기는 아직 이 나라와 세상이 옳은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용기이며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보통사람들의 온전한 상식이다.

반면 이들의 반대편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권력에 충성하며 국가란 누군가의 봉사와 희생을 기반으로 지탱된다고 믿는 세력들의 무기는 권력이다. 권력이 부리는 협박에 무릎 꿇어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부터 뜯어낸 더러운 밥을 먹고 그걸 무기라고 생각한다.

 

소위 법정영화라 함은 법이 참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법이 구현하는 정의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뭔가가 솟구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팽팽하게 대립하는 구도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부패한 권력과 싸워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한국의 법정영화들은 이 모든 요소들을 얼마나 균형 있고 영리하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부러진 화살’’변호인’ 등이 이에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소수의견’ 또한 그런 요소들을 한껏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극 속에 녹여 보통사람들을 그 대립의 균형을 잡는 축으로 활용하는 것은 ‘소수의견’의 특별한 점이랄 수 있다. 부패한 세력이 온갖 수작을 부리며 몰아세우고 법정 공방이 팽팽해지는 후반부는 특히 법정영화로서 이 영화를 맛나게 한다.

그러나 영화의 초반부는 그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다. 편집은 헐겁고 허세 가득한 몇몇 장면들에 오글거리기도 하다.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몇몇 장면들은 감독이 통제하지 못한 듯 튄다. 분명 의미 있는 소재와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이런 헐거운 연출이 약점으로 보이는 것은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영화의 끝까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국가란 희생과 봉사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며 가르치려 드는 인물을 보면 ‘소수의견’은 시리즈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와 기자 캐릭터를 유지하고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도 유지한 채 진실과 정의를 밝히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가 계속 쓰여지고 만들어져야만 하겠다. 이건 손아람 작가에게도 유효한 제안이다. 세상엔 싸워야 할 공공의 적이 아직도 너무 많아 보인다.